[현장에서] 국민의힘 ‘호남구애(求愛)’, 믿을 수 있을까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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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서진(西進)전략’ 드라이브…지역민들 “긴가민가”
당 지도부 잇단 호남방문, ‘호남동행 프로젝트’ 본격화
“곁을 내달라”…과거 ‘역시나’ 집단기억 희석은 미지수

국민의힘의 호남에 대한 ‘구애(求愛)’ 노력이 비상하다. 차기 집권을 위해 호남을 불모지로 그냥 둬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강력한 ‘서진(西進)전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20대 총선 때 광주와 전남·북에서 당선자 2명을 배출했으나, 지난 4·15 총선에선 전패했다. 지난 8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5·18 민주묘지를 찾은 데 이어 국민의힘의 호남 공들이기가 계속되고 있다. 

 

광주 찾은 주호영 “국민의힘, 호남에 많은 빚 졌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당 소속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들은 27일 광주를 방문해 민심 잡기에 나섰다. 이날 호남의 심장부 광주를 찾은 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호남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훨씬 노력할 지역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27일 오전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열린 국민의힘-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 이용섭 광주시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원회 의장 등 예산정책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10월 27일 오전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열린 국민의힘-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 이용섭 광주시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원회 의장 등 예산정책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주 원내대표는 이날 광주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정부 예산안의 증액 심사에서 새로 반영할 게 무엇인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알아보러 왔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방문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뜻밖이다’는 칭찬을 해줘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지도부는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을 크게 나타내면서 지원 약속을 쏟아냈다. 주 원내대표는 “광주에 미래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하겠다”며 “창업 혁신 기업이 복합된 스마트 타운 조성에도 관심을 두고 돕겠다”고 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호남 숙원사업이 내년도 예산심의나 법안심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기조는 뒤이어 방문한 전북에서도 이어졌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정운천 국민통합 위원장 등을 비롯한 동행 국회의원단은 29일 전북도청을 찾아 전북지역 기초단체장들과 지역 현안과 예산과 관련된 정책협의를 진행했다. 

 

‘호남동행’ 국회의원, 현수막 걸고 본격 행보

주 원내대표 일행의 이번 호남 방문은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호남 동행(同行)’ 계획 중 하나다. 과거 새누리당 시절 추진했던 ‘서진전략’의 새 버전인 셈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다른 지역 국회의원이 호남에 제2의 지역구를 갖고 각종 현안·예산을 챙기자’는 내용의 ‘호남 동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3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서진정책의 전진기지 성격의 국민통합위원회를 발족하고 ‘호남 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을 가졌다. 그리고 광주, 전남, 전북의 각 시군 41곳에 소속 국회의원 49명을 각각 배정했다.

이날 발대식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거듭 호남에 죄송하다”며 “너무 늦었지만 호남에서 마음을 열고 곁을 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문구도 인용해 “호남이 없으면 대한민국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28일에는 호남 전 지역(41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제2의 지역구로 호남지역을 배정 받은 점을 주민들에게 알리며 행보를 본격화했다.

지난 8월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어 지역정가를 발칵 뒤집어놨다. 주 원내대표도 비슷한 시기 전남 구례와 전북 남원 등에 수해가 발생하자 여러 차례 현장에 내려가 봉사활동을 했다. 동행 국회의원들은 지난 10월 6일 5·18 단체와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호남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태도는 아주 이례적이다. 전에 없이 적극적이고 진지한 모습이다. 지난 2015년 1월 김무성 당 대표 시절 ‘반짝 구애’ 이후 사실상 요즘처럼 호남지역에 적극적 관심을 보인 예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주 원내대표의 움직임이 표를 의식한 지극히 계산된 행동이라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한켠으로는 ‘전례’가 드문 적극성 때문에 다소나마 기대감이 든다는 시선도 있다.

이날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지켜본 광주시청 공무원들 역시 의아해 하면서도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특히 광주 8명과 전남북 41개 시군에 현역의 동행 국회의원을 선정, 각 지자체 사업예산 챙기기에 1대 1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동행 국회의원의 역할에 따라 각 지자체 현안사업들이 해결된다면 그 효과는 예상보다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9월 23일 오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통합위원회 위원들이 국회 본관 앞에서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을 열고 제2의 지역구 갖기 운동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9월 23일 오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통합위원회 위원들이 국회 본관 앞에서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을 열고 제2의 지역구 갖기 운동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정기국회서 현안 협조여부가 진정성 가를 ‘1차 가늠자’

그러나 국민의힘의 ‘호남 보듬기’가 호남인들이 안고 있는 자당의 뿌리인 과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등에 대한 ‘역시나’의 집단기억까지 희석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역민들 역시 긴가민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 구체적인 결과물을 통해 진정성을 확인하기 전(前)이기 때문이다. 지역정치권의 한 인사는 “아무리 표가 아쉬워도 국민의힘이 이 시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며 “이런 전략들이 그야말로 ‘표’만을 의식한다면 ‘호남 뿌리내리기’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고 충고했다. 

과거처럼 “예산지원과 법안처리에 힘쓰겠다”는 등의 약속이 실천 없는 헛구호에 그치거나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에서 ‘뒤통수치는’ 지역감정 자극하기식 정치행태를 계속한다면 ‘호남 동행’ 전략은 실패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국비예산 확보와 함께 5·18역사왜곡처벌 특별법과 군공항 이전 특별법, 한국에너지공대 특별법, 여수순천사건 특별법 등 지역현안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이들 현안 처리에 얼마나 협조하느냐가 ‘호남 동행’의 진정성을 가를 1차 가늠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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