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힘겨루기’ 무대 된 WTO 총장 선거…교착 가능성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9 14: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중, 서로 다른 후보 지지…상호 비토 가능성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중이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미·중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사진은 작년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 연합뉴스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중이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갈등이 증폭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면서 WTO 사무총장 선거는 미·중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 통상정책을 지휘하는 백악관 직속 기관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유 본부장의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USTR은 “WTO는 매우 어려운 시기로 중대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25년간 다자간 관세협상이 없었고, 분쟁해결 체제가 통제불능인 상황”이라며 유 본부장을 지지했다.

중국은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스 록웰 WTO 대변인은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WTO 회의에서 중국 측은 ‘트로이카의 과정(process of the troika)’을 지지하고, 그 과정은 지금껏 잘 진행돼 왔으며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SCMP는 이런 중국의 언급이 사실상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지지를 의미한다고 봤다. 

중국은 지금까지 아프리카에 거액을 투자하는 등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에 힘써왔다. 아프리카 출신 지도자가 WTO 사무총장이 되면 개발 관련 무역 의제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중국 입장에서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외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미·중이 각자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중 갈등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되면 선거가 교착상태로 빠질 가능성도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TO가 중국에 편향적이라서 중국의 불공정한 통상관행을 제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WTO가 미국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주장도 해 왔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일방주의를 관철하고 있다며 WTO가 다자주의 무역체계를 수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WTO는 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회원국들이 모두 합의한 후보를 다음 달 9일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사무총장에 선임할 예정이다. 그러나 회원국의 합의가 불발되면 사상 최초로 회원국별 투표로 사무총장을 결정하게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