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는 어쩌다 이렇게 됐나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2 10:00
  • 호수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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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분쟁 넘어 이념 갈등, 패권 전쟁으로

지금이야 미국과 중국의 전방위적 갈등 양상이 자연스럽지만 양국 관계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대(對)중국 포용론’을 펼쳤다. 중국은 지난 40여 년간 미국의 관여(포용)정책에 편승해 급격한 경제 성장과 세계화의 혜택을 누렸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늘려왔지만 본격적인 압박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엔 중국의 과도한 대미 무역흑자가 문제였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기준 약 375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가운데 2000억 달러 감축을 중국 측에 요구하면서 양국은 본격 충돌했다. 2017년 미국의 대중 수입은 5050억 달러인 반면 대중 수출은 1300억 달러였다. 같은 해 미국의 총 대외 무역적자가 7950억 달러였다. 즉 미국 전체 무역적자 중 대중 무역적자가 무려 47%였다. 당시 중국의 총 대외 무역흑자는 4225억 달러였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얻은 무역흑자가 전체 흑자의 89%였던 셈이다. 

미국의 요구에 중국이 난색을 표하자 미국은 바로 대응했다. 2018년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공세를 펼친 것이다. 곧이어 중국의 대미 수출 중 2000억 달러 물량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도 확정했다. 중국도 미국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총 5050억 달러였지만, 미국의 대중 수출은 1300억 달러에 그쳐 중국의 양적 보복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 내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강하게 압박했다. ⓒEPA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 내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강하게 압박했다. ⓒEPA 연합

2017년 美 전체 무역적자 중 中 비중 47%

힘에서 밀린 중국의 요구로 2019년 1월부터 무역협상이 시작됐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 올해 1월 양국은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 여러 내용이 있지만 향후 2년에 걸쳐 중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을 추가 구매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반대로 미국은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결국 중국이 양적인 측면에서 밀리면서 미국에 승복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요구는 무역 불균형 시정에 그치지 않았다. 양국 경제 관계의 질적 변화를 요구했다. 불공정 무역행위 개선과 근절을 요구한 것이다. ‘중국 제조 2025’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일체의 지원을 중단하라는 촉구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자국 회사의 지식재산권과 상업 기밀에 대한 중국의 절취 행위 중단, 중국 내 미국 투자자의 동등한 권리 인정, 외국인 투자 및 지분율 제한 해제, 금융을 포함한 외국 서비스 기업에 대한 가시적 시장 개방 등도 요구했다. 

2018년 기준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624억 달러에 달한다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주장은 미국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미국 지식재산권 도용 위원회는 2017년 미국이 도둑맞은 지식재산권 가치가 연간 6000억 달러로 이 중 85%가 중국으로부터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수 위원은 “이런 시각에 기초해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했다”며 “결국 중국의 경제 체질 자체를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라는 압력”이라고 풀이했다. 

여기까진 경제적 성격이 짙은 분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중국이 미국에 요구한 ‘신형대국 관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국이 2013년 처음 제시한 이 개념은 기존 패권국가인 미국과 신흥 패권국가인 중국이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면서 평화 공존을 추구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점잖게 얘기했지만 결국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의 중국 우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미국엔 중국 패권 도전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도 점령과 군사화 역시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내해이고 이를 중심으로 동쪽의 광범위한 섬의 연계 부분도 중국 관할이므로 미국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는 의미였다. 한마디로 서태평양과 인도양 동쪽에서 미국이 나가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미국도 중국이 자신들의 패권에 도전한다는 인식이 뚜렷해졌다. 미국은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대체하려 하고 있으며 그들의 국가 중심 경제체제를 확대해 이 지역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다시 구축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경제를 넘어 외교와 군사 분야를 포괄하는 봉쇄 수준의 대중 압박을 가시화했다. 대만에 대한 적극 지원과 미국·호주·일본·인도의 반(反)중 외교·군사 연합체인 쿼드(Quad)의 출범, 남중국해 미국 해양 군사훈련에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의 참여는 중국의 패권 도전에 대한 미국의 분명한 대응이다. 

 

中의 전방위적 대국굴기에 달라진 美 인식

2020년에 들어와선 미·중 간 이념 논쟁이 새롭게 시작됐다. 이념 갈등은 합의나 타협이 쉽지 않다. 국가의 정체성, 즉 나라의 근간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중국의 모든 문제가 결국 공산당 일당 독재, 즉 중국이 여전히 공산국가라는 사실에 기인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5월 공개된 미국 행정부의 대의회 보고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에는 중국이 미국의 가치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 중국이 세계에 전파하려는 것은 공산주의 이념과 체제이므로 이는 미국의 가치와 체제를 전복하려는 것과 매한가지라는 주장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가시화되기 시작한 미·중 갈등은 경제적 분규를 넘어 패권 경쟁의 양상을 띤 후 급기야는 이념 분쟁 수준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국의 ‘신(新)냉전’이 시작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점친다. 김 위원은 “미국이 경제적 수단을 넘어 외교·군사 등 거의 모든 압박 수단을 중국 공산당 소멸 시까지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소련에 대한 강한 압박을 통해 소련의 붕괴를 유도했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악화일로의 미중관계: 경제 분쟁을 넘어 패권 및 이념 갈등으로》(정세와 정책 332호, 김기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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