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전화 폭주’ 없애 1만4000개 고객사 사로잡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6 11:00
  • 호수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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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으로 스타트up(끝)] ‘해피톡’으로 고객 응대 해결사 자처한 엠비아이솔루션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입니다.’ ‘상담전화가 폭주해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온라인몰, 금융기관, 관공서 등의 콜센터에 전화했다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애꿎은 통화연결음에 대고 한숨을 푹푹 쉬다가 상담직원과 통화하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휴대전화를 내려놓기 일쑤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당장은 상담직원과 통화하기 어렵다’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안내에 ‘채팅, 챗봇 등으로도 상담 가능하다’는 내용이 덧붙고 있다. 채팅상담은 말 그대로 직원이 인터넷을 통해 고객 문의에 답변하는 형식이다. 굳이 상담직원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상담은 챗봇이 해결한다. 챗봇은 채팅과 로봇의 합성어로 메신저 등을 통해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이런 온라인·모바일 상담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확산해 왔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뒤로는 폭증세다. ‘비대면 시프트’에 충분히 준비돼 있던 전자상거래 업체 매출이 급성장한 영향이다. 역시 비대면 고객 응대 솔루션 분야를 5년여 전부터 개척해 이끌어온 엠비아이솔루션이 패러다임 전환 속 과실을 수확하는 모습이다. 

서울 마포에 위치한 엠비아이솔루션 사무실 모습 ⓒ엠비아이솔루션 제공

코로나19 이후 ‘해피톡’ 이용 폭증  

엠비아이솔루션은 2016년 2월 사업을 시작한 중소기업이다. 다양한 메신저와 연동 가능한 고객 상담 채팅 솔루션 ‘해피톡’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2017년 7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8년 18억여원, 2019년 22억여원으로 늘어났고, 2020년(예상치)엔 60억여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지금까지 투자받은 금액은 총 50억여원이다. 모든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맨 2020년에도 엠비아이솔루션은 채용을 멈추지 않았다. 2019년 37명이었던 직원 수는 2020년 말 기준 50여 명으로 늘어났다. 

김범수 엠비아이솔루션 대표는 “예컨대 과거에 생산자, 농수산물도매시장, 도매업자, 중간도매업자, 소매업자, 고객 등으로 이어지던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전자상거래 급증에 따라 생산자, 플랫폼, 고객으로 급격히 단순화하는 추세”라며 “이 지점에서 생산자도, 플랫폼도, 고객도 각각 접점을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유지하려는 욕구가 커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온라인·모바일상에서 기업과 고객의 접점, 즉 비대면 고객 응대를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해 오던 일을 더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엠비아이솔루션의 누적 고객사는 1만4000여 곳이다. 쿠팡·SSG닷컴·현대홈쇼핑·하이마트·배달의민족 등 유통 분야부터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삼성증권·토스 등 금융, 밝은성모안과·아이디병원 등 의료, 모두투어·여기어때 등 여행에 이르기까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산업 전반에 엠비아이솔루션의 해피톡이 활용되고 있다. 이케아·샤넬·페덱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해피톡으로 한국 고객을 응대한다.  

사업 규모나 업종을 막론하고 비대면 고객 응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기업들에 해피톡은 한 줄기 빛이었다. 해피톡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웹 채팅(해피톡)은 물론 카카오톡·네이버톡톡 등 채널로도 고객들을 응대한다. 고객이 자주 하는 질문에는 상담원 없이 챗봇을 통해 자동으로 답한다. 

ⓒ엠비아이솔루션 제공

해피톡 이용한 채팅상담 1분 내 끝나
해피톡이 제공하는 ‘해피봇’ 시스템은 미리 질문·답변 시나리오를 작성해 뒀다가 활용하는 룰베이스(Rule-based·시나리오형) 챗봇이다. ‘고객 정보·상담 이력’ ‘주문 정보 연동’ 등 부가 기능을 활용하면 단순 정보 전달은 물론 더 세밀한 상담도 챗봇으로 해결할 수 있다. 상담직원이 1명인 기업이 해피봇을 이용할 경우 평균 84.8%의 고객 문의에 자동응답할 수 있었다고 엠비아이솔루션 측은 설명했다. 

엠비아이솔루션 추산 2000만여 명에 이르는 누적 피상담자도 톡톡히 혜택을 입었다. 엠비아이솔루션이 네이버 페이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기존 통화상담의 경우 고객센터에 전화하고 상담원이 받기까지 3분50초, 이후 응대 종료까지 6분18초 걸렸다. 그러나 해피톡을 이용한 채팅상담은 1분 내로 끝났다. 

강보성 엠비아이솔루션 팀장은 “해피톡은 고객 편의성과 함께 상담직원의 업무 효율성도 대폭 증대시킨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상담직원들이 음성으로 고객을 응대하다 보면 밀리는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고 감정 소모도 많아진다. 해피톡을 이용하는 상담직원은 한 번에 채팅상담 여러 건을 진행할 수 있고 목소리 안내도 하지 않아 편하다”며 “특히 해피톡은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상담 템플릿은 기본이고 자동 완성, 악성 고객의 폭언을 막을 금지어 등록 등 상담직원에게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2018년 10월부터 콜센터 전화상담 대신 채팅상담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한 결과 월평균 15%에 달했던 이직률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엠비아이솔루션 직원 50여 명 중 절반은 개발자다. 좋은 개발자가 눈에 띄면 따로 채용 인원 수를 정하지 않고 모셔오고 있다. 그만큼 엠비아이솔루션이 기술 향상과 고객 편의성 제고에 매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대표는 “처음 사용하는 고객의 사용자 환경·사용자 경험(UI·UX)을 개선하는 작업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면서 “기업의 규모·성장 단계별 고객 응대 솔루션, 음성-채팅 상담 통합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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