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진찰의사 “보호기관이 내가 조언한 생존기회 무시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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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내염 진단 논란’ 휩싸인 A원장 ”체중검사 필요성 전달”…보호기관은 “전달받은 적 없다”

양부모의 학대로 지난해 10월 숨진 정인이를 진료한 의사가 외부 기관의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학대 현장조사를 맡은 아동보호기관이 본인의 조언을 무시하고 추가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 해당 의사는 추가 검사에 대해 “정인이를 살릴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반면 아동보호기관은 추가 검사 조언을 들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정인이 조사를 담당한 아동보호기관은 서울시 위탁단체인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이다. 이곳은 정인이에 대한 학대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23일 세 번째 신고가 접수됐을 때,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양부와 정인이를 데리고 서울 강서구 H소아과를 찾았다. 이 소아과의 A원장은 1월7일 시사저널에 이메일을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월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이의 묘지에 사진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1월6일 오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이의 묘지에 사진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체중검사 분명히 설명했는데 시행 안 됐다”

A원장은 “양부와 아동보호소(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에게 정인이의 2개월간 0.8kg 체중감소와 관련해 큰 병원에서 별도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분명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보호소 직원은 내 조언을 무시하고 별도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인이를 먼저 진찰한 강서구의 또다른 E소아과 원장은 “아동의 영양 상태가 부족하고 체중이 0.8~1kg 감량돼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또 정인이의 입 안에는 학대 결과로 추정되는 상처가 나 있었다고 한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해보면, 그때 경찰 요청으로 투입된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은 E소아과 원장과 통화를 하고 상황을 전해 들었다. 그 다음에 H소아과를 당일 방문했고, 이틀 뒤인 9월25일에 또 들렀다. 

A원장은 “나는 당연히 큰 병원에 정인이를 데리고 가 확인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 체중 관련 검사가 시행됐으면 X선 검사를 통한 미세골절과 빈혈, 혈뇨 등을 확인한 뒤 아동학대로 확진돼 즉시 격리 조치됐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아마도 이게 정인이가 마지막으로 살 수 있는 기회였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원장은 이어 “올 1월5일 아동보호소에 가서 문의한 결과, ‘작년 9월23일 (체중 관련) 검사해야 된다는 내용은 접수됐다’고 들었지만 ‘9월25일 원장님(A원장)이 정인이의 입안 증상이 호전돼 이번만 약을 먹으면 된다고 해서 검사를 안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A원장은 “아이 돌보는 아동보호소 직원이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2개월 사이에 체중이 0.8kg 감소했는데 입 증상이 좋아졌다 해서 검사를 안 했다니 말이 안 나온다”고 했다. 본인은 추가 검사 필요성을 전달했는데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이 묵살했다는 취지다.

 

“체중검사 말한 적 없어…들었다면 시행했을 것”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해당 기관 현장조사 팀장은 시사저널에 “A원장이 ‘큰 병원에 가서 체중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런 말을 들었다면 당연히 정인이를 데리고 추가 검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언론을 통해 A원장의 발언이 보도되고 있는데 우리가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입장에 있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A원장은 사건 초기 ‘정인이의 학대 상처를 구내염으로 오진했다’는 비난에 휩싸인 당사자다. 구내염은 면역력 저하나 세균 감염 등으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학대로 인한 외상이 원인이 될 수 있으나 같은 개념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A원장은 “나는 사건 당시 정인이 입 안 상처와 구내염 모두에 대해 소견을 밝혔고, 이 둘을 모두 치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실은 객관적 자료인 진료기록과 처방전 등에 정확히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인이의 입 안 상처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고, 구내염은 약을 처방하면 호전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돼 필요한 약 등을 처방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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