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때 55km 떠내려갔다 극적 생환한 ‘구례 소’, “새끼 낳았소”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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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소주인, 5일 암송아지 출산 소식 전해 와
지난해 8월 섬진강 홍수 때 구례→남해 무인도 표류
“소띠 해 출산에 기뻐…희망 잃지 않고 좋은 일 기대”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때 전남 구례에서 경남 남해 앞바다까지 떠내려갔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던 한우가 신축년 새해 벽두인 5일 암송아지를 출산해 화제다. 소주인 조선재(59·구례읍 양정마을)씨는 6일 “신축년 소띠 해를 맞아 전날 건강한 암송아지를 출산해 정말 기쁘다”며 카카오톡으로 출산소식과 사진을 시사저널에 보내왔다.

사진 속의 새끼는 연한 주황색 조끼를 입고 연신 어미소의 젖을 빨고 있었다. 태어난 지 하루 지난 송아지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말끔한 모습이다. 어미소도 송아지가 다칠세라 눈을 떼지 못했다.

전남 구례군 소 주인이 보내 온 암송아지 모습. ⓒ선재농장
전남 구례읍 양정마을 소 주인이 보내 온 암송아지 모습. ⓒ선재농장
전남 구례군 소 주인이 보내 온 암송아지 모습. ⓒ선재농장
전남 구례읍 양정마을 소 주인이 보내 온 암송아지 모습. ⓒ선재농장

지난해 8월 7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구례 읍내를 흐르던 서시천의 제방이 무너져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불과 한 시간 만에 봉동리 일대가 5m 높이까지 침수됐다. 이 때 조씨가 키우던 암소 세 마리도 섬진강 급류에 휩쓸렸다. 

이들 소가 마주한 것은 홍수로 성난 섬진강이었다. 세찬 물살에 몸을 맡겨 떠내려가다가 두 마리는 섬진강 하구 경남 하동 갈사만에, 이번에 송아지를 출산한 암소는 남해시 고현면 갈화리 소재 무인도인 난초섬에 각각 닿았다. 구례읍 축산단지로부터 무려 55㎞나 떨어진 곳이었다. 

이 암소는 난초섬에서 무인도를 지나던 어선 선장에게 발견된데 이어 8월 11일 극적으로 구조됐다. 표류한 지 4일 만이다. 남해군과 남해축협, 갈화 어촌계원들은 암소 소식을 듣고 바지선과 어선을 가지고 난초섬에 들어가 탈진한 소를 데려왔다.

구조당시 암소의 나이는 16개월, 무게는 450㎏으로, 임신 4개월이었다. 남해군은 식별 번호표를 통해 구조 다음날 구례의 소주인에게 무사히 인계했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축사 지붕이 찢겨나간 구례읍 양정마을 선재축산농장 ⓒ시사저널 정성환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침수로 지붕이 처참하게 찢겨 나가고, 축사가 텅텅빈 전남 구례읍 양정마을 선재축산농장 ⓒ시사저널 정성환
​지난해 8월 11일 남해군, 남해군축협, 고현면 갈화어촌계원 등이 난초섬에서 전남 구례군 암소를 구조하는 당시 모습. ⓒ남해군​
​지난해 8월 11일 남해군, 남해군축협, 고현면 갈화어촌계원 등이 난초섬에서 전남 구례군 암소를 구조하는 당시 모습. ⓒ남해군​

극적으로 생환한 암소는 ‘지붕 위의 소’와 함께 수해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마을 주민들과 수재민에게 위안을 주며 ‘불멸의 한우’로 구례의 상징이 됐다. 함께 떠내려갔다가 하동 갈사만에서 구조된 어미소 한 마리는 이달 15일쯤, 또 다른 암소는 다음 달 출산을 앞두고 있다. 소주인은 앞으로 지금까지 부른 식별번호 ‘55번’ 대신 구조됐던 섬 이름을 따서 ‘난초우’라고 명명할 계획이다. 

소주인 조선재씨는 “폭우로 한우 120여마리 중 100여마리를 잃었지만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녀석이 용케 살아와 신축년 소띠 해를 맞아 건강한 암송아지까지 낳아 기쁘다”며 “새해에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위축된 경기가 살아나고 농가경제의 주름살도 펴지길 바란다”고 했다. 

조씨는 이어 “거친 물살에도 필사적인 생존 의지를 발휘한 소처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다 보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남해군 관계자는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구조했던 기억이 떠올라 더 큰 보람을 느낀다”며 “소띠 해를 맞아 소중한 암송아지가 태어난 만큼 남해군과 전남 구례군에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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