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과 집행유예 가른 이재용의 결정적 아킬레스건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8 15: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동적 뇌물’ 아닌 ‘적극적 뇌물’이란 판단 결정적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운영, 양형에 반영 안 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피고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결을 선고한다. 주문.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이재용, 최지성, 장충기를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에 처한다.” 

결론은 실형이었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월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을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했다.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2019년 8월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86억원을 뇌물로 건넨 사실을 확정했다. 남은 것은 딱 하나 형량이었다.

뇌물 성격이 핵심 변수로 작용

무엇이 이 부회장을 징역형이라는 실형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했을까.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금품이 정권 압박에 의한 ‘수동적 뇌물’이었는지, 아니면 정권의 도움을 받기 위한 ‘적극적 뇌물’이었는지의 여부였다. 대법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비슷한 시기 이 부회장처럼 박 전 대통령에게 70억원의 뇌물을 건넸다고 인정했지만, 그 성격이 ‘수동적 뇌물’이었다고 판단해 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경우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이 대목이 이 부회장에게는 결정적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묵시적이긴 하나 승계 작업을 돕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 청탁을 했음을 인정했다. 86억원이 넘는 삼성전자의 자금을 횡령해 뇌물을 제공했고, 허위 용역계약을 체결해 범행을 은폐하고, 국회에서 위증한 사실도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는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법대로라면 원칙상 이 부회장은 실형을 살아야 한다. 3년 이상의 징역형은 집행유예 선고가 되지 않는다. 다만 형법에는 판사가 재량으로 형을 깎아줄 수 있는 ‘작량감경’이란 조항이 있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재판부가 형량을 징역 3년 이내로 깎아주고, 이를 근거로 집행유예 선고를 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설치·운영을 양형에 참작하지 않았다. 준감위가 실효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결론이었다. 재판부가 사후적으로 준법경영을 약속했다고 해서 선처의 근거로 삼는다면 불법행위를 단죄하는 사법 정의의 실현은 불가능하게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 준법감시위, 실효성 충족 못해”

당초 준감위는 이 부회장의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가를 최대 변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재판부가 “준감위의 실효성을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들의 준법경영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독립적 위원회로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준법감시위 활동을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재판부 결정에 크게 반발하면서 재판이 9개월간 공전되기도 했다. 재판 재개 이후에도 준감위를 두고 재판부와 특검팀은 사사건건 부딪혔다.

다만 재판부는 자금 횡령이 박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명의로 후원을 요구했기 때문이고,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절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측면에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 6개월이라는 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무상 횡령 피해액 전부가 회복된 점도 반영이 됐다. 

한편 앞서 국정농단의 핵심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14일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확정 받았다. 이날 이어진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는 국정농단과 관련한 사법적 심판의 큰 줄기가 마무리되는 의미를 지닌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