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에 주저앉은 이재용…삼성 총수 공백에 재계 ‘충격’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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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삼성, 당혹감 속 침묵…“재상고 여부 검토”
재계 “경영공백 현실화…한국경제 악영향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되면서 삼성은 물론 재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이 부회장은 선고 직후 법정 구속을 앞두고 자리에 주저앉으며 재판 결과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재계는 성명을 내고 삼성의 총수 부재 현실화에 따른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다. 

 

이재용, "할 말 없다" 충격 속 정면응시

이 부회장은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을 앞두고 "할 말이 없다"며 진술 기회를 생략했다.

재판부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을 명령한 뒤 법정을 떠나자 이 부회장은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이 부회장은 이후 등을 돌린 채 변호인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곧바로 법정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수감 관련 절차를 거친 뒤 서울구치소로 이송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2018년 국정농단 사건 재판 과정에서 350여일 간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약 3년 만에 재수감 신세가 됐다.

이날 이 부회장은 선고를 약 20분가량 앞둔 오후 1시40분께 회색 넥타이와 남색 코트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4년 만에 선고인데 심경이 어떻나', '만일의 상황에 대해 경영 지시한 게 있느냐', '준법감시위 실효성을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보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선고를 앞둔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입장하자 눈을 질끈 감고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설명한 뒤 이 부회장을 일으켜 세워 "징역 2년 6개월 실형에 처한다"고 선고하자, 이 부회장은 그대로 굳은 채 특검 측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선고 공판 직후 재판부의 판단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 부회장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인재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부정한 재판부의 판단과 재상고 여부에 관련해서는 "판결을 검토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일인 1월18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일인 1월18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 연합뉴스

삼성, '총수 공백' 최악의 시나리오…재계 반발

삼성전자는 총수 구속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됐다. 삼성은 이 부회장 부재에 따라, 즉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에도 총수 중심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계열사 CEO들과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며 '뉴삼성' 도약을 시도했지만, 또 한번 총수 부재가 현실화 하면서 혼란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나 굵직한 인수·합병(M&A) 등은 상당기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가 나오자 재계는 즉각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 부회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경제를 지탱하는데 일조해 왔는데, 구속 판결이 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또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부디 삼성이 이번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지속 성장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 부회장이 법정구속된 데 대해 "삼성그룹의 경영공백이 현실화 됐다"고 우려했다. 경총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정책 가속화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심화될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글로벌 기업의 적극적인 사업확장과 기술혁신으로 신산업분야 등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 차질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행정적 배려를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관계자가 재판 결과를 들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관계자가 재판 결과를 들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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