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정말 주가 하락의 원흉일까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6 10:00
  • 호수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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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금융] 제도 폐지보다 문제점 보완이 적절

오래전에 ‘대주(貸株)’라는 제도가 있었다. 증권회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빌려줘 팔 수 있게 한 제도인데 원리가 ‘공매도’와 똑같다. 차이가 있다면 대주는 주식을 빌려주는 곳이 증권사에 국한되지만 공매도는 증권사를 비롯해 투신사, 연기금까지 주식을 가지고 있는 모든 곳이 대상이 된다는 점 정도다. 따라서 공매도가 대주보다 넓은 개념의 제도라고 얘기할 수 있다.

대주를 둘러싸고 이상한 일도 있었다. 1991년에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자 증시 부양 차원에서 대주 제도를 없애자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커졌다. 가뜩이나 시장이 좋지 않은데 주식을 빌려서까지 내다 파니 주가가 더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논리였다. 

결국 투자자들의 요구로 대주 금지 조치가 시행됐다. 그런데 이듬해 증시 부양 대책으로 대주 제도를 부활하자는 요구가 나왔다. 주식을 빌려서 팔았으면 다시 사야 하는데 그 경우 주가가 상승하지 않느냐는 이유에서였다. 그 덕분에 금지됐던 제도가 1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똑같은 제도를 놓고 해석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제도에 대한 판단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공매도가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로 금지했던 공매도를 오는 3월16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동학개미들은 공매도가 3000을 넘어 드디어 궤도에 진입한 우리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러스트 정찬동
ⓒ일러스트 정찬동

공매도의 3가지 문제점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공매도의 혜택이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에 집중되고, 이들이 매도할 때 주가 변동성이 커지며, 그 피해를 정보에 취약한 일반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불만이었다. 

일반투자자 중에서 공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결제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줄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 왜 일반투자자가 공매도에 참가하기 힘들 정도로 규정을 엄격하게 만들었을까? 

공매도는 매수와 달리 손해액이 정해지지 않는다. 신용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어떤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매수해 입을 수 있는 최대 손실 규모는 투자액이 전부다. 반면 삼성전자를 빌려서 매도할 경우 주가가 상승했을 때 입을 수 있는 손실은 무한대가 된다. 주가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다. 이런 성격 때문에 개인은 공매도의 위험을 감당하기 힘들다. 최악의 경우 매매 시스템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어 규정을 엄격하게 만든 것이다. 

공매도가 없을 때보다는 있을 때 주가 변동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변동의 정도인데, 실제 공매도가 얼마만큼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치 않다. 만약 공매도라는 수급 요인 탓에 주가가 떨어졌다면 차후에 그 부분은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 그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가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는 투자의 기본 틀이 작동하지 않는 게 되기 때문이다. 

주가 변동은 시장 전체보다 종목 단위로 나타난다. 그동안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종목이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크게 떨어진 적이 없었다. 이런 종목들은 공매도가 나와 주가가 떨어지면 많은 투자자가 매수에 나서 주가를 다시 끌어올린다. 문제가 되는 건 대부분 규모가 작거나 대형 기업 중 기업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되던 종목들이다.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하고, 두산그룹의 재무 상태에 문제가 생기자 공매도가 몰렸다. 그 영향으로 주가가 4000원대까지 하락했다. 상황이 바뀌면서 공매도가 반대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했다. 두산중공업을 공매도했던 곳이 주가 상승으로 손실이 커지자 서둘러 주식을 사들였고 그 과정에서 주가가 3배 이상 상승했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공매도가 문제라는 인식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공시 제도 강화나 기업 분석자료의 공정성 개선을 통해 개선해야지 공매도 제도를 없앤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보의 비대칭성, 공시 강화로 해결해야

공매도도 나름대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대주주와 경영자에 대한 압력 수단이 된다. 기업 경영을 잘못할 경우 주식을 빌려서라도 팔겠다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영을 시장 친화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기관이 기업을 감시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의 원칙)보다 더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된다. 

공매도가 실제 주가를 얼마나 끌어내리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2015~19년까지 5년간 498조원의 공매도가 시행됐다고 한다. 해당 기간 거래대금 합계 1경1427조의 4.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5%가 되지 않는 공매도가 시장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물론 특정 기간이나 시점에 과다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지속적인 형태를 이루기는 어렵다. 

공매도에 관해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고치는 게 맞다.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공매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거래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공매도도 범위를 좀 더 넓혀주는 게 맞다. 연기금 등이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주지 않는다면 증권회사가 이를 차입해 개인에게 다시 빌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문제가 있는 부분은 보완할 생각을 해야지 제도 자체를 거부하면 안 된다. 주가는 언제든지 오르고 떨어질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질 때 경제나 기업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야 하는데, ‘공매도가 원흉’이란 자세로 접근한다면 시장을 이해하고 올바른 투자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래 제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100명이 참여해 결정된 가격이 10명이 참여해 결정된 가격보다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여러 나라에서 공인된 제도다. 그래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MSCI)는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면 해당 국가를 선진국지수에 편입시켜주지 않는다. 공매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자리를 잡았다. 시장이 발전하면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제도가 논란 때문에 시행이 미뤄지거나 사라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코스피가 3000을 넘은 지금, 매매 제도 하나를 정상화시키지 못한다면 언제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까? 아마 그 시간은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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