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배달 앱 시장, ‘요기요’ 매각으로 지각변동 시작됐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7 10:00
  • 호수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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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나온 ‘2조 매물’ 요기요, 누가 품을까
요기요 인수 후보로 거론된 플랫폼 기업들의 면면 주목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다. 조선시대엔 해장국이 배달됐다. 치킨이 없었던 1930년대 배달 음식의 쌍두마차는 설렁탕과 냉면이었다. 배달원이 나무판에 냉면 그릇과 육수 주전자를 얹고, 자전거를 한 손으로 타면서 음식을 배달했다. 중국집이 등장하면서 배달 음식의 대명사는 ‘짜장면’이, 배달원의 대명사는 ‘철가방’이 됐다. 곧이어 집 앞으로는 매일 아침 우유와 요구르트가 배달됐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안방으로 배달되는 가짓수도 늘어났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속도가 중요해졌다.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전화가 들어오면서,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배달 시장은 본격적으로 커졌다. 2021년 현재, 배달은 익숙한 존재를 넘어 필수 존재가 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배달 시장은 더욱 덩치를 키웠다. 매달 1조6000억원(통계청, 지난해 11월 기준)이라는 막대한 금액이 음식 배달 시장 속에서 움직인다. 2020년 전체 시장 규모는 11조6000억원에 달한다. 배달 시장의 성장은 스마트폰 속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이끌고 있다. 배달 플랫폼 시장의 판도를 주목해야 하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라이더들이 음식 배달을 하기 위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라이더들이 음식 배달을 하기 위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공정위가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내건 이유

배달 앱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된 것은 2019년. 2위 사업자인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가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인수·합병이 성공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9% 이상을 하나의 업체가 차지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에 나섰다. 2020년 12월 결과가 나왔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쉽게 말하면 배달의민족을 가져가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게 공정위의 주문이다. 공정위는 두 서비스의 합병이 국내 배달 앱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봤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간의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고 음식점 수수료가 인상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업체 입장에선 요기요를 가져가기만 하면 업계 2위로 단번에 올라설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배달 앱 시장의 2위 사업자를 품기 위해 플랫폼 기업과 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검토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 누가 요기요를 지켜보고 있을까. 업계에서 추산하는 요기요의 기업 가치는 2조원. 조 단위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물망에 먼저 오른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요기요의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이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아직 배달의민족과 시장 경쟁을 유도할 정도의 유의미한 경쟁자가 아니다’고 판단한 곳들이라는 점이다.

 

“플랫폼 위상 강화를 위한 기회”

먼저 네이버. 꾸준히 배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우아한형제들 지분 4.7% 소유자이자,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을 서비스하는 메쉬코리아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지금은 네이버가 배달 앱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계약’으로 인해 길이 막혀 있지만, 보유 주식을 전부 매각할 경우 배달 앱 시장 진출 가능성이 생긴다. 네이버로 검색하고 바로 주문할 수 있는 ‘네이버 톡톡 간편 주문’으로 프랜차이즈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길도 이미 텄다. 업계가 네이버는 언제든지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배경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간편 주문을 시장 경쟁을 유도할 정도로 유의미한 경쟁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2019년 거래 실적이 배달의민족의 1%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로서는 요기요 인수가 간편 주문 서비스의 질과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네이버는 이미 해외에서 배달 앱을 인수한 전력이 있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은 일본의 최대 배달 서비스인 데마에칸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라인이 일본에서 운영 중인 배달 서비스 ‘라인 데리마’에 더해 일본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웠다. 태국에서도 최대 메신저인 라인을 기반으로 음식 배달, 택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맨’을 운영하고, 현지 리뷰 검색 플랫폼 업체 ‘웡나이’와 합병하는 등 아시아 전역으로 음식과 관련된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다음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배달을 이미 중개하고 있다. 2017년부터 제공하는 서비스인 ‘카카오톡 주문하기’ 서비스다. 착한 배달을 슬로건 삼아 건당 1.5%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지역 음식점과의 접점을 늘렸다. 누가 뭐라 해도 카카오의 가장 큰 무기는 카카오의 시작이자 정체성이기도 한 카카오톡이다. 지금까지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왔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톡 스토어 등으로 핵심 전력을 만들어온 카카오가 ‘배달’이라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또 한 번의 ‘연계’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2017년 진입 후 정체 상태를 보이며 점유율이 1% 미만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이라 ‘충분히 전국적으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공정위의 평가를 받았지만, 요기요를 인수한다면 서비스의 즉각적인 확대가 가능하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플랫폼 위상 강화를 위해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며 “네이버는 인지도가 낮은 네이버 간편 주문을 단번에 끌어올리며 플랫폼 내 서비스 간의 시너지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딜 추진의 의의가 크다”고 분석했다. 또 “카카오는 카카오톡 연동을 통해 인수 후 1위와의 격차를 가장 빠르게 줄일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자”라고 했다.

전국 단위의 시장망 구축 가능해져 

아직 경쟁력은 약하지만, 불과 2년 만에 배달 앱 시장 3위로 올라선 쿠팡이츠도 있다. 누적 적자가 걸림돌이지만, 월 사용자 수가 쿠팡이츠의 3배(2020년 12월 기준)에 달하는 요기요는 쿠팡에도 매력적이다. 쿠팡은 아직 전국 단위의 시장망을 구축하지 못했다. 가장 큰 약점이다. 공정위도 이 부분을 짚었다. “최근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아직 5% 미만이다. 수도권과 광역시 외에 상대적으로 주문 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까지 쿠팡이츠가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주문 한 건당 한 집 배달’이라는 차별성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었지만, 아직 전국 단위의 배달을 할 수 없다는 부족함을 요기요 인수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이 쿠팡의 인수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다. 쿠팡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가 미국 최대 음식 배달 서비스 도어대시에 7500억원을 투자한 것도 그 가능성을 더한다. 도어대시가 상장하면서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도어대시 지분의 가치는 투자액의 17배로 불어났다.

신선식품 배달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신세계, ‘롯데이츠’를 통해 배달 앱 시장에 욕심을 드러낸 롯데 등 유통 대기업도 거론된다. 다만 이들은 자사 물품과 음식을 제공하고 배송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인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에 비해 시너지가 약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외에 음식 배달 사업에 주력 중인 우버, 5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중국 최대의 배달 앱 서비스 메이투안, 동남아의 그랩 등 해외 기업이 인수자로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해외 기업으로의 매각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국의 배달 앱 시장 성장세는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인구가 한국의 2.5배인 일본의 음식 서비스 온라인 지출액이 2020년 12조원 규모인 것을 감안할 때, 한국 시장(2020년 11조6000억원)은 초고성장을 구가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요기요는 자본력이 있는 기업이 전략적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딜리버리히어로가 전략적 신사협정을 통해 시장을 양분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기업이 인수전에 참전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해외 기업이 배달 앱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한다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매각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대다수의 기업이 요기요 인수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물리적 시한이 다가올수록 계산기를 두드리는 움직임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요기요 인수가 배달 앱 시장의 판도를 요동치게 만들 것은 분명하다. 해외 사례에서도 이 같은 점은 입증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시장이 급성장한 미국에서는 적극적인 M&A가 시작됐는데, 이후 업계의 판도는 크게 달라졌다. 2위 도어대시가 2019년 경쟁사 캐비어를 인수하면서 1위 업체로 올라섰고, 3위였던 우버이츠도 4위 포스트메이츠를 인수하면서 2위로 부상했다. 요기요 매각을 계기로 한국의 배달 앱 시장은 어떤 변화의 판도를 보이게 될까. 요기요는 2021년 가장 주목받는 매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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