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희롱’ 인정에 난감해진 與…보궐선거 변수될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1.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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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측, 민주당에 “책임질 시간” 압박
‘미투’ 이슈 재점화 되며 보궐선거 판세 영향줄 듯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월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월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성희롱 행위 일부를 인정하면서 보궐선거 판세에 변수가 될 지 촉각이 쏠린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두 전직 시장에 대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로 치러지는 만큼, 여권은 인권위 판단에 따른 향후 행보에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미투 정국에 따른 부담은 한층 더 커지게 됐다.    

 

박 전 시장 피해자 측 "이제 책임질 시간"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변호인단·피해자 지원단체는 인권이 판단이 나온 25일 입장문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보통의 성희롱 사건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로도 박 시장의 A씨에 대한 인권침해를 사실로 인정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질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지원단체는 성희롱 사실이 인정된 만큼 고소 사실 및 피해자의 지원요청 사실 누설과 관련된 이들은 직을 내려놓고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책임있는 후속 대응을 압박했다. 단체는 "가해자가 소속됐던 당이자 집권 여당이고 다수당인 민주당은 지금까지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했다"며 "가해자가 속해있던 정당으로서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사안을 축소, 은폐하려 했던 모든 행위자를 엄단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 A씨는 이날 "4년 동안 많이 힘들었다. 지난 6개월은 더 힘들었다"면서도 "인권위 발표에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고 우리 사회가 변화해 나아가야 할 부분이 언급돼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인정, 진실규명이 중요했지만 피해 사실이 세세하게 적시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 기관에서 책임 있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시간들"이라며 "이 시간이 우리 사회를 개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전날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 보고 안건을 심의한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를 사실로 인정하며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나온 증거와 이를 본 참고인들의 진술, 두 사람의 불평등한 직장 내 권력관계를 근거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김태년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김태년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 보궐선거 앞두고 '미투' 재점화에 곤혹

민주당은 박 전 시장 피해자에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전하며 보궐선거를 앞두고 재점화 된 '미투 정국'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전날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같은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투로 촉발된 선거 국면이 진보 진영에 불리한 구도로 전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서면 논평을 내고 "피해자와 서울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2차 피해 없이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인권위의 권고사항을 이행하겠다. 국회에서도 성인지 강화와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성인지적 정당문화를 위해 더 낮은 자세로, 더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하겠다.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으로 공당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은 일제히 박 전 시장과 김 전 대표 사건을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타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보궐선거가 임박할 수록 이에 대한 공세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전날 박 전 시장과 김 전 대표 관련 사건을 언급하며 "전임 서울시장 성추행에 이어 이번에는 정의당 대표라니. 참담하다"면서 "인권과 진보를 외쳐온 이들의 이중성과 민낯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다른 야권 후보들 역시 일제히 진보 정당 인사들의 잇딴 성범죄를 강도 높게 질타하며 여당 심판론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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