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생각지도 못한 연기 나올 때 카타르시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1.30 15:00
  • 호수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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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의 ‘소문’으로 주목받은 조병규
“조병규의 재발견” 호평받으며 입지 다져

제목 그대로 ‘경이로운’ 작품이었다. 최근 종영한 OCN 《경이로운 소문》은 OCN 채널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드라마는 소문(조병규)과 가모탁(유준상), 도하나(김세정), 추매옥(엄혜란)으로 구성된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악귀들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특히 주인공 조병규는 전무후무한 카운터 특채생 ‘소문’으로 분해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완벽히 다진 것은 물론 “조병규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조병규는 드라마 KBS2 《후아유-학교 2015》로 데뷔한 뒤 KBS2 《뷰티풀 마인드》, JTBC 《청춘시대2》, 웹드라마 《독고 리와인드》로 눈도장을 찍고, 2019년 최고의 화제작 JTBC 《SKY 캐슬》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SBS 《스토브리그》, OCN 《경이로운 소문》까지 연속으로 흥행 홈런을 날리며 ‘2020 SBS 연기대상’ 신인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데뷔 7년 차임에도 70여 편의 작품에 참여하며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 그는 오는 2월5일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로 스크린에까지 영역을 넓히며 열일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HB엔터테인먼트 제공

큰 사랑을 받은 《경이로운 소문》이 막을 내렸다. 소감은.

“시청자들의 성원 덕분에 지치지 않고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했다. 사실 청춘을 살아가고 있는 제게 선물 같은 이 작품을 마무리한다는 게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후에 몰려올 상실감이 클 것 같아 무덤덤한 제 감정에 덜컥 겁이 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어둠 속에서 꿋꿋이 일어나던 소문이처럼 저 역시 번뜩 일어나서 많은 분께 힘을 드릴 수 있는 배우 조병규로 존재하겠다. 그리고 감독님들, 선배님들,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유준상 선배님은 그야말로 ‘주인공’이셨다. 어릴 때부터 작품 속에서 많이 봐왔는데, 이번에 선배님과 작품을 하면서 ‘주인공’은 이래야 한다는 걸 몸소 보여 주셨다. 현장의 크고 작은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고 모든 걸 컨트롤해 주셨다. 배우로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저 역시 허투루 준비하지 않고, 캐릭터에 대한 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염혜란 선배님과는 네다섯 개 작품을 함께 했는데, 같이 붙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함께해서 좋았다.”

드라마 《경이로는 소문》은 배우 조병규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후 단 한 번도 직업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지만, 분명 앞으로 무너지는 순간은 올 것이다. 그 깊은 슬럼프에 빠지는 순간 《경이로운 소문》을 떠올리면 다시 힘이 날 것 같다. 제게 다시 일어나라는 소리를 해 주는 동력을 주는 유의미한 작품이다. 지침이 되는 작품이기도 할 것이다.”

드라마를 본 지인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재미있게 봤다’ ‘시원하게 봤다’는 말을 많이 해 주더라. 소문이는 극 중 유약하고 해맑고 귀여운 요소들이 많은데, 실제 제가 귀여운 요소가 없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들은 드라마를 못 보겠다고 하소연하더라. 그리고 ‘네 안의 선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이 있나.

“부모님처럼 챙겨주시는 어르신들의 댓글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소문아 그럼 안 돼’ ‘우리 소문이 장하다’ 등등의 댓글을 볼 때마다 ‘시청자분들이 소문이를 아들처럼 아껴주시는구나’라는 생각에 뭉클했다. 부모님처럼, 형제처럼 소문이의 보호자가 돼 주신 시청자분들이 있어 소문이가 성장할 수 있었다.”

드라마 끝내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살이 많이 빠져 살을 좀 찌우려고 운동을 하고 있다. 유일한 취미가 ‘걷기’인데, 요즘은 헬스도 병행하고 있다. 가까운 친구 서너 명이 있는데 그 친구들과 커피 마시면서 드라마 얘기, 연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이 내게는 힐링이다.”

데뷔 후 휴식 없이 다양한 작품을 만나며 ‘열일’ 중이다.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가 있나.

“작품을 한다는 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소모가 크다. 그래서 많은 분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라는 조언도 해 주신다. 한데 제가 딱히 취미가 있지 않다.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다. 그런데 작품을 하면 힘든 만큼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가 기적적으로 찾아오더라. 예를 들어 생각지도 못한 연기가 발연하는 순간, 그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제로였던 에너지가 충전되고,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 에너지로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동력도 생기더라. 그래서 작품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좋아하는 배우가 있나.

“사실 너무 많은데, 지금 꼽자면 《경이로운 소문》에 함께 출연한 유준상 선배님이시다. 학문적으로 연기를 배워왔던 터라 상업 작품에 참여하면서 그 간극을 좁히지 못해 고민을 많이 했다(조병규는 안양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서울예술대학교(공연학부 연기전공)를 중퇴했다). 어려웠다. 학문에서 배운 연기의 논리를 잃지 않고 상업적인 작품에 접목시키는 배우는 이번에 처음 만났다. 그분이 바로 유준상 선배님이시다. ‘책에서 보던 배우가 실제로 존재하는구나’라는 존경심이 생기더라. 실제로 선배님께 그 존경심을 ‘고백’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감사드린다.”

곧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도 개봉한다(과학 지식 100%, 겁 200%로 똘똘 뭉친 외계인 연구 동호회 멤버들이 외계인을 찾다 생애 최고의 위기를 맞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조병규 외에 배누리, 이현웅 등이 출연한다. 영화 《악녀》의 조연출 출신 최은종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2월3일 개봉한다).

“연출을 맡은 최은종 감독님과 친구 같은 사이다. 우연히 카페에서 얘기를 하다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똘똘 뭉쳐 만들었다. 당시에 감독님이 3000만원을 투자받은 게 있었는데, 그 3000만원을 가지고 3일 만에 러닝타임 1시간 반짜리 영화를 만들었다. 한데 기적적으로 부천영화제에서 상을 받아 3000만원 상금을 타고, 또 이렇게 개봉까지 하게 됐다. 이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SF, 판타지, 추리 등 아주 다양한 장르가 복합된 영화다. 어느 한 명도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지난 연말에 SBS 신인상을 수상했다(평소 OCN 공식 SNS 계정은 조병규를 ‘아들램’이라고 칭하며 고무적인 반응을 이어왔다. 그가 상을 받자마자 “소문이의 신인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장하다 장해, 울아들램 부둥부둥. 내년에도 건강하게 엄마와 함께하자”며 기쁨을 함께 나눠 화제가 됐다).

“수상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내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감사했고, 앞으로는 더 치열하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좋은 계기가 됐다. 역시나 상의 무게는 무겁더라.”

언변이 좋다. 독서를 많이 하나.

“원래 독서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한데 요즘은 아니다. 간혹 어떤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다시 책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웃음).”

배우로서 최종 목표도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외골수 기질이 있었다. 내 생각대로 밀어붙이는 성향이 강하다. 한 인물로 고착화되지 않고, 한 단어로 정의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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