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문외한 CEO가 가는 곳마다 실적·주가 경영능력 발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2.09 10:00
  • 호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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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동생’ 이계연 삼부토건 대표 둘러싼 ‘이낙연 테마주’ 논란
SM삼환 재직 시 공공 공사 대거 수주도

이계연 삼부토건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동생인 이계연씨는 삼부토건 이전 SM삼환(삼환기업 후신) 대표이사 시절부터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논란의 쟁점은 이렇다. 이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삼부토건이 ‘이낙연 테마주’로 꼽히면서 주가 조작 세력의 먹잇감이 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씨가 어떤 역할을 했느냐다. 삼부토건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씨와 주가 조작 세력 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다만 이씨를 대표이사로 영입해 회사 및 대주주 관련 회사가 ‘이낙연 테마주 효과’를 본 것은 확실하다. 만약 사정 당국 조사 결과, 삼부토건 배후에 있는 시세조정 세력의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이씨 역시 도덕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낙연 대표 바로 아래 남동생인 이하연씨는 광주시와 전남 영광군청 등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막내동생 이상진씨는 인하대를 졸업한 뒤 알바트로스플러스라는 중소기업을 운영했다. 이 대표 형제들은 2006년 모친의 팔순을 기념해 수필집 《어머니의 추억》을 함께 내기도 했다. 책에서 이낙연 대표는 장손인 자신을 향한 집안의 기대가 컸으며, 넉넉하지 않은 집안 사정 탓에 동생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동생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도 곳곳에 담겨 있다. 책의 한 구절이다. “큰손자인 저에 대한 할머니의 편애는 아주 노골적이었다. 딸기에 대한 동생들의 설움을 제가 안 것은 한참 뒤였다. 농담을 잘하는 셋째 남동생(이계연)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딸기가 크면 빨개진다는 걸 나는 중학교 들어가서야 처음 알았네.’”

2015년 12월21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펀드출자 협약식’에 참석한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 정영준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계연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왼쪽부터)ⓒ뉴시스
2015년 12월21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펀드출자 협약식’에 참석한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 정영준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이계연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왼쪽부터)ⓒ뉴시스

이계연 가정 형편 탓 지방 국립대 진학

전남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이계연씨는 형인 이낙연 대표 못지않은 수재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머니의 추억》에서 이씨는 가정 형편 때문에 등록금이 싼 지방 국립대(전남대)로 진학했으며, 학창 시절 정수장학금을 받았기에 가까스로 대학·대학원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책에서 “수재로 소문난 큰형(이낙연)을 광주로 유학 보내는 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두 명의 누나와 작은형(이하연)은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으셨다”고 술회했다. 이낙연 대표가 언론사 기자를 거쳐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이계연씨는 직장생활을 주로 금융권에서 보냈다. 특히 그는 삼성화재 업무지원팀장, KCB(신용정보회사) 기획실장, 한화손해보험 상무 등 주로 보험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건설업 경험이 없다 보니, 그가 SM삼환 대표에 취임할 때는 논란이 꽤 일었다. 1946년 설립된 중견 건설회사인 SM삼환은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 법정관리를 받은 후 2018년 광주·전남 지역 건설업체 SM그룹의 품에 안겼다. SM그룹 오너로 있는 우오현 회장은 2019년 육군 제30기계화보병사단의 명예사단장으로 위촉돼 열병식 등 과도한 의전을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SM그룹 산하에는 삼환기업 외에도 IMF 외환위기 때 부도난 우방산업과 경남기업, 동아건설 등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하나같이 SM그룹 산하에 들어간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씨가 대표이사에 오른 2018년 SM삼환은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공사 수주도 크게 늘어났다. 국회 국토위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SM삼환은 2018년 공공부문에서 7건의 공사를 따냈다. 수주액은 2924억원으로 전년도(2483억원)보다 441억원가량 늘어났다. 2019년에도 공공부문 공사 수주액은 2659억원이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에서 막 벗어나 신용도나 실적이 태부족인 건설사가 공공입찰 공사를 대거 따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2019년 11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한 18개월 동안 SM삼환이 최소 4570억원대의 관급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SM삼환 대표 재직 시절 그의 경영능력은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관계도 원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SM삼환의 한 노조 관계자는 “두 차례의 임금 인상은 물론 성과급까지 지급해 SM그룹 내 다른 건설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면서 “남다른 노사 상생 문화를 만들어줘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퇴직 시 대표이사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고 밝혔다.

그가 삼부토건 대표이사에 취임한 데는 같은 건설기업 노조에서 활동 중인 SM삼환 노조의 추천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삼부토건 노조는 노사 동수로 구성된 회사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삼부토건 리스크관리위는 이사회에 상정되는 안건을 모두 사전에 심의한다. 이계연 대표이사의 한 측근은 “SM삼환 대표직에서 물러나 1년간 쉬고 있는 상황에서 삼부토건 노조가 찾아와 회사 경영을 맡아 달라고 해서 ‘이 정도의 노사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라면 괜찮겠다’ 싶어 제안을 수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대표 취임 이후 주가 등락이 심해지면서 그의 역할을 두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삼부토건 대표로 가는 것에 대해 사전에 형인 이낙연 대표와 전혀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부토건은 이응근, 이계연 공동대표 체제다. 두 사람 간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 기업 M&A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삼부토건 대주주와 잘 아는 지인으로부터 ‘조만간 (주가가 오르는) 호재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중 이 사람으로부터 ‘그때 말한 그 호재가 이계연 대표 영입이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삼부토건 노조가 직접 찾아와 CEO 제안해”

경기도 의정부시 ‘캠프 라과디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이는 등 이씨와 얽힌 설화는 예전에도 있었다. 주한미군 기지였던 이 부지는 지역 시민단체가 2019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공모사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SM그룹 계열사인 우방산업이 캠프 라과디아와 붙어 있는 소규모 필지를 ‘알박기’ 명목으로 매입한 일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것이다. 일부 의정부 시민단체는 “의정부시가 이계연 대표와 연관이 있는 SM그룹에 알짜배기 개발사업을 몰아주려 한다”고 반발했다. 추정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하는 개발사업은 최종 공모 결과, SM그룹과 인연이 없는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내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앞서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서 퇴직한 뒤 업무 관련성이 있는 건설사인 SM삼환 대표로 가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법원으로부터 과태료 30만원 처분을 받았다. 그러고는 한 달 뒤인 2019년 11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돌연 물러났다. 이 때문에 형인 이낙연 대표가 대선 출마를 본격화할 경우 논란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용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회사 주변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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