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념 과신하지 말고, 내 불의를 의심하라”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0 11:00
  • 호수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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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의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프레임은 집단사고를 고취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래서 집단사고는 다양한 판단의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진영의 이익과 일치하는 하나의 판단만을 정답으로 간주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졌던 조국 사태, 윤미향과 정의연 사태, 추미애와 윤석열의 갈등 같은 뜨거운 이슈들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철저하게 그가 속한 진영에 따라 결정되는 광경을 보았다. 각 사안마다 판단이 다를 수도 있을 텐데, 어쩌면 그렇게도 진영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양분되는 것인지 놀라울 정도다.”

1990년대부터 방송,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을 통해 활발히 정치평론을 해 온 1세대 정치평론가 유창선씨가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를 펴내며 극단과 광기가 난무하는 현 정치 상황을 비판했다. 정부는 대화와 타협은커녕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행태를 계속해 왔고, 집권세력은 우리만이 선이고 우리만이 옳다는, 성찰과 회의를 모르는 독선의 정치를 해 왔으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내로남불의 정치를 해 왔다며.

유창선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 320쪽 / 1만6000원
유창선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 320쪽 / 1만6000원

양극단 주장을 일단 의심하는 균형 있는 태도 주문

“서로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민주주의자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정치적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경멸의 감정이 여과 없이 표현된다. 이는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해 자신의 생각만을 절대적 진리로 여기는 ‘정치적 신앙인’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유씨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소통과 공론의 장이 사라져 서로가 극단적인 자기주장만 반복해서 외친다고 개탄한다. 더구나 그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리더십은 작동하지 않고, 우리는 과거보다 심하게 분열된 채 극단의 시대에 갇혀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신념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성찰할 줄 모른다. 이들은 아무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해도 귀를 닫아버린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옳고 내가 선이라는 신념을 지켜야 불굴의 정신세계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을 과신하지 말고 내가 행했을 수 있는 불의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유씨는 프랑스의 철학자 제라르 벵쉬상이 ‘내가 정의롭다고 믿을수록, 또 이러한 믿음에 만족할수록 나는 덜 정의롭다’고 말한 대목을 인용하며, 정치인들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균형 있는 태도를 지닐 것을 주문한다.

“음모론에 맞서 진실을 찾는 노력은 우리 사회의 이성을 지키는 길이다. 진실을 찾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극단적인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사실을 우선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신념은 시간이 가면 변하는 주관적인 것이지만,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 객관적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양극단의 주장을 일단은 의심하면서 나의 눈과 귀와 머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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