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륭 “혁신적 포용국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안”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4 07:30
  • 호수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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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경륭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북유럽의 ‘노르딕 모델’ 주목해야”

성경륭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주요 정책의 기틀을 짠 인사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정책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최저임금 인상은 그가 2017년 출간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구상: 포용국가》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성 전 이사장은 “사회적 약자를 국가가 보듬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게 포용국가의 개념”이라면서 “혁신적 성장과 사회보장 정책을 병행하는 북유럽의 ‘노르딕 모델이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상황은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안전판’ 차원에서 포용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성 전 이사장은 “위기 상황일수록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과감하게 재정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 전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포용국가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 달라.

“포용국가는 사회적 약자를 껴안아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다. 한국은 그동안 국가 주도로 재벌을 키워 성장했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경제가 발전 모델이었다. 하지만 이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다. 일감 몰아주기와 대기업의 갑질, 양극화 등 수많은 경제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행복지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노인 빈곤율이나 자살률은 현재 한국이 OECD 국가 중 1위다.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혁신적인 시장경제와 사회보장 정책을 병행해 발전하고 있는 북유럽의 ‘노르딕 모델’이 포용국가의 롤모델이다.”

복지를 더 늘리자는 것인가.

“무조건 퍼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영국이나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시장경제 모델의 핵심 원리는 무한경쟁과 성과 중심주의다. 이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양산됐다. 노르딕 모델은 자유시장 경제와 사회보장 정책을 표방하는 복지국가의 중간이라고 보면 된다. 과학기술과 교육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성을 실현해 경제를 성장시키면서도 유연성을 키워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포용국가’와 ‘혁신경제’ ‘인적대국’이 포용국가의 3가지 중요한 개념이다.

무엇보다 포용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초·중·고교와 대학에서만 공부한다는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창의적 평생학습센터를 통해 평생 공부할 수 있는 교육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기술혁신과 산업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조만간 지방대학 3곳 중 한 곳이 소멸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평생 교육을 활용하면 지방대학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16대 대선 당시 부산선대위원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공감능력이 매우 풍부한 분이었다. 소득주도성장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고용을 증가시켜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을 지금까지 잘해 주고 계신다. 다만 부동산 정책에는 아쉬움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크게 높아졌다.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우리 정부는 공급을 등한시한 채 수요를 관리하는 데만 급급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최근 정부가 공급 관리에도 나섰다. 이 경우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최근 급속히 바뀌고 있다. 과거 3~4인 가구에서 1인 가구나 2인 가구로 가족 구조가 바뀌었다. 여기에 대한 대책이 아직은 미흡한 것 같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책도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불평등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시기가 경제위기나 재난 때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불평등이 확대됐다. 세계화와 경제 성장, 기술 발전 과정에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다.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면과 비대면 기업으로 나뉘면서 실적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포용정책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야 한다. 재정 역시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 글로벌 연구기관들이 입을 모으는 것처럼, 국가의 재정 능력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써야 한다.”

국가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다.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부채는 44.23%를 차지했다.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의 부채는 259.13%다. 뒤를 이어 이탈리아(151.64%), 미국(134.33%), 스페인(119.25%) 순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양호한 편에 속한다. 지금은 돈을 풀어야 한다. 일시적으로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 코로나 사태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나 손님이 끊긴 자영업자가 손해를 보상받아 살아나야 경제도 회복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포용성장과 혁신성장을 병행해야 할 때다.”

최근 포용국가와 관련해 두 번째 저서인 《포용한국으로 가는 길》을 출간했다.

“과거 저서가 포용국가의 개념을 제시했다면, 이번에 출간한 책은 여러 전문가와 함께 포용정책을 어느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지 사례별로 제시했다고 보면 된다. 학계와 관계, 재계 인사 14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동포만 190여 개 나라에 750만 명에 달한다. 한국에 여행 오는 나라도 180여 개국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8900만 명이 한류를 좋아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코로나 이전 조사이니,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이들을 우리의 일원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포용에는 한국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대내적으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대외적으로 세계의 포용국가를 표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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