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블랙홀’ 빠져버린 與…“출구가 없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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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민주당 지지율 나란히 최저치…보궐선거 ‘빨간 불’
문재인 대통령 옆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옆 모습 ⓒ 연합뉴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여권의 지지율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나란히 ‘취임 후 최저치’라는 초라한 여론조사 성적표를 받아들면서다. 여권은 LH 사태 돌파구로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적폐청산’ 프레임을 내세웠지만,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여권은 22일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모두 취임 이후 최저치라는 뼈아픈 여론조사 결과를 마주했다. YTN 의뢰로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3월3주 주간 집계(15∼19일, 2510명,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포인트)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4.1%, 민주당 지지도는 28.1%로 각각 나타났다. 두 지표 모두 지난 1월1주 조사보다 낮은 최저치다.

ⓒ 리얼미터
ⓒ 리얼미터

같은 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KSOI·TBS 조사(19∼20일, 1007명,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4.0%, 부정평가는 63.0%로 조사됐다. KSOI 조사 기준 최저 긍정률, 최고 부정률이다.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이 전주 대비 0.5%포인트 오른 30.3%, 민주당은 3.1%포인트 하락한 27.2%였다.

문제는 LH 사태로 발목 잡힌 여권 지지율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부산 민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16~18일, 1005명,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서울지역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8%포인트 떨어진 27%에 그쳤다. 반문 정서가 강한 TK(대구‧경북) 지역마저도 28%였던 것을 고려하면 서울 민심이 심상찮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37%로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상 대결에서도 여권의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야권 후보보다 크게 뒤쳐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입소스‧중앙일보 조사(19~20일, 서울 거주 1002명,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 포인트)에 따르면, 박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양자 대결을 펼칠 경우 16.7%,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대결할 경우 13.8% 격차로 뒤쳐졌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운데)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각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전날 대리인을 통해 후보자 등록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19일 서울 종로구 캠프 사무실에서 '코로나19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부터)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보궐선거 지면 ‘레임덕’ 공식화…與 LH 사태 출구전략은

이 같은 지지율 추락을 모면하기 위해 여권은 ‘적폐청산’ 프레임 전환과 야권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전략을 내세웠지만, 모두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LH 사태가 불거진 이후 줄곧 ‘발본색원 하겠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부동산 적폐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변창흠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고 청와대 내부 직원에 대한 투기 혐의 조사에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곧 ‘물 타기 한다’는 야당의 반발을 부르며 국면 전환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궐선거판에서 코너에 몰린 여권은 정책 대결 대신 야권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로 돌아섰다. 박영선 후보 측은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김영춘 부산시장 민주당 후보 측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엘시티 투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LH 사태로 민심 이반이 격해지자 이명박‧박근혜 전 정권의 비리 의혹을 부각하면서 현 정권 심판론을 희석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서울과 부산에서 지지율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최종 단일화가 성사되면 ‘컨벤션 효과’로 인해 여권의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단 관측까지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4·7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전초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서울·부산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면 문 대통령의 영향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청와대는 이 같은 지지율 하락세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LH 사태 조기 수습이 오히려 국정안정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모양새다. 또 청와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며 국면전환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는 23일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을 공개적으로 접종하면서, 다시 한 번 ‘일상의 회복’을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기사에 인용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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