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 위기 맞은 하나투어, 버틸 수 있을까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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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직원‧자산 모두 줄이고 디지털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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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가 코로나19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하나투어는 그동안 생존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 작업을 벌여왔다. 사업과 인력 구조조정은 물론 본사 건물을 비롯한 보유자산까지 차례로 매각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가 막을 내릴 때까지 견딜 수 있는 체질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나투어의 현주소는 지난해 경영 성적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1147억원의 적자를 냈다. 역대 최악의 어닝 쇼크였다. 매출 1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매출 하락의 주된 원인은 코로나19 사태로 주력사업인 패키지(PKG)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투어의 지난해 송출객 수는 전년 대비 91.2% 줄어든 24만1434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비수기 한 달 송출객 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하나투어는 지난해부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벌여왔다. 그동안 적자를 내온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했다. 계열사와 국내·외 지사를 절반 이상 정리했다. 올해 들어선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하나투어는 지난 1월 조직효율화 명목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 대상은 전체 직원 2300여 명 중 1000여 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지난 2월에는 하나투어 최초로 노동조합이 결성되기도 했다.

자산 매각 작업도 벌이고 있다. 하나투어는 계열사인 마크호텔을 통해 티마크호텔명동과 회현동 티마크그랜드호텔을 운영 중인데, 이중 명동 티마크호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현재로선 호텔사업 청산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하나투어가 머지 않아 호텔사업도 정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심지어 본사 사옥까지 매물로 내놓았다. 하나투어는 최근까지 보유 중인 서울 종로구의 하나빌딩 하층부 54%에 대한 매각 작업을 벌여왔다. 매각은 한 차례 무산됐지만, 현재 상층부 소유주와 함께 빌딩을 통매각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건물 일부가 아닌 통매각인만큼 매수자 확보는 이전보다 수월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이어오던 대기업과의 파트너십도 정리했다. CJ그룹과의 합작법인인 월디스투어를 최근 청산한 것이다. 월디스투어(옛 CJ월디스)는 2008년 CJ와 하나투어가 각각 32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여행사다. 월디스투어는 CJ그룹 내 해외 출장이나 해외 박람회 등 비즈니스 여행을 도맡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업계가 어려움에 처하자 양사는 결국 사업을 접기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벼랑 끝에 몰린 하나투어는 현재 ‘디지털 전환’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익스피디아나 부킹닷컴, 트립닷컴 등과 같은 ‘트래블 테크’ 기반의 OTA(온라인여행사)로 체질개선을 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선 하나투어의 직원 희망퇴직과 사옥 매각 등 구조조정을 디지털 전환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여행사의 경우 많은 직원과 넓은 업무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하나투어가 생존하기 위해선 코로나 시대의 막이 내릴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하나투어를 포함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여행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은 코로나 시대의 종막”이라며 “그전까지는 이를 악물고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나투어도 현재 코로나19 종료 이후 대거 생겨날 보복성 여행 소비자을 노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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