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적중한 김종인…‘킹메이커’의 손길, 윤석열 향할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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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이긴다” 자신했던 김종인이 맞았다
보선 이후 물러난다지만 윤석열 업고 복귀할 가능성

‘김종인의 매직’은 이번에도 통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야권 단일 후보로 확정되면서다. 당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 후보의 승리를 강하게 확신하던 김 비대위원장은 ‘선거의 달인’으로서의 자질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됐다.

김 위원장은 4‧7 보궐선거를 끝으로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그를 차기 대선의 ‘킹메이커’로 점찍어둔 모양새다. 일각에선 그가 제3지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교감하며 정계 개편을 위한 밑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미소. 사진은 지난해 7월14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본소득제와 주거·부동산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김 위원장의 모습 ⓒ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미소. 사진은 지난해 7월14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본소득제와 주거·부동산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김 위원장의 모습 ⓒ 연합뉴스

‘옹졸하다’ 비판에도 굽히지 않은 김종인의 소신, 통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야권 단일화 최종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1야당의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가 되는 것은 처음부터 상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 후보의 승리 이유에 대해 “박영선, 나경원, 안철수, 오세훈 후보들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결국 안 대표는 3등으로 처져있던 상황이다. 그게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 국면 초창기부터 안 후보를 평가 절하하면서 “우리 당(국민의힘)이 이긴다. 걱정 말라”고 확언해 온 바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오 후보가 안 후보에 밀리는 국면에서도 이렇게 자신해온 터라, 당 안팎에선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냐” “김종인의 ‘몽니’다”라는 비판도 받았다. 김 위원장이 안 후보와 공개적으로 날 선 비판을 주고받을 때에는 ‘옹졸하다’거나 ‘민주당의 X맨’이란 모욕적 언사를 듣기도 했다. 더 나아가 “물러나라”는 당 중진들의 요구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의 말은 적중했다. 당 안팎의 비판에도 자신감을 굽히지 않았던 김 위원장의 소신이 통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의 당선을 이끌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오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까지 꺾으며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그야말로 ‘김종인의 매직’이 완성되는 셈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누르고 야권 단일화 최종 후보로 확정된 3월23일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누르고 야권 단일화 최종 후보로 확정된 3월23일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이기면 김종인, 野구심점 등극…윤석열 ‘입당’ 명분 확보도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선 벌써부터 김 위원장의 당 대표 추대 가능성이 솔솔 제기된다. 대선까지 1년 남짓 남았으나 아직 당내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만큼,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김 위원장을 잡아둘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다만 이 경우 ‘반(反)김종인’을 내세우는 당 중진들의 견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일단 자신의 임기를 보궐선거 때까지로 못 박은 상태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는 오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됨으로 인해 내가 국민의힘에 와서 할 수 있는 역할의 90%는 했다고 본다. 나머지 10%를 더해서 오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으로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지 않았나”고 말했다. “보선이 끝나면 미련 없이 떠난다”던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한편 ‘킹메이커’로서 입지를 굳힌 김 위원장의 다음 카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향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치켜세우는가 하면 “윤석열 만큼 용감한 사람이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일단 당을 떠나 윤 전 총장과 접촉한 뒤, 국민의힘 외곽에서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2017년 11월 열린 김 위원장(당시엔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두 사람이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2017년 11월 열린 김 위원장(당시엔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출판기념회에 두 사람이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깊어진 安과의 골 어쩌나…‘화학적 결합’이 시급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는 모두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 현재 정치 지형 상으로는 오 후보가 박 후보에 유리한 형국이긴 하지만, 남은 2주 동안 어떤 이변이 연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만약 오 후보가 박 후보에 밀리 선거에서 떨어진다면, 김 위원장은 물론 야권 전체가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공산이 크다.

선거 승리를 위해 당장 김 위원장이 꺼야 하는 급한 불은 안철수 후보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진정한 의미의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서다. 양측은 최근 서로의 부인에 대해 비판하는가 하면 ‘정신이상자’ 등 수위 높은 발언까지 쏟아내며 날 선 공방전을 벌였다. 특히 안 대표도 서울시장 범야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약속하면서, 두 사람은 한 배를 타게 됐다. 지지도를 최대치로 높이려면 이들의 정치적 화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안 후보를 향해 “그간 야권 흥행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해 주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본인이 열심히 시장 선거를 돕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지켜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야권의 승리를 위해 힘껏 힘을 보태겠다”며 “국민께서 바라시는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함께 놓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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