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문고‧신일고도 자사고 유지 판결…시교육청 “항소하겠다”
  • 김수현 디지털팀 기자 (sisa2@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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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세화고 이어 교육청 2연패, 고교학점제 타격 우려도
전흥배 숭문고등학교 교장이 23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전흥배 숭문고등학교 교장이 23일 오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배재고·세화고에 이어 숭문고·신일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는 위법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운영성과평 기관인 시교육청이 재량권을 남용해 자사고 지위를 박탈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시교육청은 유감을 표하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23일 학교법인 동방문화학원(숭문고)·신일학원(신일고)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숭문·신일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지난달 18일 배재학당(배재고)과 일주세화학원(세화고)이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자사고 지정 취소가 교육감 재량인 것은 맞지만 시교육청이 바뀐 평가 기준을 2019년 말 공표해 2015년3월~2020년2월 평가 기간에 소급적용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서울시교육청의 지정 취소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서울 내 8개 자사고 중 1심 판결이 나온 4개 학교가 모두 승소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2019학년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 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경희·이대부·한대부고 8개 서울 자사고의 운영성과 평가 결과 기준 점수(70점)가 미달이라며 지정 취소를 발표했고, 교육부도 이를 승인했다.

이에 해당 학교법인들은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취소 처분 소송을 냈고,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이들 학교는 모두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고려중앙학원(중앙고)·이화학당(이대부고) 1심 판결은 오는 5월14일, 경희학원(경희고)·한양학원(한대부고) 판결은 5월28일에 예정돼 있다.

시교육청은 이날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는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행정처분 과정에서도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며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배재‧세화고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행정의 영역에서 고도의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청의 적법한 행정처분이 사법부에 의해 부정당한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자사고 소송과는 별개로 고교서열화를 극복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는 등 고교교육 정상화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육에 전념해야 할 시간에 법정에 와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조희연 교육감께서 같은 서울시 소속인 자사고도 열심히 교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교육청이 자사고 소송 패소에 대해 항소의 뜻을 밝힌 점에 대해서는 “항소를 취하해달라고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자사고들이 잇달아 승소했지만 지위 유지는 시한부 상태다.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국의 모든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2025년 3월 1일 한꺼번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시행령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행정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추진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자사고와 국제고 24개 학교의 학교법인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5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만약 헌법소원 결과가 자사고에 유리하게 나온다면 2025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정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사고가 폐지되지 않고 평준화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도록 해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다양화를 도모한다는 고교학점제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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