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 대책에 원자력은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 조규성 교수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1.03.31 08:00
  • 호수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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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 웨이드 앨리슨 지음 강건욱·강유현 옮김(글마당 刊)

‘방사선’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 방사선을 무서워한다. 서양의 악마 루시퍼나 동양의 요괴처럼 두려워한다. 왜 그럴까? 첫째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 방사선을 받으면 암에 걸리고 기형아를 낳을 수 있다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출판사 글마당 제공
ⓒ출판사 글마당 제공

원전 역사에 방사선 사망자 수는 총 15명  

하지만 우리 주변에 방사선 때문에 암에 걸리거나 기형아를 낳은 사람이 있는가? 답은 ‘없다’이다. 왜 없을까? 암에 걸리려면 많은 양의 방사선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은 양의 방사선 즉 고선량을 받을 일은 거의, 아니 전혀 없다.

사람이 고선량의 방사선을 받는 경우는 세 가지 특수한 상황뿐이다. 원자폭탄이 떨어지거나, 원자력발전소에 큰 사고가 나서 방사선에 노출되거나, 암에 걸려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후 피폭되어 암에 걸린 사람들은 상당수 있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방사선에 기인한 갑상샘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15명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대피 주민의 방사선 피폭량은 매우 적어 아직 공식적으로 방사선 기인 암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70여 년간 전 세계 원자로 600여 기를 60여 년 이상 운영해 온 수십만 명의 운전원 중에도 방사선 암 발병자는 보고된 적이 없었다. 이처럼 고선량 피폭은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져 있으며 실체적인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암에 걸리고, 기형아를 낳고, 늘 방사선을 맞으면서 살고 있다. 국제보건기구(WHO) 통계에 의하면 놀랍게도 전 세계 평균적으로 생애 암에 걸릴 확률은 3명 중 1명(30%)이며, 신생아 중 기형아가 될 확률은 30명 중 1명(3%)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2008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는 연간 3밀리시버트(매초 3만 개)의 자연 배경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 이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은 저선량이라 할 수 있으며, 생애 암 발병이나 기형아 출산은 자연 배경방사선 수준의 저선량과 무관하다.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라는 책의 영문 원제는 ‘Radiation and Reason’으로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방사선과 이성’이다. 그리고 이 책 원본의 부제는 ‘과학이 공포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다.

저자인 웨이드 앨리슨 교수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옥스퍼드대학에서 40여 년 동안 입자물리, 핵물리, 의학물리 순으로 순수과학에서 응용과학으로 주제를 확대해 연구하고 가르쳐왔다. 은퇴한 후에는 지구 기후변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대중을 위한 과학 저술 활동에 열정을 쏟고 있다.

 

엄격한 ‘방사선 기준’이 불필요한 공포 유발

저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발전해 온 방사선 치료에서의 경험과 방사선 생물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방사선은 저선량에서는 위해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로 일정 수준 이하의 방사선 피폭에 의해 발생한 DNA 손상은 오랫동안 진화해 온 세포 내부의 복구 메커니즘에 의해 수리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DNA 복구 이론은 일부 암 연구자나 병리학자들의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많지 않다’는 유보적인 견해와 차이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복 기간이 1개월 미만인 경우, 환자의 나이와 조직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월간 100밀리시버트 만성 피폭은 100밀리시버트 급성 피폭보다 안전할 것이다. 방사선 치료는 복구 시간을 사실상 하루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니까 방사선의 안전성을 생각할 때 월간 100밀리시버트의 조사는 보수적인 접근이다”고 말하고 있다. 또 “월간 100밀리시버트의 선량률은 방사선 치료로 건강한 조직이 받는 선량률의 200분의 1 미만이다. 이 200배 차이는 흉터나 암 발병 위험에 대한 여유를 둔 안전율로 나타났다”고 본인 주장의 근거를 말한다.

이러한 견해는 저선량에서의 방사선 영향에 대해 ‘아직 정확히 모른다’로 결론을 내려온 국제방사선방호기구(ICRP)의 오랜 입장과 이 기구가 권고한 일반인 피폭 관리 권고 기준, 연간 1밀리시버트를 거의 1000배까지 올리더라도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오히려 낮은 선량 기준이 대중의 불필요한 방사선 공포심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은 국제사회에 새로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저자가 제기한 논란이 중요한 이유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원자력발전을 채택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반핵운동이 거세져 미국과 영국 등은 원자력발전의 확대와 기술 개발을 포기했다.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다시 한번 공포로 몰아넣었으며 이후 전 세계 원자력발전은 확대되지 못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일본, 한국 등은 지속적으로 확대해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전 세계에 불었던 탈원전 바람은 지난 10년 동안 빠르게 퇴색됐다. 인구의 증가와 전력 에너지의 필요성이 과거와는 달리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원전을 늘려왔다. 최근 들어서는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체코슬로바키아, 이집트 등 많은 국가가 원전 건설을 새롭게 추진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유엔기후변화국가간협의체(IPCC)는 원자력발전을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정하는 것은 국가의 선택이라는 다소 모호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수용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고 유럽연합 역시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 원전 도입을 반대하는 국가들이 여전히 있지만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 다수의 국가들이 원전 확대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미국도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원전의 중대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원전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특히 빌 게이츠는 테라파워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새롭고 안전한 원자로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얼마 전에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저술했으며, ‘우리가 더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가까운 미래에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망을 탈탄소화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2018년 MIT 연구진은 미국에서 탄소 제로를 달성하는 거의 1000개의 시나리오를 분석했고, 그중 가장 싼 방법들은 모두 깨끗하고 언제나 작동 가능한 에너지원, 즉 원자력을 활용한 방법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는 3년째 변화하지 않고 있으며, 그린피스나 국내 환경운동가들이 원자력의 위험성 즉 방사선의 위험성을 여전히 과대하게 주장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대중의 여론이 정책을 만든다. 대중이 불필요한 공포심 때문에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하면 그 나라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여러분이 만일 탈핵과 찬핵 사이에서 여전히 갈등하고 있다면, 또 지구 환경, 우리나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걱정하고 있다면 이 한 권의 책이 그 답을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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