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양시, 이번에는 ‘시장 부인 땅’에 관통 도로 낸다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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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 367억 예산 투입…시장 부인 소유의 ‘논’을 통과하는 2차선 도로 개설 추진
주민 “귀신이 곡할 노릇…정 시장 일가 땅만 찾아가며 도시개발”
광양시 “민원해소와 주변지역 개발촉진 차원일 뿐 시장 가족과는 무관”

정현복 전남 광양시장이 소유한 토지에서 잇따라 개발행위가 행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광양시가 수백억원의 시비를 투입해 정 시장 부인 땅을 관통하는 군도 개설공사를 추진 중인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정 시장이 광양시 곳곳에 보유한 토지에 잇따라 광양시 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이해 충돌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광양시가 공사 중인 광양읍 칠성리 도시계획도로 2차선이 정 시장과 아들 땅을 통과하면서, 정 시장의 토지 569㎡ 가운데 108㎡가 도로 건설을 위해 수용됐다. 아들이 소유한 토지는 423㎡ 중 307㎡가 편입돼 보상을 받았다. 또 정 시장은 광양시가 환지방식으로 시행 중인 성황·도이지구 도시개발사업지구에 편입된 토지 보상금으로 대토(代土) 대신 현금 4억원대를 미리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광양시가 추진 중인 진상 이천~진월 신기 간 군도(6호)가 지나갈 정현복 광양시장 부인이 소유한  진월면 신구리 1167~9번지 일대 ⓒ시사저널 정성환
광양시가 추진 중인 진상 이천~진월 신기 간 군도(6호)가 지나갈 정현복 광양시장 부인이 소유한 진월면 신구리 1167~9번지 일대 ⓒ시사저널 정성환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정 시장의 부인 A(68)씨는 지난 2019년 8월 광양시 진월면 신구리 땅 3000여평을 평당 7만원에 2억 800만원을 주고 인근 사찰 관계인로부터 매입했다. A씨는 지적도상 논[畓]으로 등록된 신구리 1167~9번지 등 3개 필지에 매실 농사를 짓겠다고 영농계획서를 시에 제출했다. 

문제는 광양시가 이곳을 관통하거나 최소한 끼고 지나가는 진상 이천~진월 신기 간 군도(6호) 개설공사를 추진하고 있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시는 예산 367억원을 들여 진상면 금이리 이천 마을에서 진월면 신구리 신기마을 구간에 길이 3.5km, 폭 8m 규모의 2차선 도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 지난해 4월 착수한 실시설계용역이 진행 중이며, 계획대로라면 내년 말까지 보상협의를 끝마친 뒤 2023년 공사를 착공해 2025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원래 신기마을까지 8m 2차선의 군도 6호가 개설돼 있으나 현재는 농어촌공사 관리 수구저수지 부근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시는 이곳 신구저수지~비밀의 정원~시장 부인 토지를 거쳐 산 능선을 넘어 진상면 이천마을로 이어지는 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29일 “아직 주민공청회와 도시계획 시설결정 등 절차를 남겨둬 최종적으로 노선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비밀정원 옆을 지나가는 노선이 맞는다”고 확인해줬다. 비밀의 정원(수목원)에서 산등성이 쪽으로 30m 가량 올라가면 A씨의 토지가 나온다. 

해당 토지는 신기마을 주민들이 주민숙원사업(주민재량사업비)으로 도비와 시비 3000만원을 끌어 와 5년 공사 끝에, 길이 175m, 폭 3미터의 콘크리트 포장 농로를 닦아놨지만 사실상 맹지나 다름없다. 29일 찾아간 해당 토지는 성인 남자가 대낮에 혼자 찾기에 섬뜩할 정도로 가파른 산 능선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더구나 논 옆 구거(도랑)에서 꽤 많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을 정도로 습했다. 토지 3필지 가운데 신구리 1167번지에는 며칠 전 보식한 것으로 보이는 어린 매실 묘목 수십그루가 눈에 띄었다. 또 수년 전 심은 매실나무는 대부분이 고사된 채 5~7년생 쯤으로 보이는 성목(成木) 3~4그루만 덜 습한 남쪽 모퉁이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광양 진월면 신기마을에는 8m 2차선의 이천~진월 신기 간 군도 6호가 개설됐지만 현재는 농어촌공사의 신구저수지 부근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광양시는 시비 367억원을 투입해 신구저수지~비밀의 정원~시장 부인 토지를 거쳐 산 능선을 넘어가 진상면 이천마을로 이어지는 3.5km, 폭 8m 규모의 2차선 도로(군도 6호선) 개설공사를 추진 중이다. ⓒ시사저널 정성환
광양 진월면 신기마을에는 8m 2차선의 이천~진월 신기 간 군도 6호가 개설됐지만 현재는 농어촌공사의 신구저수지 부근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광양시는 시비 367억원을 투입해 신구저수지~비밀의 정원~시장 부인 토지를 거쳐 산 능선을 넘어가 진상면 이천마을로 이어지는 3.5km, 폭 8m 규모의 2차선 도로(군도 6호선) 개설공사를 추진 중이다. ⓒ시사저널 정성환

신기마을 한 주민은 “윗배미 논은 물 구덕 천지라 식재한 지 5~6년이 지난 매실나무가 다 죽고 없다”며 “애시 당초 매실농사 짓기가 어려워 곳”이라고 손 사례를 쳤다. 주민들은 뒷산 정상 부근에 정 시장 부인이 땅을 구입해 농사짓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이들은 “(시장 부인이) 뭐가 아쉬워 이런 곳에 왜 땅을 구입했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업계는 지금은 쓸모가 떨어진 맹지에 다름없지만 이 도로가 생기면 국도 2호선과 함께 진상면을 거쳐 옥곡IC 등에 접근성이 좋아져 A씨의 소유 땅값도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광양시는 군도6호 도로 개설이 주민 민원 해소와 주변지역 개발 촉진 차원에서 절차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특혜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시 관계자는 “군도 6호선 도로개설공사는 수년전부터 진상면 금이리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쳐 입안한 사업이다”며 “진상~진월 간 이동거리 단축으로 주민 교통편익증디진과 주변지역 개발촉진을 위해 시행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는 지형도만 나와 있는 단계여서 개설되는 도로 주변에 누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어 시장 가족 땅이 그곳에 있는 줄 몰랐다”며 “설령 인근에 시장 일가 땅이 있다하더라도 주민 민원사업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광양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시장일가 땅에 도시계획이 추진되는 패턴 사례가 드러나 정 시장과 광양시 행정에 대한 시민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광양 전역에 걸쳐 있는 정 시장의 토지가 시 도시계획 시설 예정지 길목을 지킨 것인지 아니면 시가 시장 일가족의 땅을 찾아다니면서 도로를 내고 택지개발사업 등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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