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TV토론서 내곡동·부동산 공방 예상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밤 TV토론에서 처음 격돌했다. 두 후보는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의 투기사태로 들끓은 민심을 고려한 듯 시종일관 부동산 이슈를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의혹’을 부각하며 말 바꾸기를 집중공격 했고, 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싸잡아 비판했다.
두 후보는 이날 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첨예한 설전을 벌였다. 토론이 시작되자 박 후보는 “이번 선거는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서울시민의 삶을 일상으로 돌려드리는, 서울에만 매진할 시장이 필요한 선거”라며 “그래서 이번 선거는 정치 시장을 뽑는 것이 아니라 ‘열일’할 시장을 뽑아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오 후보는 “1년 임기의 보궐선거, 왜 생겼는지 아마 다들 아실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남은 1년 '문재인 정부 정신 차리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 추가 보상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박 후보가 “내곡동 땅 36억5000만원 보상받으셨죠”라고 운을 떼자 오 후보는 “네. 그렇다. 제 아내의 지분은 8분의 1”이라고 답했다. 곧바로 박 후보는 “추가로 (보상) 받은 것은 없으시죠”라고 물었고 오 후보는 “없다”고 답한 뒤 “정확히 말하면 모른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답변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단독주택용지를 추가로 특별분양공급을 받았다고 답변이 왔다”고 지적하자 오 후보는 “몇 평이나 받았죠? 정확히는 제 기억엔 없다”고 답했다. 이에 박 후보는 “몇 평인지는 정보공개 요청 중이다. 분명히 추가로 받은 건 없다고 했었다”고 오 후보를 몰아세웠다.
오 후보가 지난 2005년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참석했는지 여부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박 후보가 “측량 현장에 갔나”라고 묻자 오 후보는 “안 갔다”고 말했다. 재차 박 후보가 “분명히 안 가셨죠”라고 되묻자 오 후보는 “기억 앞에선 참 겸손해야 한다.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가 “증인이 세 명”이라고 말하자, 오 후보는 “두 명인 줄 알았더니 세 명으로 늘었나.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세 명이 말하면 호랑이가 생겨난다고 하더니”라고 받아쳤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거듭 밝히며,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 문제로 역공을 취했다. 오 후보는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이 오르고 월세가 오르면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다. 그래서 경제 악순환의 계기가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가 참 몹쓸 짓을 시민, 국민 여러분께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세를 낮춘 뒤 “많은 분이 부동산 때문에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을 제가 다 풀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부동산 폭등이 박원순 전 시장의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적대적 입장 때문인 것에 동의하느냐”며 공세를 이어갔다. 박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이 오세훈·이명박 시장 시절의 뉴타운 광풍으로 인해 서민들이 자기 집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기 때문에”라며 “반작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오 후보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안전진단 억제를 풀 것인가”라고 캐묻자, 박 후보는 “일정 부분 풀어야겠죠”라고 말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도 오 후보가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박 후보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답했다.
오 후보는 “민주당이 오늘 부동산 정책을 잘못했다고 했는데 거꾸로 가신다”며 “바뀐 정책이 안 나오면 반성한 것이 아니라고 보겠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10년 전 오 후보의 무상급식 반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박 후보는 오 후보가 2011년 무상급식 투표와 연계해 시장직을 중도사퇴한 점을 겨냥해 “그게 직을 걸고 내던질 일이었나”라며 “아이들에게 가는 돈을 그렇게 차별해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부자한테 갈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쓰자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라며 “복지는 어려운 분들 위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시행 중인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이왕 시작된 것은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2011년 보선의 원인 제공자”라며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오 후보는 “성추행에 의한 보궐선거랑 똑같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박 후보가 코로나19 백신 확보 물량에 대해 “충분하다”며 “K-백신 주사기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인구 대비 (백신 물량이) 4위로 올라섰다”고 말하자, 오 후보는 “총알이 없는데 총만 있으면 뭐하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두 후보는 30일 오후 10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두 번째 TV토론을 벌인다. 부동산 현안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는 KBS, MBC를 통해 중계되며 민생당 이수봉 후보까지 참여해 3자 토론으로 진행된다. 민생당은 그 전신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해 선거방송토론위 주최 초청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