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오세훈 첫 TV토론서 설전…“내곡동 말바꾸기” vs “부동산 몹쓸짓”
  • 김수현 디지털팀 기자 (sisa2@sisajournal.com)
  • 승인 2021.03.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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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吳 내곡동 측량현장 목격” vs 吳 “삼인성호라더니” 일축
2차 TV토론서 내곡동·부동산 공방 예상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지난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지난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밤 TV토론에서 처음 격돌했다. 두 후보는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의 투기사태로 들끓은 민심을 고려한 듯 시종일관 부동산 이슈를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의혹’을 부각하며 말 바꾸기를 집중공격 했고, 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싸잡아 비판했다.

두 후보는 이날 밤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첨예한 설전을 벌였다. 토론이 시작되자 박 후보는 “이번 선거는 코로나19를 종식하고 서울시민의 삶을 일상으로 돌려드리는, 서울에만 매진할 시장이 필요한 선거”라며 “그래서 이번 선거는 정치 시장을 뽑는 것이 아니라 ‘열일’할 시장을 뽑아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오 후보는 “1년 임기의 보궐선거, 왜 생겼는지 아마 다들 아실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남은 1년 '문재인 정부 정신 차리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 추가 보상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박 후보가 “내곡동 땅 36억5000만원 보상받으셨죠”라고 운을 떼자 오 후보는 “네. 그렇다. 제 아내의 지분은 8분의 1”이라고 답했다. 곧바로 박 후보는 “추가로 (보상) 받은 것은 없으시죠”라고 물었고 오 후보는 “없다”고 답한 뒤 “정확히 말하면 모른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답변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단독주택용지를 추가로 특별분양공급을 받았다고 답변이 왔다”고 지적하자 오 후보는 “몇 평이나 받았죠? 정확히는 제 기억엔 없다”고 답했다. 이에 박 후보는 “몇 평인지는 정보공개 요청 중이다. 분명히 추가로 받은 건 없다고 했었다”고 오 후보를 몰아세웠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연합뉴스

오 후보가 지난 2005년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참석했는지 여부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박 후보가 “측량 현장에 갔나”라고 묻자 오 후보는 “안 갔다”고 말했다. 재차 박 후보가 “분명히 안 가셨죠”라고 되묻자 오 후보는 “기억 앞에선 참 겸손해야 한다.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가 “증인이 세 명”이라고 말하자, 오 후보는 “두 명인 줄 알았더니 세 명으로 늘었나.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세 명이 말하면 호랑이가 생겨난다고 하더니”라고 받아쳤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거듭 밝히며,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 문제로 역공을 취했다. 오 후보는 “집값이 오르고 전셋값이 오르고 월세가 오르면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다. 그래서 경제 악순환의 계기가 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가 참 몹쓸 짓을 시민, 국민 여러분께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세를 낮춘 뒤 “많은 분이 부동산 때문에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을 제가 다 풀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부동산 폭등이 박원순 전 시장의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적대적 입장 때문인 것에 동의하느냐”며 공세를 이어갔다. 박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이 오세훈·이명박 시장 시절의 뉴타운 광풍으로 인해 서민들이 자기 집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기 때문에”라며 “반작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오 후보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안전진단 억제를 풀 것인가”라고 캐묻자, 박 후보는 “일정 부분 풀어야겠죠”라고 말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도 오 후보가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박 후보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답했다.

오 후보는 “민주당이 오늘 부동산 정책을 잘못했다고 했는데 거꾸로 가신다”며 “바뀐 정책이 안 나오면 반성한 것이 아니라고 보겠다”고 말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토론에서는 10년 전 오 후보의 무상급식 반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박 후보는 오 후보가 2011년 무상급식 투표와 연계해 시장직을 중도사퇴한 점을 겨냥해 “그게 직을 걸고 내던질 일이었나”라며 “아이들에게 가는 돈을 그렇게 차별해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부자한테 갈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쓰자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라며 “복지는 어려운 분들 위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시행 중인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이왕 시작된 것은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이 제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2011년 보선의 원인 제공자”라며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오 후보는 “성추행에 의한 보궐선거랑 똑같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박 후보가 코로나19 백신 확보 물량에 대해 “충분하다”며 “K-백신 주사기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인구 대비 (백신 물량이) 4위로 올라섰다”고 말하자, 오 후보는 “총알이 없는데 총만 있으면 뭐하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두 후보는 30일 오후 10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두 번째 TV토론을 벌인다. 부동산 현안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는 KBS, MBC를 통해 중계되며 민생당 이수봉 후보까지 참여해 3자 토론으로 진행된다. 민생당은 그 전신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해 선거방송토론위 주최 초청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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