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더니…‘참모의 욕심’도 못 잡은 文대통령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3.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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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김조원·노영민 이어 김상조도 교체
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인사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인사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흑역사’가 또다시 이어졌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세금을 과도하게 올려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여 전격 경질된 것이다. 부동산 집값을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논란으로 자리를 떠난 네 번째 참모다. 참모들의 욕심조차 제어하지 못하는데 집값을 어떻게 잡겠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김 전 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신의 서울 강남 주택 전세금을 14%로 대폭 인상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휩싸인지 하루만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 가운데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김 전 실장까지 민심의 역린을 건드리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민에게 불신을 줄 가능성이 있어 김 실장이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대통령께)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가 부동산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규제를 강조한 이번 정부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김조원 전 민정수석,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부동산 문제를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앞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갭투자’로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김 의원은 2018년 청와대 대변인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다. 서울 흑석동에 위치한 25억7000만원 상당 상가 건물을 10억원의 대출을 ‘영끌’해 매입한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김 의원은 “아내가 상의 없이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김 의원은 2019년 3월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 ⓒ연합뉴스
김조원 전 민정수석 ⓒ연합뉴스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직 대신 집을 택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갤러리아팰리스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신아파트 등 두 채를 보유하고 있던 김 전 수석은 당시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를 처분키로 했다.

당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참모들에게 이달 안으로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하면서다. 하지만 김 전 수석은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비싸게 내놔 구설에 올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좋지 않았고 결국 김 전 수석은 사의를 표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연합뉴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연합뉴스

노 전 실장은 강남 아파트를 지키려다가 직에서 내려왔다. 서울 서초와 청주에 각각 아파트 한 채씩 보유했던 노 전 실장은 청주 아파트를 처분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서초 아파트 대신 자신의 지역구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똘똘한 한 채’를 지켰다는 비판이 나오자 노 전 실장은 당시 서초 아파트도 팔았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노 전 실장은 사퇴했다.

한편 부동산정책 불신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부동산 부패 근절을 위한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면서 “국민들의 분노” 표현을 세 차례나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부패의 근본적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만큼은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매도 매우 아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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