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서당 폭력’ 어쩌나…죽인다고 협박해도 “애들끼리 그럴 수 있다”
  • 김수현 디지털팀 기자 (sisa2@sisajournal.com)
  • 승인 2021.03.3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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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잇따라…“하루 2∼3명씩 폭행 피해…말해도 달라지지 않아”
서당 측 “학생들 특성상 싸움은 자주 있었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내용ⓒ캡처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내용ⓒ캡처

경남 하동에 있는 기숙형 서당에서 학생들의 도를 넘는 폭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서당 측의 관리 소홀로 인해 학교 폭력이 사실상 방치돼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교육 당국의 관리·감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2월 청학동 한 서당에서 고등학생 A군은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동성의 가해학생 두 명은 A군에 체액을 먹이고 옷을 벗게 하는 등 엽기적으로 괴롭히고 상습 구타한 사실이 알려졌다. 가해 학생들은 검찰로 넘겨져 현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서당 측은 사건 발생 후 피해 학생이 퇴소할 때까지 상황을 모르다가 수 개월이 지나 수사가 시작되자 인지했다. 사태 파악이 늦은 데 대해 서당 측은 30일 “학생끼리 있었던 일을 모두 알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군은 “평소 가해 학생들을 중심으로 폭행이 자주 있었는데도 서당 측에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문에 가까운 폭력이 있었을 당시 가해 학생들과 피해 학생은 함께 기숙사 방을 쓰는 사이였다. 이들은 5일가량 같이 생활하다가 다른 이유로 한방을 쓰는 사람이 바뀌면서 조금이나마 분리됐지만, 방을 옮긴 뒤에도 가해 학생들이 방으로 불러서 주먹질하는 등 폭행은 이어졌다.

피해 학생은 “방을 옮긴 뒤에도 이들이 불러 때렸기 때문에 관리자가 폐쇄회로(CC)TV 확인만 철저히 했어도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서당 측이 학생 간 갈등을 일상적인 일로 봤기 때문에 퇴소할 때까지 피해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A군은 자신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 10여 명이 일상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장난을 빙자한 주먹질뿐만 아니라 빗자루 등 도구를 이용해 폭행하기도 했고, 하루에 두 세명씩 괴롭혔다”며 “일부 피해자가 관리자에게 폭행 사실을 알렸지만 잠시 상황만 정리할 뿐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해 학생들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수업 시간에 말을 했다는 등 이유를 들어 다수 학생을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깨에 손을 올렸다는 이유로 5일 연속 주먹질을 하고 엎어치기를 해서 바닥에 던진 일도 있었다.

폭행은 밤낮 가리지 않고 서당 건물 안팎에서 일어났지만, 서당에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당 측은 보호하는 학생들이 폭력성이 강하거나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특이사항이 있어 싸움이 종종 일어났다는 입장이다. 서당 측은 “학생들 특성상 싸움이 자주 있었고, 상황을 인지하면 곧바로 관련 학생을 분리하는 등 조치했다”며 “폭행 사건을 알면서도 외면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서당에서도 폭력 피해가 있었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앞서 초등학교 6학년 B양도 예절교육을 받으러 갔던 서당 내 기숙사에서 폭행을 당했다. B양의 부모는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급생 1명과 선배 2명이 변기 물을 마시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옷을 벗겨 차가운 물로 목욕하게 하고, 신체를 꼬집고 발로 밟았다고도 주장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일부 혐의를 인정했으나 자신들에게 피해가 가는 범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양 부모는 서당 측이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피해 학부모 중 한 명은 30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말을 안 들으면 죽인다면서 학생이 흉기를 들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는데, 원장은 ‘애들끼리 그럴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불안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정신과에서 틱 장애 진단을 받아 수개월째 치료 중”이라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동 서당 폭행 논란이 커지자 지난 29일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서당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라고 말하면서 피해 가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잇따라 불거진 하동 청학동 서당 학교폭력 사태에 관련 운영상 문제가 없는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강력한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하동 청학동에는 8∼9곳가량의 서당이 운영 중이다.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집단거주 시설, 청소년수련시설 등으로 등록됐으나 서당 내 일부 시설만 교습 활동을 위해 학원, 개인과외교습자 등으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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