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북지원에 혈세 쏟아붓고 내용 공개 거부한 충남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6 14:00
  • 호수 16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9년 2억원어치 분유 반출 드러났는데 “비공개가 원칙”
“민간단체도 지원 사실 자체는 밝히는데” 비판 나와

충청남도가 수억원어치에 달하는 현물을 북한에 지원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해 논란이 예상된다. 충남도는 2019년 분유를 북한에 지원하고도 이를 함구했다. 대북지원 사업에 참여한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공개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지자체가 북한에 현물을 직접 지원한 경우는 충남도의 사례가 유일하다. 대북지원 사업을 하는 민간단체도 관련 사업을 공개하는데 유독 충남도만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충남도는 2년 전인 2019년 2억원어치에 달하는 분유를 북한에 보냈다. 충남도 관계자는 “우리 측에 확인하고자 하는 사업은 2019년 12월 진행됐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 또한 “대북지원사업자로 승인된 지자체 중 한 곳이 2019년 10월 이후 2억원 상당의 분유 반출을 요청해 승인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충남도는 분유 지원 사업을 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해 ‘비공개’ 요청을 했다.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광주, 충남, 강원, 경남, 고양, 파주, 김포, 성남 등 총 11개 지자체가 대북지원 사업을 할 수 있다. 이 중 서울과 인천, 경기, 강원은 대북지원 사업에 대해 공개했다. 나머지 지자체 중 유일하게 대북 직접 지원을 한 충남도만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
충청남도 홍성군 충남도청 건물ⓒ사저널사진자료

대북 사업 지자체 11곳 중 충남만 ‘비공개’

대북지원이 규정 위반은 아니다. 통일부는 2019년 10월 대북 인도적 지원이 가능한 대북지원사업자 승인 목록에 지자체를 포함시켰다. 충남은 그해 11월 대북지원사업자로 승인받아 독자적으로 북한을 도와줄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막상 무엇을 언제, 얼마나 지원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지원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적도 없다.

반면 대북지원사업자로 승인된 다른 지자체들은 사업 내용을 설명했다. 2019년 11월 최초 승인을 받은 서울시 측은 “지난해 2월부터 9월 사이 유니세프를 통해 7억원을 북한에 간접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지원을 한 적은 없다고 한다. 서울시는 홈페이지에 대북지원 사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올해는 예산안을 통해 식량 지원(10억원), 결핵환자 약제 지원(5억원), 방역물품 지원(3억4000만원) 등을 포함한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총 129억원을 지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인천시는 “2019년 12월 약품 원료를 민간단체를 통해 전달한 적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2019년 하반기에 영양식을, 강원도는 2020년 4월 방역물품을 각각 지원했다. 역시 모두 민간단체를 통한 간접 지원이다. 그 밖에 대북지원사업자 승인 지자체 6곳은 직접 지원이나 간접 지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전해 왔다.

충남도는 “조심스럽다”는 이유로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서울·경기 등 북한 접경 지역은 대북지원 경험이 많지만 우리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라며 “굉장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지원 사업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곤란한 상황이 많아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북지원 사업 공개 과정에서 어떤 ‘곤란한 상황’을 우려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충남도 대북지원 사업의 근거 조례에 따르면, 해당 사업의 재원인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세 가지로 구성된다. 충남도 출연금, 기금 운용수익금, 그 외의 수입금 등이다. 이 중 지방세로 마련한 출연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충남도는 남북교류협력기금에 1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작년과 같은 규모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사업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으면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 공개에 있어 지자체가 중앙정부보다 좀 더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며 “지자체들은 비공개를 할 때 ‘사업 내용을 알려주면 진행에 지장이 있다’고 흔히 주장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모든 사업이 비공개 대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일운동을 위한 민관 협의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측에서도 충남도의 비공개 원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염규현 민화협 정책홍보팀 부국장은 “지자체는 보통 대북지원 사업을 성과라고 생각해 적극 알리려고 할 텐데 오히려 비공개한다는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어 “민간단체의 경우 대북지원 사업의 보안을 위해 자세한 내용을 숨기기도 하지만 지원 사실 자체는 밝힌다”고 했다.

ⓒ

“지자체, 국제기구만큼 대북지원 감시 어려워”

북한으로 반출된 물자가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도 의문이다. 통일부 규정에 따르면 지자체 등 대북지원사업자는 현물을 보낸 뒤 △물품 인도인수증 △물품 분배내역서 △현장방문 및 수혜자 면담 내용을 담은 방북 결과보고서 등을 통일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방북이 허락되지 않아 지원의 투명성 확인이 제한적이다. 유니세프 등 국제구호기구는 ‘구호와 변화를 위한 감시·평가(SMART)’란 척도를 마련해 해외 지원 절차를 모니터링한다. 이를 통해 수혜 주민들의 수요가 충족됐는지, 지원의 전반적인 영향은 어떠한지 등을 점검하기도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우리 정부보다는 국제기구에 더 유연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국제기구만큼 (대북지원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하는 게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
양승조 충남지사ⓒ연합뉴스

대북지원의 실효성과 상관없이 이를 위한 세금은 계속 쌓이고 있다. 충남도는 2012년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설치한 뒤로 2022년까지 50억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까지 모인 기금은 약 41억원에 달한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접경 지역 밖의 지자체가 대북지원을 시작한 데는 지자체장의 의중이 많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양승조 충남지사는 2018년 후보 시절부터 “북한 황해도와 자매결연을 맺겠다”며 남북교류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당시는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였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남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원인은 남조선 당국의 배신적 행위에 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들어 수차례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기도 했다. 실제 충남도의 분유 반출을 마지막으로 지자체의 직접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남북관계가 냉랭한데 굳이 남측이 지원 주체로 나서야 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