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 못 다니는 도로’ 내는 광양시…알고 보니 시장님 아들 땅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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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구간 보상 안 돼 막다른 길 우려…시장 아들은 막대한 토지보상금 받아

최근 전남 광양시가 황당한 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일부 구간의 토지를 확보하지 못했는데도 도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도심에 막다른 길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현복 광양시장의 아들 땅이 포함돼 있어서 강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일 광양시에 따르면, 시는 광양읍 칠성리 일원에 길이 173m의 호북도시계획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사업비 23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도로가 건설되는 부지 한가운데 철제 난간이 설치됐다. 일부 구간에 대한 토지 보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서다. 이대로라면 혈세 수십억원이 투입된 도로가 앞으로도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117번지 일원에 길이 173m, 너비 8m의 2차선 호북도시계획도로 건설 공사 현장. 정현복 광양시장과 아들이 수억원대의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해 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정 시장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117번지 일원에 길이 173m, 너비 8m의 2차선 호북도시계획도로 건설 공사 현장. 정현복 광양시장과 아들이 수억원대의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해 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정 시장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해당 토지는 인근 숙박업소에서 주차장으로 포함된 땅이다. 해당 숙박업소 측은 ‘주차장이 없어지면 영업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며 해당 부지가 도로에 편입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도로 편입 예정지인 주차장과 4층 규모의 모텔을 통째로 매입하지 않으면 해당 부지에 대한 보상 협의에 절대 응할 수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도로 공사를 강행한 배경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018년 당시 일부 광양시의회 의원들은 도로 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듬해 도로 공사비와 설계비를 편성할 당시에도 우선순위 측면에서 사업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광양시는 2019년 12월 도로 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했고 공사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도로 토지 일부가 정 시장과 그의 아들이 소유한 부지라는 점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도로는 정 시장과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관통했다. 때문에 도로 건설로 정 시장과 그의 아들은 토지 보상금을 받게 됐다. 심지어 도로 건설 계획도 정 시장의 첫 임기 때 세워졌다. 광양시가 이 도로를 도시계획시설 정비안에 포함한 것은 2016년 11월이다. 시는 2019년 12월 해당 사업의 실시계획을 인가하고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수했다. 도로 건설 계획부터 시행까지 모두 정 시장 임기에 이뤄진 셈이다. 

해당 도로의 준공 예정일은 올해 10월이다. 뾰족한 해법이 없는 한 시민들은 반쪽짜리 새 도로를 쳐다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 시민은 “이건 도로가 아니라 실패한 행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그 난리 끝에 개설한 도로가 제 기능을 못하는 반쪽 도로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해 사업을 강행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광양시는 앞으로 해당 잔여부지 확보에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경우 인접한 청년주택의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양시 관계자는 “숱한 도시계획시설을 추진하다보면 우여곡절이 많다”며 “우선 시행구간에 대한 사업을 추진한 후 나머지 구간에 대해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117번지 일원에 길이 173m, 너비 8m의 2차선 호북도시계획도로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비 23억원이 투입되며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토지주의 반대로 33m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보상을 마친 정현복 시장의 아들 땅에 30m 막다른 길을 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 117번지 일원에 길이 173m, 너비 8m의 2차선 호북도시계획도로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비 23억원이 투입되며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토지주의 반대로 33m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보상을 마친 정현복 시장의 아들 땅에 30m 막다른 길을 냈다. ⓒ시사저널 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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