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선 이후] 4월까지라던 김종인의 역할, 4월부터?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5 14:00
  • 호수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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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띄우며 ‘킹메이커’ 의지 내비친 김 위원장, 운명 가를 4가지 시나리오

노장은 죽지 않았다. 정치 9단으로 평가받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문 비대위원장’이다. 집권여당이든 제1야당이든 위기에 빠지면 그를 호출한다. 대선 전에는 몸값이 더 치솟는다. ‘킹메이커’ 역할을 기가 막히게 해낸다는 평가 때문이다. 2012년 ‘대선후보 박근혜’와 2017년 ‘대선후보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김 위원장이 이번엔 야권에서 ‘픽’한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메시지도 강렬하다. “별의 순간을 잡았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이제 윤 전 총장의 상징처럼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입장에서 보면 야속할 만하다.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안 대표에게 매몰찼던 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이 내년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다시 하기 위해선 4·7 보궐선거라는 중요한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5월부터 국민의힘을 이끌어온 그의 리더십이 평가받는 최종 관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그를 흔드는 시도가 있었다. 이번 선거의 승패에 따라 ‘노장 김종인’의 앞길은 다르게 펼쳐질 것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월3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태평백화점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승부사 김종인, 이기면 킹메이커로 ‘다시 한번’

결과 공표 금지 전까지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후보들은 서울과 부산 모두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멀찍이 따돌리고 있다. 만일 이대로 국민의힘의 최종 승리로 이어진다면 김 위원장의 정치력은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된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3지대 안철수 대표를 견제하며 결국 오세훈 후보로의 단일화를 이끌어냈다. 만약 안 후보로 단일화됐다면 선거 승패에 관계없이 국민의힘은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김 위원장이 당을 사실상 몰락 상태에서 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긴다면 예상 이상의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국민의힘 비토 목소리도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권 심판’이란 유리한 구도 덕이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몰락 위기에 처해 있던 제1야당의 총책임자로서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킨 것만으로도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선거 승리 시 그에겐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내년 대선까지 국민의힘에 남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한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추대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선거 후 논공행상에서 ‘향후 야권의 정계개편과 대선주자 관리를 할 적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 외에 다른 사람이 가능하겠냐는 판단이 국민의힘에서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목에서 ‘윤석열 변수’가 등장한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과 김 위원장의 화학적 결합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예측이 국민의힘 안팎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도 친분이 있는 등 긍정적 연결고리도 있다.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을 국민의힘으로 끌어당길 힘이 필요하다. 그 연대에 다시금 ‘김종인 역할론’이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그 카운터파트 역할을 김 위원장에게 맡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김 위원장은 자신의 역할은 이번 4월 선거까지만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는 김 위원장 특유의 스타일이자 본인의 몸값을 띄우는 정치력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처음에는 영입 등 다양한 제안에 대해 단호히 거절하다 삼고초려를 이끌어낸 후 나서는 모습을 반복 연출해 왔다. 양승함 교수는 “김 위원장의 특기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기에 국민의힘에서 잘 다독거리고 요청한다면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국민의힘과 결별하고,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제3지대의 판을 새로이 짜는 데 김 위원장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제3지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뽐내고 있는 윤 전 총장에게도 여야를 넘나들며 킹메이커 역할을 해 온 김 위원장은 대체불가 카드가 될 수 있다. 실제 얼마 전 《주간동아》에 김 위원장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함께 윤 전 총장을 포함해 제3지대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수의 전문가도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점쳤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만일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대선주자로 세우고 제3지대에 뛰어든다면 상당한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9단 김 위원장 입장에선 국민의힘에서 선거 승리라는 성과를 냈지만,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원초적 한계가 있어 오히려 제3지대 개편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4월 선거 승리 이후 나올 수 있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이 내년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야권 전체가 그를 호출할 수도 있다. 노장은 죽지 않았다. 

ⓒ시사저널 박은숙 

선거 패배하면 정치 무대서 ‘강제 퇴장’

만약 선거에서 패배하면 기다리는 결과는 암울하다. 여기에도 두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첫째 시나리오는 제1야당에서 퇴장하고 윤 전 총장과 손잡고 제3지대에서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지만, 야권의 붕괴한 리더십을 회복할 리더가 부재한다는 점이 그에게는 또 다른 기회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김 위원장이 대선 때까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패배하면 국민의힘은 궁지에 몰릴 거고 제3지대에 힘이 붙을 텐데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제3지대를 이끌 인물은 김 위원장 외에 딱히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 본인이 활로를 마련해 제3지대로 나설 명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최영일 평론가는 “김 위원장이 힘은 좀 빠지겠지만, ‘국민의힘은 역시 안 되는 정당’이라고 비판하며 제3지대를 모색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첫 번째 시나리오보다는 두 번째 시나리오에 더 힘을 싣는다. 바로 정계은퇴다. 상당수 전문가는 이번 4월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김 위원장이 정치무대에서 퇴장하는 결론을 맞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권 심판에 대한 여론이 굉장히 강했던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는 비판을 한 몸에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부산 중 한 곳에서만 져도 “졌다”는 공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사라져야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 국민의힘 중진 정치인들은 계속 김 위원장을 흔들게 틀림없다. 정치무대에서 강제 퇴장당하게 되는 셈이다.

킹메이커의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는 ‘킹’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상황을 스스로 주도할 수는 없다. 이번 4월 선거에 그의 정치 명운이 달린 이유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사라질지, 계속 노익장을 뽐낼지는 이제 곧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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