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영입 나서는 금융권…‘로비 창구’로 활용되나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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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거물급 모피아 출신 영입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연합뉴스

고위 경제 관료들이 금융권으로 속속 진출하는 가운데, 기업이 이들을 ‘로비 창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서 이른바 모피아(MOFIA)로 불리는 관료들을 영입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모피아는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무부 (MOF, 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과거 재무부 출신 인사들은 퇴직 후 정계·금융계 등으로 진출해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면서 거대한 세력을 구축했다. 관료들이 현직에 있을 때 금융 기업 등을 도와주고 퇴직 후 고액 연봉을 보장 받는 자리에 가는 등 유착 관계를 갖는 현상에서 모피아라는 말이 생겼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금융계 거물급 인사로 분류되는 전직 금감원장을 영입했다. 카카오뱅크는 경기도 판교오피스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진 전 원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재정경제부, 금윰감독위원회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대변인, 자본시장국장,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4년 2월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발탁됐고 그해 11월 10대 금융감독원 원장에 취임했다. 이외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 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을 지내는 등 정치권 인맥도 상당하다.

카카오뱅크의 진 전 원장 영입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기업 위상 강화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진 전 원장을 로비 창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금융권 전반으로 이같은 고위 경제 관료 선호 현상이 확산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부실 점검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대거 물갈이되면서 모피아의 민간 금융권 진출도 한동안 주춤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흐름이 바뀌는 모양새다. 

금융위 출신인 김광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2월 업계의 민원 창구 역할을 하는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금융위 출신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손해보험협회 회장에 올랐다. 아울러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맡은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과 에스지아이(SGI)서울보증보험 대표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기재부와 금융위를 거친 고위 관료 출신이다.

은행권도 모피아 영입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낸 임승태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낸 서태종 사외이사도 신규로 선임했다. 과거 은행의 주된 영입 대상은 주로 은행을 직접적으로 감독하는 금감원 퇴직자에게 집중됐는데, 이제는 기재부나 금융위 등 정통 관료들도 영입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모피아들이 금융 기업의 각종 민원과 요구 사항 등을 적극적으로 정부와 금융기관 등에 전달하는, 일명 로비 창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정부 정책과 입법 대응을 위해 관료 출신들을 많이 영입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금융회사들 입장에서는 기관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 관료 출신들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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