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무혐의’ 받았는데…대법, “정학 처분은 정당하다”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sisa3@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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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무혐의 처분만으로 피해자 진술 배척해선 안 된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대학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더라도 학교 측에서 학칙에 의거해 별도의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서울대학교 학생인 A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정학 처분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전했다.

A씨와 후배 B씨는 지난 2018년 6월 새벽 각자 회식을 마친 뒤 함께 인근에 있는 모텔로 갔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B씨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던 중 B씨에게 키스를 하고, 신체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했다. 약 일주일 뒤 B씨는 A씨가 성폭행 또는 성추행을 했다며 서울대 인권센터와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해당 행위를 했을 당시 B씨가 5시간 가량 잠을 잔 뒤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나온 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A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반면 서울대 인권센터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A씨의 해당 행위가 자체 규정에 따른 ‘성희롱’내지 ‘성폭력’에 해당한다며 서울대 측에 정학 12개월의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서울대가 9개월 정학 처분을 내리자 A씨는 이에 반발하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묵시적인 동의하에 신체접촉 행위를 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정학 처분을 무효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학칙이나 학생 징계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인권센터 규정 등을 보면 징계 처분이 학교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며 “수사 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의 행위가 서울대 인권센터 규정에 정해서 ‘성희롱’에 해당하므로 학생 징계 절차 규정에 따른 징계사유가 존재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며 상고를 기각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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