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퇴치 최대의 적 ‘변이 바이러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1 12:00
  • 호수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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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감염 검출 3배 껑충⋯백신 접종률은 7%대 답보

코로나19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각국의 면역학자, 감염병 연구학자, 바이러스 학자 100명에게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을지 물었다. 응답자의 89%는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엔데믹은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고착화된 감염병을 뜻한다.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를 것이라는 의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엔데믹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요인 중 하나는 변이 바이러스다. 흔히 집단면역을 형성하면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으로 오해하지만, 집단면역은 감염병 유행을 차단해 피해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첸나이 국제공항을 출발해 5월4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인도 교민들이 1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인도 첸나이 국제공항을 출발해 5월4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인도 교민들이 1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변이 바이러스 대부분 국내에 유입 

최근 코로나19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말은 ‘변이 바이러스’다. 변이 바이러스가 코로나19 퇴치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자의 절반이 영국형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정도로 확산한 상태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 속도가 1.5배 빠른 것으로 알려진 영국형에 대한 백신 효과가 70%인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남아공형과 브라질형은 면역을 떨어뜨려 백신 효과를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는 10%, 노바백스·얀센 백신 효과도 50% 남짓이다. 인도형은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50% 더 빠르고 어린아이와 젊은 층까지 위협한다. 인도형은 변이 바이러스 2종이 함께 있는 ‘이중 변이 바이러스’여서 백신 효과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도형을 ‘관심 변이 바이러스(VOI)’에서 ‘우려 변이 바이러스(VOC)’로 격상시켜 분류했다. VOI는 세계 공중보건에 위협이 될 수 있어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하는 변이 바이러스 그룹이고, VOC는 VOI보다 전파된 국가가 훨씬 많거나 전파속도가 빠르거나 백신 효과를 반감시키는 바이러스 그룹이다.

종합하면 지금까지 나타난 변이 바이러스는 환자가 중증으로 이행되는 정도가 약하며 백신을 완전히 무력화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발생한다는 사실은 우려할 만한 점이다. 실제로 5월22일 프랑스에서는 영국형이 추가로 변이한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 대부분은 이미 국내로 유입됐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5월25일 기준 국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3738명이다. 이는 4월28일 1513명에서 약 한 달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모든 코로나19 감염자를 대상으로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하지 않는다. 감염자의 약 15%를 검사하는데, 이들 중 36.1%(5월22일 기준)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나타났다. 이는 약 1개월 전인 4월28일 12.8%에서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하루 6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매일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200명 이상 나오는 셈이다. 

특히 지역사회 내 집단감염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해외 유입 사례보다 4배 이상 많아졌다는 점이 큰 문제다. 5월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간 ‘주요 변이 바이러스(영국형·브라질형·남아공형·인도형)’ 감염 사례는 277명이고 이 가운데 지역사회 내 사례는 약 81%(225명)에 이른다.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의미다. 5월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울산을 중심으로 발생한 영국형은 일주일에 2배씩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경기·광주·전북·충청·경북 등에서도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인도형 집단감염 사례까지 나왔다. 5월19일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15명이 인도형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은 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있다. 이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기존에 이 백신은 남아공형에 약 10% 효과를 보여 사실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나 화이자 백신을 2회 접종하면 영국형에 87%, 인도형에 80%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1회만 접종할 경우에는 영국형과 인도형에 대한 효과가 각각 51%와 33%로 급감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회만 접종한 상황이고 그나마 12주 간격을 두고 2회 접종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회만 접종한 우리 국민은 현재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태다. 많은 국민이 짧은 시간에 백신을 맞아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개발·생산·공급 컨트롤타워가 없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5월23일 기준 우리 국민 중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의 비율은 7.4%다. 7%대 백신 접종률은 5월초부터 20일 넘게 이어지며 많이 올라가지 않는 데다 세계 평균 9.8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백신 공급이 부족하고 일부 백신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2000만 명분의 모더나 백신은 올 2분기부터 공급받을 예정이었으나, 5월31일에야 처음으로 2만7500명분이 들어오고 나머지는 언제 도입될지 모르는 상태다. 정부는 8월부터 국내에서 모더나 백신을 생산하는 계약을 맺었다. 스위스 론자가 만든 모더나 백신 원액을 국내로 들여와 병에 넣는 일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맡은 것이다. 정부는 백신 수급 형편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7월부터 백신 1차 접종자는 마스크를 벗도록 하고 식당 등의 5인 이상 모임 제한에서도 제외할 방침이다. 

김 교수는 “모더나는 론자와 10년간 백신 원액 공급계약을 맺었다. 우리가 백신 원액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쓸 백신을 생산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사용할 백신은 별도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와 같은 백신 개발·생산·공급을 두루 살피고 전략을 짜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총리 따로, 장관 따로여서 누가 컨트롤타워인지 모르겠다. 또 거리 두기 등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경각심도 떨어진 상태다. 올가을 집단면역을 형성해 겨울쯤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의 희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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