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심사, 난항 겪는 이유는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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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체제 전환 시 운임 인상 가능성으로 공정위 '장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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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위한 결합 심사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연이어 승인되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한국을 비롯한 필수 신고 국가 9개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현재까지 터키와 대만, 태국 등으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은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6월 초로 예정됐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의 계약기간을 10월 말까지 연장하며 장고에 들어갔다. 국내 1‧2위 항공사인 두 기업이 합병될 경우 독점 체제로 전환되면서 항공운임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143개 국제노선 중 양사가 통합했을 때 점유율이 50% 이상인 노선은 32개(22.4%)였다. 특히 인천발 LA‧뉴욕‧시카고‧바르셀로나‧시드니‧팔라우‧프놈펜행 등 7개 노선의 양사 점유율은 100%였고, 인천발 호놀룰루‧로마‧푸켓‧델리행 등 4개 노선은 75%를 넘었다.

양사의 합병으로 시장이 독점 체제로 전환되면 가격 결정권이 대한항공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인위적인 항공운임 인상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정부가 운임 상한을 제한해 임의대로 가격을 인상하기 어렵고, 외국계 항공사도 국내 대부분 노선에 진출해 있어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서다.

그럼에도 운임 인상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우선 운임 상한제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반적인 항공권 가격이 운임 상한의 30% 수준에 불과해 가격을 인상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사들은 그동안 일반적으로 항공권 정가를 운임 상한에 준하는 수준으로 책정하고 각종 할인을 적용, 낮은 가격에 항공권을 판매해왔다.

실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양대 항공사 통합에 따라 독과점 발생이 예상되는 미주 5개 노선을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 항공권 최저가는 운임 상한의 31~42%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들 독점 노선의 항공권 가격을 많게는 3배 이상 올릴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앞서 노선 독점권을 바탕으로 운임비를 불합리하게 책정했다 비판받은 전력도 있다. 독점 운수권을 보유하고 있던 인천발 몽골 울란바토르행 노선 운임을 비슷한 거리인 인천발 홍콩행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책정한 것이다. 이런 가격 정책은 2019년 7월 아시아나항공이 몽골 울란바토르에 취항하기 전까지 지속됐다.

외국계 항공사와의 경쟁으로 운임을 올릴 수 없다는 대한항공의 주장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직항 노선 등에서 국적기를 대체하기 어려운 일부 노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업계 일각에서는 양대 항공사가 합병 이후 소비자들의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률 높이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합병 이후 운임 인상을 일정 기간 금지하거나 현행 운임 상한선 제도 보완하는 등 제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통해 항공운임 인상 가능성과 소비자들의 마일리지 혜택 감소 우려 등 통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여부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며 “연구용역이 완료되면 범 정부 차원에서 여러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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