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상의 시작? “섣부른 판단!”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4 16:00
  • 호수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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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벗을 생각보다 백신 신뢰 높여 국민 안전부터 해결해야”

6월5일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00일째를 맞는 날이다. 5월31일 기준 540만여 명이 백신을 접종해 접종률 10%를 넘겼다. 특히 5월 내내 7%대이던 백신 접종률이 5월 마지막 주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일상의 시작’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손사래를 친다. 여전히 하루 약 500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변이 바이러스 위협이 존재하며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를 벗게 해 준다는 말로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보다 백신 부작용 해결 노력으로 백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반기까지 1300만 명 백신 접종이 정부의 목표다. 6월 한 달 동안 약 760만 명이 접종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기존의 백신 접종 속도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도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백신 접종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당장 6월1일부터 백신을 맞은 사람은 직계가족 모임의 인원 제한을 받지 않도록 했다. 현재 직계가족 모임은 8명까지 가능한데, 만약 접종자 2명이 있다면 10명이 모일 수 있다. 또 전 국민의 25%인 1300만 명이 1차 접종을 완료하는 7월부터는 백신을 한 번만 맞았더라도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1회 접종자에게 ‘노 마스크’는 역효과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면 백신 수용성은 올라간다.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5월25~27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에서 백신 미접종자 가운데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는 비율은 69.2%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3월 조사에서 68%, 4월 조사에서는 61.5%였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낮아진 백신 수용성을 인센티브제로 높일 수 있다. 또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사람까지 독려할 수 있다. 다만 백신 접종을 증명한 사람, 특히 2차 접종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신을 한 번만 맞은 사람이 마스크를 벗는 것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인센티브제 도입 시기도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백신 접종률이 겨우 10%를 넘겼을 뿐인 데다 최근(5월22~27일) 코로나19 확진율은 3.2%며 계속 상승세다. 잘못 설계한 인센트브제는 오히려 방역 의식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백신을 한 번만 맞아도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 그나마 미국은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는 시기에 마스크를 벗는 얘기가 나왔지만, 우리는 10%를 겨우 넘긴 상황이고 7월에 25%까지 되더라도 매우 저조한 접종률이다. 우리가 주로 맞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2주(3개월) 간격으로 두 번 접종하는데, 1회 접종 직후에는 효과가 있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효과는 떨어진다. 1회와 2회 접종 사이에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퍼뜨릴 수 있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많이 떨어진다. 현재 국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전체 감염자의 3분의 1이다. 7월쯤 전체 감염자의 절반 이상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될 것이다. 또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인구 밀집도가 높아 마스크를 벗는 등 경각심이 떨어지면 바이러스는 확산한다”고 경고했다. 

폐기하는 백신을 줄이는 잔여 백신 예약제도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예컨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용기(바이알) 1개에 10명 분량(도즈)이 들어 있다. 용기를 1개 개봉하면 최대 6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이 시간 내에 사용하지 못한 백신은 폐기한다. 접종을 예약한 사람이 접종 기관에 방문하지 않거나, 예진 결과 접종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 백신이 남는다. 이렇게 남은 잔여 백신을 다른 사람이 맞도록 한 것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앱을 통해 잔여 백신을 확인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당일 예약하고 맞을 수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잔여 백신 접종자의 83%는 40~50대이고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층이 접종 예약에 유리하다. 김 교수는 “이는 윤리적 문제다. 잔여 백신을 예약하는 사람 중에는 백신을 빨리 맞아 마스크를 벗고 여름 휴가를 즐기려는 젊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보다는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에게 잔여 백신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인과 노숙자 같은 취약층이나 60대 미만 당뇨·암·심뇌혈관질환 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은 백신 접종 순위에서 빠져 있다”고 말했다.

20대 군인에게는 무용지물 된 얀센 백신

정부는 오히려 상반기 접종 대상자를 본래 1300만 명에서 1400만 명으로 늘려 잡았다. 미국에서 제공한 얀센 백신 100만 명분을 더한 수치다. 매년 독감 백신을 접종해 온 경험이 있어 이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 단, 백신 수급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찔끔찔끔 들어오는 상태다. 실제로 6월1일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된 모더나 백신은 계약한 2000만 명분 중 2만7500명분이다. 이 백신은 6월 중순부터 병원급 의료기관 종사자 중 30세 미만에게 접종된다. 

무엇보다 일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해법이다. 미국이 제공하는 얀센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같은 방식(바이러스 벡터)이다. 그래서 얀센 백신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과 같은 부작용 위험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사례가 나왔다. 4월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30대 남성이 5월9일 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했지만 효과가 없었고, 5월12일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여성에게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성도 안전할 수 없다. 미국에서 얀센 백신을 맞고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을 보인 28명 가운데 여성은 22명이고 남성도 6명이나 됐다. 

김 교수는 “적극적으로 검사해 발견하지 않아서 그렇지, 찾지 못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사례는 더 있을 것이다. 이런 부작용이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용하지 않은 미국이 얀센 백신에는 사용 허가를 한 것은 자기 나라 제약사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영국 정부는 옹호하지 않나. 얀센 백신에 대한 미국인의 선호도는 낮고 일본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대부분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선호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로 맞는다”고 말했다. 

얀센 백신은 임상시험을 통해 72%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이 백신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는 64%,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는 68%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얀센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백신과 달리 한 번만 맞아도 된다는 점이다. 1회 접종 후 14일이 지나면 항체가 형성된다.

그러나 다른 백신의 효과가 1년 정도 지속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얀센 백신은 6~7개월 정도로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길랭-바레 증후군이나 안면 마비와 같은 중대한 이상 반응도 발견됐다. 미국에서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 보고된 후 얀센 백신의 접종이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자문기구 회의를 거쳐 50세 미만 일부 여성에게 혈전 증후군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는 것을 전제로 접종을 재개했다. 

본래 미국은 주한미군과 접촉이 잦은 한국군 55만 명이 맞을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부분 20대 군인이므로 화이자 백신이나 모더나 백신이 도입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미국은 얀센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고 물량도 약 100만 명분으로 늘렸다. 국내에서 얀센 백신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위험 때문에 30세 이상에게만 접종하도록 권고가 내려진 바 있다. 정작 20대 군인에게는 얀센 백신을 접종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따라서 6월5일 국내로 들어온 얀센 백신은 6월10~20일 30세 이상 예비군(53만8000명), 민방위 대원(304만 명), 국방·외교 관련자(13만7000명)에게 접종한다. 20대 군인 41만4000여 명에게는 6월7일부터 7월까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 이미 30세 이상 군인 11만6000여 명(접종 대상자 대비 88.1%)에 대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1차 접종을 마친 상황이다. 

최근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사고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광주에 사는 80대 치매 환자는 4월28일 화이자 백신을 하루에 두 번이나 접종받는 일이 생겼다. 또 5월28일에는 광주의 한 종합병원에 일반 진료를 받으러 온 중학생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성 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미성년자에게는 접종하지 않는다.

국민의 안전과 백신 낭비를 막으려면 접종 관리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나라다. 그런데 일부 백신의 부작용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수용성은 크게 낮아졌다. 어떤 백신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과 같이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해결해 백신 접종률을 높일 생각보다 마스크를 벗을 생각부터 먼저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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