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수비는 합격, 타격은 서서히 끌어올리는 중
  • 이창섭 야구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5 13:00
  • 호수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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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신인’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적응기…5월부터 장타력 조금씩 살아나

2년 만에 162경기 체제로 돌아온 메이저리그의 2021시즌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6월부터는 대부분의 구장에서 관중 수용 제한도 해제할 예정이다. 조심스러웠던 초반 분위기를 뒤로하고 일상으로의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시점에, 김하성(25)은 메이저리그 적응기를 보내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겨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 달러(약 310억원)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좋은 계약을 보장받은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그만큼 어깨도 무거웠다.

ⓒAP연합
있5월28일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의 유격수 김하성이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멋진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AFP연합

김하성의 호수비 모은 영상, 美 현지에서 큰 인기

김하성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부터 고전했다. 19경기에서 타율이 0.167에 불과했다. 때려낸 7안타도 모두 단타였다. 정규시즌이 되어서도 이 흐름은 바꾸지 못했다. 4월4일 정규시즌 첫 선발 출장 경기에서 2안타 1타점을 올렸지만, 시범경기 부진을 뒤집는 반전은 없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첫 장타를 4월11일 홈런으로 만들어낸 뒤에도 타격감은 살아나지 않았다.

김하성은 KBO리그와는 다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위에 애를 먹었다. 매년 구속이 빨라지고 있는 메이저리그는 이번 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3.6마일(150.6km)까지 뛰어올랐다(스탯티즈 기준 이번 시즌 KBO리그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6km). 올해 메이저리그가 극심한 투고타저 성향을 보이고 있는 부분도 김하성 입장에서는 불운했다.

확실히 김하성은 타석에서 아쉬운 모습이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여전히 김하성을 중용하고 있다. 5월까지 샌디에이고는 시즌 54경기를 치렀다. 이 중 김하성이 선발 혹은 교체 출장한 경기는 전체의 80%가 넘는 45경기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2)와 매니 마차도(28)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김하성은 그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아왔다.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자주 기용하는 이유는 단연 수비다. 김하성은 공격에서 헤매는 것과 달리 수비에서는 제 몫을 해 주고 있다. 선수 수비력을 알아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는 디펜시브 런세이브(이하 DRS)다. 해당 수비수가 실점 방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 수 있다. 5월까지 김하성은 가장 많이 나온 유격수 포지션에서 DRS +4를 기록했다. 이는 수비 이닝 100이닝 이상 넘은 21명의 내셔널리그 유격수 중 가장 높다. 김하성과 더불어 이 부문 유격수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선수는 닉 아메드(애리조나)로, 아메드는 2018~19년 유격수 골드글러브 수상자다. 또한 김하성은 이번 시즌 3루수와 2루수로도 나선 적이 있는데, 두 포지션 역시 DRS 플러스 점수를 받아내고 있다(각 +2).

메이저리그 각종 기록을 수집하는 ‘베이스볼 레퍼런스’는 선수의 수비만을 가지고 승리 기여도를 따로 산출한다. 김하성은 수비 승리 기여도에서 현재 1.0을 올렸다. 콜로라도 로키스 내야수 라이언 맥맨(1.1)에 이은 리그 2위다. 타구 속도가 더 빠른 메이저리그에서 김하성의 수비는 재발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샌디에이고는 뛰는 야구를 앞세우고 있다. 팀 59도루는 전체 2위 캔자스시티 로열스(39도루)보다 20개나 더 많은 압도적 1위다. 누상의 모든 주자가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김하성도 도루 4개를 해내면서 샌디에이고의 뛰는 야구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처럼 김하성은 샌디에이고가 추구하는 야구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출장시간을 확보하는 중이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선수의 단면만을 보고 평가하지 않는 추세다. 공격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선수의 가치를 쉽게 깎아내리지 않는다. 수비와 주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김하성에 대한 현지 반응은 실제 나쁘지 않다. 김하성의 호수비를 모은 영상은 큰 인기를 끌었고,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는 ‘뜨거운 신인’ TOP 10에 김하성을 9위로 선정했다.

타석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직 타율은 낮지만, 장타력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김하성은 5월16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시즌 2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5월의 첫 홈런으로, 이후 10경기에서 장타 6개를 날렸다. 김하성의 이 구간 장타율은 0.514였다. 5월29일 경기에서는 메이저리그 첫 결승타를 연장 11회초에 때려냈고, 이틀 뒤에는 시즌 3호 홈런을 추가했다.

타구의 질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4월의 김하성은 타구 땅볼 비중이 50.0%였다. 공을 제대로 띄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5월에는 땅볼 비중이 35.9%로 떨어졌고, 대신 뜬공 비중이 30.6%에서 45.3%로 높아졌다. 공을 띄운 김하성은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순수 장타율도 4월보다 5월에 좋아진 수치를 기록했다(4월 0.080, 5월 0.169). 여전히 타석에서 갈 길은 멀지만, 김하성은 좌절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AP연합
김하성이 5월28일 휴스턴과의 경기 연장 11회 타석에서 타격 후 1루로 뛰어나가고 있다.ⓒAP연합

6월부터는 팀과 함께 상승세 타야

샌디에이고도 김하성의 활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더 큰 목표를 드러낸 샌디에이고는 선수층을 두텁게 만들어 긴 시즌에 대비하고 있다. 선수층이 탄탄해지려면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들이 필수적이다. 선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모든 선수의 경기 감각이 항상 올라와 있어야 한다. 주전과 백업 선수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아야 선수층이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LA 다저스는 이러한 선수 관리를 통해 지난 몇 년 동안 최강 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저스는 올해 샌디에이고가 겨냥하고 있는 팀이다.

현재 샌디에이고는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세 팀 모두 뛰어난 경기력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5월까지 30승을 돌파한 세 팀이 몰린 지구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가 유일하다. 샌디에이고가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현 전력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

팀이 우승을 노리는 만큼 김하성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승권에 있는 팀의 주전으로 도약하려면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로만 남아서는 곤란하다. 실제로 발전을 이뤄내야 우승권 팀에 어울리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다. 이제는 김하성이 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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