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검찰 망가뜨린 문재인 정권의 만행 기억해야” [쓴소리곧은소리]
  • 서민 단국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4 10:00
  • 호수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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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단국대 교수 "문재인 정권에서의 윤석열, 박근혜 시절 받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보복 당해"

“MB 정부 때 BBK 사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보십니까?”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 청문회 때 참고인으로 나온 내게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한 질문이다. BBK 사건. 주가조작을 통해 경영진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지만, 회사를 믿고 투자했던 수천명의 피해자는 눈물을 삼켜야 했던 그 사건이 화제가 된 건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와의 연관성 때문이었다. “금년 1월달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까지 있었으니,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는 ‘무혐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이를 제대로 수사할 수 없으리라는 게 당시의 여론이었다. 청문회 때 김용민 의원의 질문에 “아주 잘못됐습니다”라고 답한 건 이 때문이었다. 비단 BBK만이 아니었다. ‘다스’라는 회사의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죄다 무혐의였다. 당시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증거가 없다고 했던 검찰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태도를 180도 바꿔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며 그를 구속시킨다. 과거와 보는 시각이 달라진 이유는 단 하나,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6월1일 출간된 조국 전 법무장관(오른쪽)의 저서 《조국의 시간》(가운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시사저널 박은숙
6월1일 출간된 조국 전 법무장관(오른쪽)의 저서 《조국의 시간》(가운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시사저널 박은숙

수사권 빼앗아 권력에 맞서는 검찰 제거

아주 오랫동안, 검찰은 정권의 개였다. 정권이 물라고 하는 것만 물었고, “안 돼!”라고 하면 찌그러져 구석에 엎드려 있을 뿐이었다. 주인 격인 정권에 대드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물론 검찰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문무일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자리에서 기자로부터 “검찰이 정치권력에 휘둘린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자 그는 양복 상의를 벗어 팔에 건 뒤 팔을 흔들었다. 그가 기자들에게 묻는다. “뭐가 흔들립니까? 옷이 흔들립니다. 어디서 흔드는 겁니까?” 잠시 기자들을 쳐다본 그는 다시 말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옷을 보고 말하면 안 된다. 흔들리는 게 어느 부분에서 시작되는지를 잘 봐야 한다.” 정권이 인사권을 가지고 검찰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검찰이 정권 눈치를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뜻이었으리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줄여서 공수처의 필요성은 그래서 나왔다. 권력층에 한없이 약한 검찰 대신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인 공수처가 정권과 관련된 인사의 수사를 담당하는 게 어떠냐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권력 약화를 걱정한 검찰이 극렬하게 반발했고, 자신에게 칼을 들이댈 기구가 만들어지는 것을 원하는 정권도 없었기에, 공수처는 그저 시민사회단체의 공허한 목소리로만 남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공수처에 대한 의욕이 남달랐는데,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그 이유는 시민사회단체의 그것과는 달랐다.

2019년 6월, 검사 윤석열이 총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 정권 때도 정권에 대한 수사를 했다가 징계를 당한 적이 있던 그는 현 정권의 실세인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수사한다. 그 이전이라고 정권의 핵심 인사를 수사한 검사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검찰의 수장인 총장이 이런 일을 벌인 건 체감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문 대통령의 말은 그저 수사에 불과했기에,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시절 받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보복을 견뎌야 했다. 한동훈 검사장을 비롯한 측근들이 줄줄이 좌천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별문제가 안 된다고 공언했던 윤 전 총장의 가족 수사가 재개됐다. 윤 전 총장 본인도 걸핏하면 수사에서 배제되고, 정직 등의 징계를 받는 등 수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권의 보복은 윤 전 총장의 측근과 가족을 넘어 검찰 전체에 미쳤다. 수사권을 빼앗음으로써 다시는 권력에 맞서는 검찰이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것, 현 정권은 이를 ‘검찰 개혁’이라 불렀다. 그 대표적인 예가 남부지검에 있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의 해체였다. 2013년, 금융범죄가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에 대비해 각 분야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드림팀을 구성해 수사하도록 하겠다는 게 바로 합수단, 이들이 어찌나 증권사기를 잘 수사했던지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이런 우수한 조직을 추미애 전 장관은 취임한 지 20여 일 만에 없애 버린 것이다. 이유가 뭘까?

법무부는 검찰 개혁의 핵심인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 축소’를 핑계 삼았지만, 투자자들에게 1조6000억대 피해를 입힌 라임펀드 사기 사건을 합수단이 수사한 것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게 세간의 추측이었다. 청와대 행정관이 관여한 증거가 나오고, 문재인 정권 첫 정무수석인 강기정이 50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도 나온 판이니, 수사가 더 진척되는 것을 막으려고 없앤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조치가 얼마나 어이없는지는 다음에서 알 수 있다. 지난 5월21일, 법무부가 추미애 전 장관이 폐지했던 합수단을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되살리겠다고 한 것이다.

 

공수처, 검찰로부터 친정권 인사 보호 

검찰의 힘을 빼는 게 정권의 목표다 보니, 공수처 설치는 필수였다. 안 그래도 공수처법을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하는 등 나름 의욕을 불태웠던 현 정권은 조국 사태 이후인 2019년 12월, 공수처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버린다. 산 권력도 수사하는 총장의 재임기간에 공수처가 출범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진짜 큰 문제는 이 공수처가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하던 공수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었다.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금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이규원 검사와 이성윤 지검장이 한결같이 검찰 대신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겠다고 애원하는 광경을 보라. 정권 실세를 혼내준다는 원래의 목적 대신 친정권 인사들을 검찰 수사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게 공수처의 존재 이유라는, 가장 명확한 증거가 아닌가?

가뜩이나 위축된 검찰에 조국 전 장관마저 공격에 나섰다. 자신이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한테 당한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담은 《조국의 시간》은 1주일도 안 돼 10만 부를 넘기는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제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직을 맡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검찰 개혁이었습니다. 사명을 수행하다가 날벼락처럼 비운을 만났지만, 여러분의 응원이 있었기에 저는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했다. 권력의 단맛을 즐기기 위해, 그리고 비리로 점철된 위선자를 옹호하기 위해 검찰을 망가뜨린 현 정권의 만행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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