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의 시선에 잡힌 코로나 그후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1 11:00
  • 호수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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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오늘》 “소중한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이 무시무시한 코로나와 함께, 우리에게 찾아온 기회는 있다. 코로나는 ‘질문’의 질병이다. 코로나는 우리의 많은 것을 근본적으로 바꾸었기에,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지구를 다루던 방식은 옳은지. 얼마나 우리는 깊숙이 연결되어 있었는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수고와 희생을 딛고 이 당연한 하루들을 누리고 있는지. 우리는 이 기회를 빌려 질문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맞이하게 된 시대에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이며, 버린 것은 무엇인가. 또 무엇은 그대로이며, 무엇이 사랑받을 것인가.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는 유병욱 작가가 코로나 이후 카피라이터로서 바라본 시대의 변화, 그리고 더 음미하게 된 오늘, 우리, 시대, 일상, 서울, 브랜드, 문장, 콘텐츠 등을 이야기한다.

없던 오늘 /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펴냄 / 292쪽 / 1만5000원
없던 오늘 /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펴냄 / 292쪽 / 1만5000원

바이러스 따위가 빼앗아갈 수 없는 것들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예전의 우리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 끔찍한 질병이 앗아가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조금 더 깊게, 오래 음미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음을. 동네에 자꾸만 괜찮은 커피숍이 생기고 있음을. 서울이 생각보다 훨씬 사랑스러운 도시임을. 오늘은 우리에게 이렇게 가혹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은 있음을.”

유 작가는 ‘오늘 우리는 예전의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변치 않을까, 앞으로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될까, 우리는 어떻게 단련해야 할까’라는 질문들을 제시하고 답을 찾아 고민한다. 유 작가가 내놓은 답들은 음미력, 앱형 인간관계, 미트로놈, 안전 가옥, 레트로 위크, 정신적 피난처 등 낯설고 새로운 것들이다.

“날카롭고 긴박한 날들에 지칠 땐, 오래되어 둥글둥글해진 것들에게서 힘을 얻는다. 나는 그 시간을 레트로 위크라 부르는 중이다. 레트로 위크. 솔깃하시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보시길 권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예전의 당신이 깊숙이 빠져있던 콘텐츠를 떠올려보는 것. 현재의 눈으로는 그것이 낯설거나 부끄럽더라도,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봉인 해제해 보는 것. 그 경험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렬해서,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수도 있음은 미리 알려드린다.”

코로나로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된 동시대인들에게 유 작가는 “당신은 모두 ‘없던 오늘’을 음미할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바이러스 따위가 빼앗아갈 수 없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고. 또한 유 작가는 예전의 평범했던 일상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코로나 이후의 변화에 해소되지 않는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절망보다는 희망에 가까운 일들이 더 많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빼앗긴 것들 틈에 남아있는 것들을 소중히 들여다보며, 예전엔 떠올린 적 없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져보며, 이 쉽지 않은 시기를 건너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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