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최재형의 ‘수싸움’…단일화·입당 둘러싼 두 ‘反文’의 선택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2 16: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지 겹치는 尹과 崔, 단일화 가능성 열어두면서 ‘견제구’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는 양측 모두 ‘신중 모드’
대선 출사표를 던진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은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이 각각 7월12일과 7월6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아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대선 출사표를 던진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은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이 각각 7월12일과 7월6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아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꼽혀 온 윤석열 전 검찰종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나란히 본격 대권 행보에 돌입했다. 최 전 원장에 한 발 앞서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공개 행보를 이어 온 윤 전 총장은 이날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에 질세라 최 전 원장은 정치 참여와 동시에 대권 도전을 가시화하며 '판 흔들기'에 나섰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문재인 정부 인사 출신 2명이 야권 유력 대선 후보로 발돋움하면서 이들의 항후 행보에도 촉각이 쏠린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입당·단일화 여부는 야권을 넘어 정치판 전체를 뒤흔들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인 김건희씨와 처가 관련 각종 논란에 휩싸인 윤 전 총장은 당장 검증 국면 앞에 서 있다. 최 전 원장도 사실상 대권 선언을 확정지은 만큼, 전직 감사원장의 정치권 직행에 대한 비판과 판사 시절 재판 이력 등 험난한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외곽에서 각자 행보를 하다 단일화나 입당 여부, 입당할 경우 합류 시기까지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된 두 유력주자의 소통 방식과 대응도 또 하나의 '검증의 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왼쪽)이 7월1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왼쪽)이 7월1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선 예비후보 등록 마친 尹…몸풀기 끝낸 崔

1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완료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좌장 역할을 하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대리인 자격으로 예비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야권 주자 가운데 예비후보 등록을 완료한 것은 윤 전 총장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예비후보 등록 직후 대변인실을 통해 "공정과 상식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국민이 피땀으로 일궈낸 자랑스러운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국민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를 만들겠다.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 측은 후원회장 선정과 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예비 후보로 등록한 경우엔 당일부터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10명 이내의 유급 선거사무원을 선임하는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유선, 문자, 이메일 선거운동, 명함 배부, 공약집 발간도 가능하다.

예비 후보는 후원회도 둘 수 있다. 선거비용 제한액(513억900만원)의 5%인 25억6545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은 기세를 몰아 후원금 모금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7월12일 오전 대전 유성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서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7월12일 오전 대전 유성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서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같은 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부친 고(故)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삼우제를 위해 대전 현충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국민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고, 우리 사회 곳곳에 소외되고, 어렵고, 힘든 분에게도 따뜻한 빛이 비쳐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대한민국을 밝히는 일"이라며 "그런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최 전 원장은 "최근의 상황을 보면 국민, 특히 청년이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며 살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최 원장은 이날 현충원 내 천안함 46용사 전사자 묘역과 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을 잇달아 참배하며 야권 후보로서의 이미지 다지기에 돌입했다. 

 

단일화부터 입당, 검증까지…시험대 오른 반문(反文) 후보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정치에 투신하면서 야권 후보군 폭은 훨씬 넓어졌다.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고,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건 두 후보를 향한 여론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부상이 야권에 득이 될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전직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대권으로 직행한 데다, 두 사람 모두 '반문 전선'을 치고 나오면서 캐릭터가 묘하게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입당을 놓고 양측 모두 뚜렷한 답을 하지 않고 있어 '판 키우기'와 동시에 사분오열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공개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며 보수층 달래기에 나섰다. 두 전직 대통령 관련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윤 전 총장이 자신을 향한 보수 지지층의 비토를 잠재우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 때리기 만으로는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역부족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최근 윤 전 총장이 각종 이슈를 놓고 '우클릭'에 집중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30일 조선일보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 티타임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6월30일 조선일보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 티타임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다만, 윤 전 총장은 여전히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정시 출발론'을 거듭 강조하며 입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외곽에서 기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도 비슷한 입장이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관련해 "(입당) 여부나 시기를 좀 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한 묘한 견제구도 날렸다. 그는 "저를 윤 전 총장의 대안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으나, 저는 저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불발될 경우 최 전 원장이 대안으로 나서게 될 것이란 세간의 평가를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이어 "다른 사람이 잘못되는 것이 저의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살지 않았고 그런 생각으로 정치를 할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계신데, 그 분과의 협력 관계는 좀 더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단일화에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퇴역 대령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퇴역 대령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 역시 최 전 원장과의 '결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정치적 욕망을 추구하기보다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최 전 원장과의 단일화를 포함해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하는 방안이라면 어떤 결단도 내리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의 단일화가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입당과 검증 국면 등 각종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다. 현재까지는 윤 전 총장보다 최 전 원장의 입당이 더 빠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 기반이 없는데다 정치 참여와 대권 후보 지지율, 인지도 등에서 윤 전 총장에 다소 밀리고 있는 최 전 원장이 조기 입당을 통해 반전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일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에 앞서 입당을 확정할 경우 장외 단일화나 제3지대 연대 등은 본격 논의 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 측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단일화와 관련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윤 전 총장이 9개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1개의 생각에 동의하면 누구라도 만나서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보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