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지원’ 최대 변수는 이준석 아닌 홍남기…또 ‘배수의 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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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 與野 설왕설래 속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거듭 ‘반대’
이해찬·이낙연 전 대표와 수차례 정면충돌…송영길과도 재현 조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또 충돌했다. 여당은 소득 하위 80%에 한해 지급하기로 했던 재난지원금을 전국민 지급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야당이 결국 번복하긴 했지만, 전날 송영길 대표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의견일치를 본 것을 기점으로 여당의 압박은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이에 강력 반발하며 여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기재부 장관을 사실상 '패싱'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불쾌감도 숨기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난지원금 지급 때마다 '곳간'을 놓고 여당과 충돌했던 홍 부총리는 이번에도 격정 발언을 쏟아내며 '배수의 진'을 치는 모양새다. 

 

홍남기 "재정 운영, 정치 따라가는 것 아냐"

홍 부총리는 13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치권에서 '합의·번복'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를 되받아치며 '소득 하위 80%'에만 선별 지급하는 방안을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여야가 오랜만에 모여서 시원한 합의를 했다. 물론 100분 만에 깨졌지만"이라며 "그런 합의에는 국민들의 요구가 있다. 국회가 결정할 문제인데, 기재부가 어제도 합의가 나오자마자 예산을 쓰는 것은 정부가 동의해야 한다고 여야 합의에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이어 "길은 정치가 내고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홍 부총리를 질타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홍 부총리는 "재정 운용은 정치적으로 결정되면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상위 20% 계층은 소득 감소가 거의 없었던 만큼 하위계층에 줄 돈을 줄여서 5분위 계층에 줘야 한다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맞벌이 가구나 1인 가구는 정부가 기준(소득 하위 80%)을 만드는 데 있어 그분들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탄력적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정부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별지급으로 결론을 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에서 결정된 사안이 국회에서 뒤바뀌는 것에 대한 반발감을 내비치며 "정부 지원 틀이 국회에서 잘 존중됐으면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예산 1조2000억원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저는 (카드 캐시백이) 필요하다는 데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운데)와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9월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2020년 9월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이낙연과 연쇄 충돌…송영길과도 재현 조짐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 된 이후 재정을 놓고 여러차례 여권으로부터 집중 난타를 받아왔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여당은 보편 지원과 손실보상액 확대 지급을, 홍 부총리는 계층별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한정된 예산을 놓고 정부·여당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면화 된 것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인만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여야와 당·정의 불협화음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홍 부총리는 이해찬·이낙연 전임 민주당 대표에 이어 송영길 대표와도 연쇄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월 비공개 회의에서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로부터 "정말 나쁜 사람"이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을 보편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홍 부총리가 끝까지 거부하자 여당이 맹폭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확산하던 지난해 초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홍 부총리가 거듭 선별지원 입장을 고수하자, '해임 카드'까지 꺼내들며 압박했다. 이후 1년 내내 추경 규모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갈등이 반복됐다. 

여권에서는 홍 부총리를 향해 '기재부의 나라를 만들려 하나', '홍남기는 어느 정부 사람인가'라는 질문까지 던지며 꾸준히 사퇴 압박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충돌은 오는 14~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될 추경안 종합정책질의와 내주 예정된 예결위 차원의 세부적 증액·감액심사를 통해 '확전 또는 수습'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 점에 무게를 싣고 홍 부총리를 우회 압박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현재의 분류 방법에 따르면 부동산 등 재산이 많은 사람은 받을 수 있지만, 무주택 맞벌이는 재난지원금을 못 받을 수 있다. 이런 불필요한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다"면서 "20% 제외를 위한 분류에 들어가는 행정비용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용카드 캐시백에 소요될 1조2000억원을 없애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게 맞는다"면서 "이(준석) 대표도 이런 취지에 공감해서 어제 발표한 대로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이날 울산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 대표가 '40%도 아니고, 80% 지원할 바에야 선별 논란이 많기 때문에 100% 지원이 맞다'고 말씀해주셨고, 저도 거기에 동의했다"며 "환불균 불환빈(백성은 가난보다 불공정에 분노한다는 뜻)을 같이 얘기나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잘 합의가 됐는데, 야당 내부 반발은 안타깝다. 저희 쪽도 기획재정부와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해 많은 반발이 있다"며 "그러나 여야가 국민 눈높이에서 처리해야 한다. 전체 국민의 상생위로금 차원에서 지급하는게 맞다"고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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