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팔방미인 약사의 음식 깊이 보기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8 11:00
  • 호수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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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불쇼에서 폭넓은 의약 지식 뽐내는 정재훈의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정재훈 지음│동아시아 펴냄 352쪽│1만6000원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정재훈 지음│동아시아 펴냄 352쪽│1만6000원

팟캐스트의 절대강자 ‘매불쇼’에서 가장 오래 버티는 이가 있다. 다양한 분야의 의사들이 나왔을 때도 같이 지식을 나누고 다양한 건강 상식도 막힘없이 풀어내는 능력 덕분일 것이다. 거기에 순간순간 던지는 애드리브도 전문 방송인 못지않다. 바로 약사 정재훈이다.

그가 이번에 던지는 화두는 음식이다. 약사지만 푸드라이터로도 활동하기 때문에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는 어릴 때 들춰본 요리책을 통해 음식 세계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또 동생과 함께 잡지의 음식 사진을 오려 모으고 친구들과 13가지 잡탕라면을 실험했다고 하니, 어찌 보면 타고난 것이다. 거기에 음식에 관한 지식까지 팠으니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진정한 음식 고수다. 또 조리와 가공 원리에 관한 과학, 유래를 알려주는 역사, 예술적 가치를 설명하는 미학 등 음식 탐구도 했고, 이미 《정재훈의 식탐》 등 두 권의 관련 저작도 냈다.

이번 책의 의도는 식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해 한 끼에 숨어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집밥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을까. 코로나19로 인해 집밥이 늘었는데 사람들은 더 건강해질까. 혼밥을 하면 우울증이 많아질까. 편의점 디저트는 나쁘고, 호텔 딸기뷔페는 좋을까 같은 상식에 의문을 던지고, 작가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단순히 질문만을 하는 게 아니라 근원적인 문제를 파고들어 해결해 간다.

책은 ‘오늘의 식탁’을 둘러싼 음식 문화에 질문을 던지고, 흔히 유통되는 ‘정답’들이 진실인지 확인해 보며, 착각에 가려졌던 다양한 스토리를 발견해 들려준다. 지난 4년간 우리 사회의 음식 트렌드를 부지런히 탐색해온 저자는 특유의 통찰력과 각종 연구자료에 기반한 합리적 관점으로, 각종 유행 다이어트, 배달앱, 먹방, 혼밥, 채식, 식당 별점, 디저트, 반려동물의 음식, 대체육, 명절 선물세트, 못난이 농산물 등 음식과 식문화 41가지를 탐구한다.

특히 3장은 흥미롭다. 영화 《기생충》에서 다송이는 정말 한우 채끝살 짜파구리를 좋아했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그 음식이 가능했던 사회적 의미를 묻기도 한다. 가장 많은 것은 우리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채식주의, 유기농, 화교의 중식 등은 전문 사회학자의 영역을 넘보기까지 한다.

이미 생활이 된 코로나19 시대에 면역에 관해서도 메시지를 던진다. “면역은 무조건 강하면 좋은 어떤 힘과 같은 개념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이다. 땅콩과 같은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경우처럼 복잡한 면역체계 일부가 오작동을 일으키면 건강에 도리어 해가 된다. 면역력은 학술 전문용어가 아니라 마케팅에 남용되는 잘못된 개념일 뿐이다.”

그는 음식과 요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요리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린내 나는 날달걀이 볶으면 고소해지는 것 등 하나하나 신비하게 생각한다. 또 맛과 건강을 기준으로만 음식을 바라보면, 어떤 정답들에 갇히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유통되는 정답이 진실인지 확인해 보고, 그 이면의 다양하고 풍성한 스토리를 찾아가는 즐거움을 경험해 보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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