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함바왕’ 유상봉, 전자발찌 끊고 잠적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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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주름잡던 브로커…사기죄 실형에 ‘극단적 선택’ 암시하고 잠적
함바 운영권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인 일명 '함바왕' 유상봉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지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함바 운영권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인 일명 '함바왕' 유상봉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지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유상봉은 2011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함바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사건이 매듭지어진 뒤에도 정·관계 로비 의혹과 각종 구설로 잊을만 하면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일명 ‘함바왕’으로 통하는 그가 이번에는 재수감을 앞두고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유상봉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2014년 3월 유씨는 피해자 A씨에게 “내게 투자하면 울산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의 함바 운영권을 주겠다”고 속여 8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실형 확정 직후 형 집행을 위해 유씨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보석 상태였던 유씨가 돌연 잠적한 것이다. 그동안 유씨는 검찰에 “아픈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며 수차례 형 집행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씨 본인도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유씨는 아내 입원 등을 이유로 인천지법의 허가를 받아 외출했다가 자취를 감췄다.

유씨는 지난해 4·15 총선 당시 윤상현 의원, 지역 언론사 기자 등과 공모해 경쟁 후보를 허위로 진정·고소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인천지법의 재판을 받고 있다. 당초 지난해 10월7일 구속기소 됐지만, 지난 4월5일 전자발찌 부착조건으로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법무부와 경찰은 유씨가 잠적 직전 공업용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천지법은 전날(13일) 유씨에 대한 보석을 취소했으며, 검찰이 신병 확보를 위한 수사에 나선 상태다. 대검찰청의 지휘를 받은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9일부터 엿새째 유씨 검거 작전을 펼치고 있다.

‘함바 게이트’로 구속기소된 유상봉씨가 2011년 7월9일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서울 광화문 일대 커피숍 등지에서 열린 현장 검증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바 게이트’로 구속기소된 유상봉씨가 2011년 7월9일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서울 광화문 일대 커피숍 등지에서 열린 현장 검증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상봉, 2011년 ‘함바 게이트’로 대한민국 발칼 뒤집어

유씨는 사기죄로 실형을 확정받은 직후 주변에 ‘극단적 선택’ 등을 암시하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서 유씨가 말한 대로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과 수사당국을 피해 도주하고 있을 가능성을 모두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씨는 2011년대 일명 ’함바 게이트’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함바란 건설현장 간이 식당을 일컫는다. 한 번 함바 운영권을 따면 공사기간 안정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이를 둘러싼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당시 유씨는 전국 공사 현장의 함바를 독점하다시피 해 ‘함바왕’이라고 불렸다.

이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전방위적으로 금품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공기업·건설사 임원, 경찰 고위간부 등 14명이 뇌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전직 경찰청장이 구속됐으며, 전직 장관이 수사 과정에서 자살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유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함바 운영과 관련한 사기를 여러 건 벌여 수감과 석방을 반복했다.

한편, 유씨는 지난 5월 공수처에 현직 국회의원과 전직 정관계 인사 등을 뇌물 수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검에도 다른 국회의원이 등장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모두 자신이 뇌물을 줬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앞서 공수처는 “유씨의 고소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경찰이나 검찰에서 사건 인지 통보가 오면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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