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의 반격…‘한명숙 감찰’ 지렛대로 檢·윤석열 동시 조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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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대검 합동감찰서 윤 전 총장 중심으로 한 ‘제 식구 감싸기’ 확인
한 전 총리 사건 참고인 100여 차례 소환하고 일부 편의도 제공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월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월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비판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격했다. 박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검찰의 '조직 지키기' 시도가 곳곳에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14일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한 전 총리의 모해위증 의혹 진정 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정의' 침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여러 방법을 동원해 조사와 감찰을 거듭 방해하려 한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감찰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이 한 전 총리 진정 사건을 접수해 대검 감찰부로 이첩했음에도 이를 대검 인권부로 재배당하려 했다. 지난해 5월 당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한 전 총리 사건 진정서 접수를 보고하자, 윤 전 총장은 진정서 사본을 만들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한 전 총리 민원 사건은 '감찰 사안'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자, 윤 전 총장은 대검 감찰과도 조사에 참여하되 대검 인권부가 총괄하도록 지시했다. 

초유의 '사본 배당' 시도와 대검 인권부 총괄 지시 등으로 윤 전 총장이 과거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후에도 검찰의 조직적 방해는 계속됐다. 지난해 9월 임은정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지만, 피의자 공소시효 직전에 주임검사가 바뀌면서 감찰 방해 의혹이 또 불거졌다. 

임 연구관은 당시 모해위증 혐의로 법정에서 증언한 재소자를 기소하고 수사팀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윤 전 총장이 내린 지시는 재소자 기소·수사팀 조사가 아닌 주임검사 교체였다. 윤 전 총장은 임 연구관이 아닌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돌연 변경했고, 예상대로 허 과장은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박 장관은 이날 합동감찰 결과를 직접 공개하면서 "법무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대검찰청 감찰부에 이첩했는데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극히 이례적으로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 재배당하라고 지시했다"며 "그 과정에서 내부 반대의견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를 묵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은 주임검사를 지정하는 방법으로 업무 담당자를 교체해 '제식구 감싸기' 의혹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이 7월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한 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이 7월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검찰 수사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한 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명숙 사건 참고인 100번 넘게 소환한 檢

이번 감찰에서는 한 전 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참고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무리한 반복 소환과 증언 연습까지 시켰다는 점도 확인됐다.

당시 4명의 참고인은 100여 차례나 검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팀은 이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공소유지에 불리한 참고인들의 진술을 듣고도 기록하지 않았다. 이는 검사의 '객관의무'를 위반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무력화한 것이라고 박 장관은 지적했다.

박 장관은 "일부 증인의 경우 새벽 늦게까지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재소자 증인들에게 외부인과의 자유로운 접견·통화는 물론 수감 중인 가족이 시설이 양호한 서울구치소에 있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부적절한 편의가 제공된 사실도 확인됐다"며 "공소제기 후 검사의 참고인에 대한 증언 연습은 면담 과정에서 부당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거나 참고인을 상대로 회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언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위법한 수사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검찰의 자의적 사건배당과 수사팀 구성을 방지하고, 검찰의 증인 사전면담을 최소화하되 면담 내용은 기록·보존하고, 악의적 피의사실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만일 규정에 어긋나는 피의사실 유출이 이뤄질 경우 각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이 진상 조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사건 관계인에게는 이의제기권도 부여키로 했다.

박 장관은 "이번 합동 감찰은 누구를 벌주고 징계하려는 게 아니었다"며 "오늘 감찰 결과 발표를 통해 검찰이 과거와 단절하고 완전히 새로운 미래 검찰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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