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文 잡아라”…김경수 장인 빈소 찾은 與 대선주자들의 ‘조문정치’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5 10: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 6명 대선주자들 목포로 집결…‘친문 적자’ 김경수 지사 정치적 위상 실감
박용진·김두관 13일, 이낙연·정세균·추미애 14일 빈소 방문…이재명, 부인 보내
장인상을 당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7월 14일 저녁 전남 목포시 산정동 봉황장례문화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부인 김정순씨와 함께 조문객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장인상을 당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7월 14일 저녁 전남 목포시 산정동 봉황장례문화원에 마련된 빈소에서 부인 김정순씨와 함께 조문객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장인이 13일 별세했다. 부고 소식을 접한 여당 대선 주자들은 연이어 김 지사 장인상 빈소가 차려진 전남 목포에 집결해 김 지사의 정치적 위상을 실감케 했다. 민주당 본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친문 적자’ 김 지사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 측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점을 감안해 최대한 검소하게 장례식을 치르려고 애썼다. 김 지사 측은 “김 지사의 장인 김봉옥 씨가 전날 밤 노환으로 별세했다”며 “조문을 받으나 되도록 가족과 조용히 장례를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7월 14일 전남 목포 산정동 봉황장례문화원에 마련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장인 빈소에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보낸 근조기와 조화들이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7월 14일 전남 목포 산정동 봉황장례문화원에 마련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장인 빈소에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보낸 근조기와 조화들이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코로나19 영향, 직접 조문보다 400개 화환조기 ‘도열’

전남 목포시 산정동 봉황장례문화원에 마련된 김 지사 장인의 빈소는 코로나19로 집합금지 영향 탓인지 직접 조문보다는 장례식장 건물 입구에서부터 2층 빈소까지 전국 각지에서 온 400여 개의 화환과 근조기가 가득했다. 그럼에도 13~14일 이틀간 정·관계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직접 조문해, 김 지사의 정치적 위상을 확실히 보여준 장이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조문정치’도 펼쳐졌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4일 오후 7시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10시께 전남 목포시 산정동 봉황장례문화원에 마련된 이 지사 장인의 빈소를 찾았다. 강원 춘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승용차 편으로 이동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가장 늦은 오후 11시 30분께 빈소에 도착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도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관계로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대신 부인인 김혜경 씨가 이날 낮 12시 50분께 빈소를 찾았다. 10분 정도 조문을 마친 김씨는 ‘이 지사가 어떤 말을 전해달라고 했는지, ’김 지사와 무슨 말을 나누었지‘ 등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7월 14일 저녁 김경수 경남도지사 장인의 장례식장에 있던 취재진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에 ‘문상 조우’에 촉각을 세웠다. 이날 오전 추 전 장관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그냥 우아한 말로 정치가 되지는 않는다”면서 “당대표로서 점수를 드린다면 ‘빵(0)점’”이라고 직격탄을 날려서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 이 전 대표가 장례식장에 도착하기 30분 전에 자리를 뜨면서 불발됐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낙연 전 민두당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7월 14일 저녁 김경수 경남도지사 장인의 장례식장에 있던 취재진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에 ‘문상 조우’에 촉각을 세웠다. 이날 오전 추 전 장관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그냥 우아한 말로 정치가 되지는 않는다”면서 “당대표로서 점수를 드린다면 ‘빵(0)점’”이라고 직격탄을 날려서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이 이 전 대표가 장례식장에 도착하기 30분 전에 자리를 뜨면서 불발됐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낙연 전 민두당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앞서 박용진·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미 전날 저녁 빈소를 찾아 일찌감치 조문했다. 본선에 진출한 6명의 주자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조문을 하게 되는 셈이다. 

대선 주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친문’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본경선에서 친문 핵심인 김 지사의 지원을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 주자 6인 전원이 친문 직계라고 볼 수 없는 가운데 김 지사의 지원를 얻게 되면 경선판을 크게 뒤흔들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현재 친문 지지층은 6명의 후보로 각각 흩어져 있거나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밀어주고 싶은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정가 안팎에선 경선 과정에서 현역 도지사인 김 지사가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오는 21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그는 대선 출마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재확인한 바 있다. 더욱이 현직에 있는 김 지사가 선거법상 당내 경선 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친문 지지층 결집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월 14일 낮 12시 50분께 전남 목포시 산정동 봉황장례문화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가 상주 측이 안내를 받으며 김경수 경남도지사 장인의 빈소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 14일 낮 12시 50분께 전남 목포시 산정동 봉황장례문화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가 상주 측이 안내를 받으며 김경수 경남도지사 장인의 빈소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 14일 낮 12시 50분께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상주 측 안내로 김경수 경남도지사 장인의 장례식장 현관문을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독자 제공
7월 14일 낮 12시 50분께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가 상주 측 안내로 김경수 경남도지사 장인의 장례식장 현관문을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독자 제공

이재명 부인, 조문‘3년 만의 외출’ 

이날 조문객을 안내하던 상주 측이 조문객에 따라 마중 거리에 차이를 보인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이재명 지사의 부인의 경우 장례식장 1층 현관까지 마중 나왔다. 반면 송영길, 이낙연 전 대표나 추미애 전 장관의 경우에는 2층 빈소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맞이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김혜경 씨가 공개 행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외활동을 자제해 온 김씨가 이번 문상을 계기로 이 지사를 위한 공개적인 '내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이 지사 캠프에서 총괄을 맡은 조정식 의원이나 비서실장인 박홍근 의원이 대리인으로 가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예우 차원에서 김씨가 가기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방한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주라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이번 조문이 과거 논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장례식장에 있던 취재진은 추미애 전 장관과 이낙연 전 대표 간에 ‘문상 조우’에 촉각을 세웠다. 이날 오전 추 전 장관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그냥 우아한 말로 정치가 되지는 않는다”면서 “당대표로서 점수를 드린다면 ‘빵(0)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이 이 전 대표가 장례식장에 도착하기 30분 전에 자리를 뜨면서 불발됐다. 

 

‘상주 자처’  김영록 전남지사, 세 차례 방문

유력 정치인들의 조문 발길도 이어졌다. 13일 오후 4시부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민주당 소속 신정훈(나주·화순) 의원,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이 조문했다. 14일 오후에는 같은 당 고민정 의원과 민형배 의원도 다녀갔다. 기초단체장들도 빈소를 찾았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군의회의장과 공직자를 대동하고 조문을 마친 뒤 김 지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유명을 달리한 김 지사 장인의 고향은 전남 신안 안좌면이다.

상주를 자처한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날 빈소를 두 차례나 다녀갔다. 김 지사는 13일 “내일도 전남을 방문한 정치인들을 직접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다음날 밤 10시 40분, 서울 일정을 마치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함께 빈소를 다시 찾았다. 김영록 지사와 김경수 지사는 같은 당 소속 광역단체장이기도 하지만, 남해를 낀 지자체를 이끌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 등 남해안 남중권 발전을 위해 호흡을 맞추고 있는 사이다. 김 지사는 이날 자정이 넘어서까지 자리를 지켰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