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조해주의 사표 미스터리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9 08:00
  • 호수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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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는 1987년 민주화 이래 꾸준히 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해 왔다. 진영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선관위의 공정성이 다시 후퇴하고 있는 건 유감이다. 선관위의 불공정 문제와 관련해 최근 조해주 상임위원의 이상한 행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해주 상임위원이 4월5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있다.ⓒ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해주 상임위원이 4월5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으로 처음부터 편파 논란

조 상임위원은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해 내년 1월 퇴임이 예정돼 있다. 그는 문재인 대선 캠프 백서에도 이름이 올랐던 인물. 처음부터 정파성 문제로 자격 자체가 안 된다는 논란이 일었다. 결국 야당의 참여 거부로 국회 인사청문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대통령에 의해 임명이 강행된 최초의 선관위원으로 기록됐다.

그 때문일까. 조해주 상임위원 체제의 선관위는 민주화 이래 유례없는 불공정 시비를 불렀다. 지난해 4·15 총선 당시 야권의 ‘민생파탄’이라는 슬로건은 위법이라며 불허하고 여권의 ‘친일청산’ 구호는 허용하는 편파적 유권해석을 내렸다. 올해 4·7 서울시장 보선 때는 오세훈 야당 후보의 세금 과다 납부를 공개 게시토록 해 얼핏 보면 오 후보가 납세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인케 했다.

그런 선관위의 조해주 상임위원이 임기를 6개월여 앞두고 최근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돌연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상임위원이 중앙선관위를 거쳐 갔지만 임기 반년을 단축해 비밀리에 사표를 낸 사람은 없었다. 그의 사의 표명에 대해 미스터리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는 청와대에 사의 표명을 했는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조해주 상임위원은 왜 사표를 낸 것일까. 왜 확인해 주지 않는 것일까. 자의일까, 타의일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분명한 건 지금부터 문 대통령이 언제라도 대통령 몫의 새로운 선관위원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새로 임명될 선관위원은 관례에 따라 상임위원 자리에 오를 것이다. 그럴 경우 새 상임위원은 12월초 있을 선관위 인사에서 사무처 직원 2900명을 줄 세울 수 있는 핵심 요직들에 대한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선관위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내년 1월 예정대로 임기를 마칠 경우, 조해주 상임위원이 12월 선관위 인사에 영향을 미치기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곧 떠날 사람이 인사 전권을 휘두를 수 없는 사정 때문이다. 따라서 집권세력 입맛에 맞도록 선관위 요직을 인사 개편할 수 있는 공간을 터주기 위해 조 상임위원이 일찌감치 사표를 낸 게 아니냐고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종류의 합리적 의심은 신속하고 공개적으로 해소돼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진영 대결이 최고조인 상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부정, 편파, 관권 선거 시비로 얼룩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조해주 상임위원과 청와대는 그의 사의 표명이 사실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사실이라면 왜 임기 단축 사표를 냈는지, 자의인지 타의인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공식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

 

차기 상임위원은 여야 합의한 국회 추천 인물로

차제에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고도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임을 감안해 지금처럼 대통령이 임명한 선관위원 중에서가 아니라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로 추천한 선관위원이 맡도록 관례를 바꾸거나 선관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겠다. 헌법 114조의 ‘(선관)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는 규정은 자유민주국가에서 편파성 없는 공정한 선거관리가 헌법적 무게를 지닌다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헌법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집권세력이 선관위 내부 인사를 장악해 자기 진영에 유리한 선거관리를 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아선 곤란하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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