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도넛으로 때우면서도…연신 ‘내탓’ 하는 정은경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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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정치권 ‘네탓’ 공방 속 “4차 대유행 책임, 방역 당국에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7월1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백신 50대 예방접종 사전예약 오류 개선 등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7월1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백신 50대 예방접종 사전예약 오류 개선 등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 접종 차질을 사과하며 또 고개를 숙였다. 정 청장은 국회에 출석해서도,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할 때도 연신 고개를 숙이며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를 막론하고 방역 수장으로서 여러 논란거리에 대한 책임을 떠안겠다는 것이다. 

정 청장의 이같은 대응은 정치권이 코로나19 재확산을 두고 '네탓' 공방에 열을 올리는 모습과 대조된다. 여권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야권은 정부·여당을 표적으로 정쟁의 판을 키우고 있어서다. 특히 정 청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에 막중한 업무 부담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방역을 정쟁의 도구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은 방역 당국에 있다" 사과 또 사과 

정 청장은 지난 14일 55~59세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백신 사전예약이 만 하루도 안 돼 중단되고, 예약 당시 서버가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첫 예약이 시작된 지난 12일 당시 방역 당국이 확보해 둔 모더나 백신은 전체 대상자 352만4000여 명 중 185만 명 분이었다. 예약 시작 당시 대상자의 절반 가량만 접수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당국은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첫날 접속 폭주를 감안해 느긋하게 예약을 하려던 시민들은 돌연 중단에 혼란을 겪었다. 예약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시작과 동시에 서버가 마비됐고 복구 이후에도 상당한 대기시간이 소요됐다. 

'4차 대유행'이 가시화 된 시점에서 나온 방역 당국의 행정 착오와 혼선 초래에 대한 쓴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정 청장은 결국 이틀 뒤 "사전 예약이 가능한 물량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드리지 못하고, 조기 마감으로 예약하지 못한 분들께 불편을 끼쳐 드려 거듭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백신 예악과 관련한 절차와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로 불려 나가서도 정 청장의 사과는 계속됐다. 특히 이번 4차 대유행을 앞두고 나온 방역 완화 메시지에 대한 판단 착오를 인정했다. 

정 청장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거리두기 개편안과 예방접종 인센티브를 발표하면서 완화된 메시지가 전달된 것 같다"며 "메시지 관리와 위험도 경고 조치 등을 신중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 오세훈 시장의 '상생방역' 등이 4차 대유행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자 정 청장은 "3차 유행 이후 500∼600명대 확진자가 누적돼 왔고, 여기에 방역 이완과 계절적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일각의 지적처럼) 서울시의 상생방역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 가지 이유나 변수로 4차 대유행이 촉발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여권은 서울시의 방역으로 화살을 돌리고,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을 집중 난타하며 정쟁으로 끌고 갈 때도 정 청장은 일관되게 "(4차 대유행의) 책임은 방역 당국에 있다"고 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방역과 관련해 중대본과 다른 입장이었지만 이를 관철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제 의견이 중대본 의견과 다른 것은 아니다. 중대본·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과 매일 회의하면서 위험도와 대응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라며 정부가 질병청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는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어 "방역당국 책임자로서 4차 유행을 통제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송구하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기모란 방역기획관 책임론'을 꺼내들자 정 청장은 "책임은 방역당국에 있다"라고 일축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6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6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감염 줄이려 음식 포장해 '나홀로 식사'

이런 상황에서 정 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공개되며 시민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질병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2021년 6월 질병관리청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따르면, 정 청장의 지난달 업무추진비 사용액은 399만5400원(32건)이다. 

대부분 코로나19 관련 회의나 국회 관련 업무에 집행됐고 1인당 평균 1만6000원 가량을 사용했다. 사용처는 질병청이 소재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인근 식당이 주를 이뤘고, 출장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국회 및 서울역 주변 음식점이나 제과점도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모든 음식을 포장했다는 점이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은경 청장님은 포장 후 식사도 따로 드신다. 혹시 모를 감염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로 음식을 포장한 뒤 나홀로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보면 정 청장의 이같은 '습관'은 지난달뿐 아니라 5월, 4월에도 동일하게 실행됐다. 

이를 확인한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6월16일 오전 7시53분께 5명이 서울역 내 제과점에서 개당 1000원 안팎의 도넛 5000원어치를 구매한 내역을 두고 온라인에선 "1인당 도넛 2개를 허하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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