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묘역서 울먹인 尹…“5·18, 피로써 지켜낸 헌법 수호 항거”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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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제헌절에 5·18 민주묘지 참배…5·18 정신, 헌법수록 찬성
여권 심장부 찾은 尹…5·18 재조명 통해 호남민심 끌어안고, 외연확장 시동
대권 도전 선언 이후 광주를 첫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참배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형수 출신인 김종배 전 의원과 광주지역 지지자 100여명이 함께 했다. 윤 전 총장과 지지자들이 민주의 문을 들어서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대권 도전 선언 이후 광주를 첫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참배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형수 출신인 김종배 전 의원과 광주지역 지지자 100여명이 함께 했다. 윤 전 총장과 지지자들이 '민주의 문'을 들어서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여권의 심장부인 광주를 찾았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후 첫 지방 일정으로 호남을 선택한 것이다. 신군부에 저항한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의 재조명을 통해 호남 민심을 끌어안고, 중도 확장 기조를 이어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윤 전 총장은 5·18정신의 헌법수록을 찬성한다고 밝히며 통합과 번영을 강조했다. 참배에 앞서 윤 전 총장은 방명록에 “자유 민주주의 정신을 피로 지킨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습니다”고 썼다.

대권 도전 선언 이후 광주를 첫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감정에 북받친 듯 목멘 목소리로 “참배를 하다 보니 (광주의) 한을 극복하자는 그런 말이 나오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대권 도전 선언 이후 광주를 첫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감정에 북받친 듯 목멘 목소리로 “참배를 하다 보니 (광주의) 한을 극복하자는 그런 말이 나오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피로써 지킨 5·18정신을 이어 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습니다’고 적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피로써 지킨 5·18정신을 이어 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습니다’고 적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의 恨, 통합·번영 승화”…참배하며 눈시울 붉히기도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참배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형수 출신 김종배 전 의원과 광주지역 지지자 100여명이 함께 했다. 윤 전 총장은 감정에 북받친 듯 목멘 목소리로 “참배를 하다 보니 (광주의) 한을 극복하자는 그런 말이 나오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 광주에서 근무하던 시절 참배한 이후 정말 오랜만에 왔다”라며 “오늘 이곳에 오면서 이제 광주의 한을 자유민주주의와 경제번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열들의 죽음을 아깝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후대를 위해서라도 자유민주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서 광주·전남 지역이 고도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기지가 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박관현 열사와 홍남순 변호사, 김태홍 전 국회의원 등의 묘역을 둘러봤다. “박 열사와 홍 변호사, 김 전 의원을 참배하면서 저 스스로가 아직도 한을 극복하자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눈시울을 붉히자 지지자들은 ‘울지마’를 연호했다.

참배 이후 5·18 민주묘지 추모탑 근처에서 ‘민중항쟁 구속자회’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당초 5·18 희생자 유족들과 만나기로 했으나, 유족회 측 사정으로 일정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구속자회 관계자들에게 “희생자들이 (겪었을) 트라우마와 고통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대권 도전 선언 이후 광주를 첫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참배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형수 출신인 김종배 전 의원과 광주지역 지지자 100여명이 함께 했다. 윤 전 검찰총장이 박관현 열사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대권 도전 선언 이후 광주를 첫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참배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형수 출신인 김종배 전 의원과 광주지역 지지자 100여명이 함께 했다. 윤 전 검찰총장이 박관현 열사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지지자들 “울지 마” 연호…“전두환에 사형구형 마음 여전”

윤 전 총장은 5.18 단체 관계자들이 ‘대학 시절 모의 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사형을 구형한 마음이 여전한지’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는 의견에 대해서 “3·1운동, 4·19정신을 비춰보면 5·18민주화운동 정신 역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숭고한 정신이다”며 “이를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로 떠받들어도 손색이 없다”고 동의했다.

또 제2묘역을 찾아 김홍일 전 의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있는 이한열 열사 묘역도 참배했다. 참배하던 중 광주 시민으로부터 정치개혁에 대한 기습질문도 받았다. 윤 전 총장은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이뤄지면 부패를 상당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이동을 위해 5·18묘역을 빠져나가다 손피켓을 든 지지자들을 보자 차량 창문을 내리고 “고맙습니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이어 AI 인재 양성 기관을 찾으며 호남의 경제 번영을 강조했다. 오후 2시 광주과학기술진흥원에서 열린 ‘인공지능 사관학교’ 관계자들과의 만남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민의 격한 환영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권 도전 선언 이후 광주를 첫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했다. 참배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형수 출신인 김종배 전 의원과 광주지역 지지자 100여명이 함께 했다. 윤 전 총장은 참배 이후 5·18 민주묘지 추모탑 근처에서 ‘민중항쟁 구속자회’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구속자회 관계자들에게 “희생자들이 (겪었을) 트라우마와 고통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시사저널 정성환​
​대권 도전 선언 이후 광주를 첫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했다. 참배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형수 출신인 김종배 전 의원과 광주지역 지지자 100여명이 함께 했다. 윤 전 총장은 참배 이후 5·18 민주묘지 추모탑 근처에서 ‘민중항쟁 구속자회’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구속자회 관계자들에게 “희생자들이 (겪었을) 트라우마와 고통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시사저널 정성환​

오후 3시에는 5·18민주화운동 항쟁지인 구 전남도청을 찾아 참배하고 5·18유가족 모임인 오월어머니회와 차담을 가졌다. 오월어머니회 추혜성씨(63)는 “지난해 지방 검찰청 전국 순회 두 번째 일정으로 광주 고등·지방검찰청을 찾았지 않았냐”며 “그때 오월에 대한 생각을 들으려 몇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우리를 만나지 않고 뒷문으로 빠져나가셨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윤 전 총장은 어머니의 손을 맞잡고 “그간 정치적으로 비칠까 봐 뵙질 못했다”며 “작년 6월이었던 것 같은데 살피질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전 총장의 이날 행보는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그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은 한 달 사이 8.4%p 감소했다. 이번 광주방문을 통해 중도층 지지율 회복에 나서겠단 전략이다. 야권에선 윤 전 총장의 광주 방문에 대해 “지지율 하락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추구해 왔던 중도 확장 행보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광주에서 진정성을 보여주고, 광주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다면 최근 정체된 지지율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윤석열 전 총장 반대측의 집회로 인해 곳곳에서 충돌도 빚어졌다. 윤 전 총장이 5·18 민주묘지에 도착하기 직전, 대학생진보연합과 윤 전 총장 지지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생진보연합은 ‘윤석열 광주방문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보수 유튜버와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맞섰다. 대진연 소속 학생 10여명은 윤 전 총장의 동선에 따라 움직이며 ‘박근혜 사면 공감하는 윤석열은 대선후보 자격 없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시사저널 정성환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윤석열 전 총장 반대측의 집회로 인해 곳곳에서 충돌도 빚어졌다. 윤 전 총장이 5·18 민주묘지에 도착하기 직전, 대학생진보연합과 윤 전 총장 지지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생진보연합은 ‘윤석열 광주방문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보수 유튜버와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맞섰다. 대진연 소속 학생 10여명은 윤 전 총장의 동선에 따라 움직이며 ‘박근혜 사면 공감하는 윤석열은 대선후보 자격 없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시사저널 정성환

일부 반대측 시위로 충돌…시민과의 만남 ‘취소’

이목이 쏠린 야권 유력 후보의 광주 방문은 곳곳에서 충돌도 빚어졌다. 윤 전 총장이 5·18 민주묘지에 도착하기 직전,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과 윤 전 총장 지지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학생진보연합은 ‘윤석열 광주방문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보수 유튜버와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맞섰다. 대진연 소속 학생 10여명은 윤 전 총장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박근혜 사면 공감하는 윤석열은 대선후보 자격 없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옛 전남도청이 위치한 5·18민주광장 앞에서도 대진연 학생들은 ‘현대판 친일파 윤석열’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양 측은 격한 말싸움을 벌이는 등 이날 윤 전 총장의 광주 일정에는 긴장감이 계속 감돌았다. 이로 인해 일부 행사는 안전사고를 염려해 무산됐다. 오후 3시30분부터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에서 예정된 ‘광주 시민과의 만남’ 일정은 전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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