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석 “윤석열, 안철수의 길 따라가면 안 된다”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3 14:00
  • 호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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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말하는 윤석열 지지율 하락의 ‘진짜 이유’
“尹의 양면전략은 망하는 길, 입당으로 오른쪽에 닻 확실히 내려야”

야권의 대선 지형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당 안팎의 잠룡들의 힘겨루기도 계속되는 양상이다. 뭇 시선들이 대선후보 못지않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7월2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3지대론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면서 제1야당 입당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중도’에 깃발을 꽂고 대선에 출마했다가 쓰라린 맛을 봤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는 근본 이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어가며, 향후 대선 정국의 방향에 대해 본지에 심중을 털어놓았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1야당 대표로 취임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나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특별히 굴곡을 겪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계획대로 다 가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논란 등 때문에 괜히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선거를 지휘하는 제 입장에선 앞으로 끌고 나가야 하는 논란들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다 굴곡이 있어 보였다.” 

당원이 급증했다던데 얼마나 늘었나. 

“제가 대표로 취임한 후 4만 명 넘게 입당했다. 기존 당원 규모에서 15% 이상 늘어난 수치다. 남성이 10명 들어올 때 여성이 7명 정도 입당하는 흐름이다. 그렇다고 예전에 비해 여성 입당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여성도 늘고 남성도 늘었는데, 남성이 더 많이 늘었다고 보면 된다. 당원의 연령 비중이 보편적 인구비례에 맞게 가는 흐름도 고무적이다. 예전엔 중장년층 입당이 많았다면 지금은 젊은 세대가 압도적으로 많이 입당하고 있다.”

메시지는 직접 작성하나.

“정치의 승부는 메시지로 갈린다. 여기에 자신이 없다면 정치를 하는 건 곤란하다. 당연히 모든 메시지 작성은 직접 한다. 우리 국민은 지도자 스스로가 유권자의 요구에 반응하길 원한다. ‘대독 정치’ ‘전언 정치’ 등으로 지도자의 메시지가 왜곡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축사가 몰리면 축사 메시지 정도는 도와주시는데, 많지는 않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속도감이다. 정치가 속도감이 더 있어야 한다. 각종 이슈에 대해 ‘잘 검토하겠다’ ‘돌아가서 생각해보겠다’ 등으로 대답하는 정치 어법에 만족하는 유권자는 없다. 즉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평소에 많은 문제들에 대해 미리 고민을 끝내놔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정치인은 처음이다.

“정치인이 유권자의 요구에 빠르고 정확하게 응답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하락세다. 원인을 무엇으로 보나.

“윤 전 총장의 고민이 너무 얕다. 전 큰 줄기를 본다. 큰 줄기란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가’에 대한 판단을 하고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대선주자라면 우선 스스로가 보수적 성향인지 진보적 성향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고, 양대 정당 중 어디에 합류할 것인지 결정하고, 이후 중도층에 확장력을 갖기 위한 행보를 가져가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렇게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렇게 했다. 윤 전 총장의 메시지와 일정이 서로 충돌하고 꼬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의힘에 들어오면 중도층이라는 지지층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것은 당 밖의 비주류에게 이용당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오히려 확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진단인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 한쪽에 확실히 단단한 닻을 내리고 움직여야 확장성을 키울 수 있다. 역으로 가운데에서 양쪽으로 확장해서 국민의힘을 장악하고 민주당의 일부 지지를 가져오겠다는 발상은 가능하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하려던 게 바로 이거다. 양면전쟁은 망하는 길이다. 양비론과 극중주의는 서로 통한다. 망한다.”

국민의힘 입장만을 주장하는 건 아닌가.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반면교사다. ‘대선주자 안철수’는 본인 성향은 보수적인데, 정치는 구호남계와 함께 했다. 그렇게 ‘호남의 사위’를 내세워 결국 교섭단체를 일궈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켰다. 결국 바른미래당으로 조금 오른쪽으로 이동했고, 지금은 더 오른쪽으로 오게 됐다. 이 과정을 거치며 대선주자 안철수라는 훌륭한 자원은 결국 소모됐다. 저는 이걸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윤 전 총장이 이 길을 따라가면 안 된다.” 

윤 전 총장이 결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으로 보나. 

“지금 윤 전 총장의 주변에 이름이 거론되는 분들을 보자. 개인적으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당장 우리 당에 합류하기 어려운 위치에 계신 분들이 많다. 굉장히 애매한 위치다. 그분들은 항상 이렇게 말씀하신다. 윤 전 총장은 보수이지만 중도층에도 소구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망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다시 안철수 대표의 예를 보자. 안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이상한 논리를 만들었다. ‘2번(국민의힘)으로 나가면 지고, 4번(국민의당)으로 나가야 이긴다’고 했는데 결과는 어땠나. 지금 안 대표는 잘못된 조언을 받아들인 책임을 무한으로 지고 있다. 지도자라면 이런 조언에 낚이는 건 위험하다.”

윤 전 총장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도 전당대회 때 정치 훈수를 두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대구에 가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 망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제가 그 사람들보다 낫기 때문에 당 대표를 하고, 그분들은 여의도 언저리에 계시는 거다. 이런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윤 전 총장이 아무리 정치에 처음 뛰어들었다고 해도 대통령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본인이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집도 없이 떠도는 사람들 말보다는 자기 판단이 낫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휘둘리게 된다. 그게 없다면 대통령 하면 안 된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입당해 경선을 치르면 정치적 공격을 너무 빨리 받게 된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만약 윤석열 캠프에서 그런 논의가 있다면 이건 심각한 거다. 딱 유튜브 정도에서 도는 이야기 수준 아닌가. 여의도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이야기다. 하지만 굉장히 주의해야 할 얘기다. 끊어내야 한다. 저와 관련해서도 어떤 음모론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유승민 후보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제가 결탁해서 윤 전 총장을 누르고 유 후보를 띄우려 한다는 세계관을 가지신 분들이 있다. 더 나아가 제가 내각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말 하시는 분들이 자기들끼리 부흥회를 하는 건 관계없는데, 만약 윤 캠프가 이런 세계관에 고려해서 판단을 내린다고 하면 큰일이다. 이런 이야기는 1분 1초를 허비하게 한다. 소수의 세계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와 윤 전 총장과의 ‘11월 단일화론’에 대한 입장은. 

“민주당을 보자. 이재명 후보는 경선을 빨리 끝내려 하고 나머지 후보들은 늦추자 했다. 이처럼 보통 앞서는 측이 경선을 빨리 끝내려고 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안철수-오세훈 단일화’ 정국 때도 안 대표는 헤게모니를 잡았을 때 빨리 움직였어야 했다. 정치를 하면서 제가 가장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뛰는 건 당연히 존중하고 이해한다. 그런데 비상식적인 경우들이 있다. 윤 전 총장은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빨리 경선을 하자고 해야 한다. 윤 전 총장 측에서 누가 그런 전략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논리다.”

지난 6일 윤 전 총장과의 만남 때 무슨 대화를 나눴나.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이후의 3개월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물어봤다. ‘가치 있는 시간이었나’라는 질문이었다. 윤 전 총장은 ‘솔직히 효율적으로 보내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럼 앞으로 3개월은 어떻게 보낼 것이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물음표인 상황’이란 식으로 답했다. 저는 이렇다. 대선주자라면 고민이 당연히 깊을 수밖에 없다. 저도 정치 참여한다고 했을 때 그랬다. 전당대회 뛰어들 때도 그랬다. 고민을 안 하는 게 이상하다. 그런데 그 고민이 끝났다면 전격적으로 움직이는 게 맞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그 고민을 굉장히 빨리 마쳤다. 그리고 그 후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역시 거침없이 움직일 거 같았는데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물론 정치참여에 대한 고민이라면 길어져도 괜찮다. 나중에 결심이 흔들리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낫다. 하지만 어떤 망상 같은 이야기에 휩쓸리는 거라면 위험하다. 물론 윤 전 총장과의 대화에서 그가 ‘제3지대 획책’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이 김종인 전 위원장과 손잡아야 한다고 계속 강조했다.

“이 부분에 대해 재밌는 점이 있다. 이미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은 상당히 교감하며 움직이고 있다. 윤 전 총장 측과 저희 측의 접촉도 생각보다 잦다. 제가 직접 연락하는 건 자제하고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메신저간의 대화는 지속되고 있다.” 

최 전 원장의 입당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이 큰데.

“최 전 원장이 갑자기 일부러 정권과 싸운 게 아니다. 월성 원전 감사 등과 관련해서 정부가 최 전 원장을 압박한 것을 국민들이 다 알고 계신다. 정부여당이 아무리 공격한다고 해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최 전 원장은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보나.

“개인적으론 미담형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스로 미담에 매몰돼 미담만으로 끝나는 정치인을 너무 많이 봤다. 정치엔 과감성도 필요한데 그 한계점을 돌파하실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전격적으로 움직였다. 세를 늘리는 것보다 훌륭한 한 사람을 초빙하는 게 중요하다. 최재형 캠프의 첫 공개 인사가 김영우 전 의원이다. 누가 봐도 괜찮은 인사다. 언론 관계도 좋고 정무적 판단이 빠른 인사를 주변에 뒀다는 느낌을 주지 않나. 윤석열 캠프와 극명히 비교된다. 측근으로 계속 보도되는데 역할이 정확하지 않은 분들의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윤 전 총장에게 위험요소다.” 

최 전 원장의 숙제는 무엇일까.

“좌장을 구하는데 전격적이어야 한다. 윤 전 총장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저는 최 전 원장이 김종인 전 위원장을 윤 전 총장보다 더 빨리 만나서 상의할 수도 있다고 본다. 캠프에서 좌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후보에게 싫은 소리도 하고 국민 답답하지 않게 소통할 사람이 필요하다.”

‘윤석열-최재형 구도’가 야권 전체에 시너지가 날까. 

“이번 전당대회에서 저와 색깔과 생각이 비슷한 김웅 후보가 있었다. 제가 김웅 후보의 표를 다 흡수하고도 몇 배나 되는 표를 만들어냈다. 두 분이 처음에는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지지율을 공유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임계점을 뚫고 올라갈 수도 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야당으로 올까.

“100% 오실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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