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3학년이 13㎏…학대당한 동생 사망까지 지켜봐야 했던 오빠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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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8세 딸 살해한 20대 부부 징역 30년 선고
부모 학대 목격한 아들 진술로 ‘살인 고의성’ 인정
만 8세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A씨와 친모 B씨가 3월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2일 인천시 중구 운남동 한 빌라에서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만 8세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A씨와 친모 B씨가 3월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2일 인천시 중구 운남동 한 빌라에서 8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8살 된 딸에게 대소변을 먹게 하고 모진 학대 끝에 사망케 한 20대 부부가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살인 고의성을 인정한 결정적 증거는 자신의 동생이 학대 받던 장면과 사망에 이르는 과정 등을 모두 지켜 본 9살 오빠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전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8·여)씨와 그의 남편 B(27·남)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영유아 보호시설에 맡겨진 피해자를 2018년 1월 집으로 데려온 뒤 점차 강도를 높여 체벌과 학대를 했고, 제한적으로 물과 음식을 제공해 영양 불균형 등으로 사망하게 했다"며 "피고인들은 훈육이었다고 주장하지만, 학대 강도 등을 보면 정상적이지 않았다. 피해자는 만 8세로 신체적 방어 능력이 부족한 아동이었는데 학대로 신체적 고통은 극심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부모로부터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느꼈을 고립감과 공포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라며 "범행 경위와 범행 기간 등을 보면 피고인들의 죄질이 극도로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동생 사망 당일 학대 구체적으로 진술한 9살 오빠

A씨 부부는 그동안 재판에서 딸을 학대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딸의 사망을 예견하고 학대를 했다는 '살인 고의성'은 부인했다.

그러나 피해자보다 1살 많은 9살 오빠 C군은 사건 발생 초기 경찰 조사에서 이와 반대되는 진술을 했다. 선고 공판에서 공개된 C군의 진술에는 참혹한 피해자 사망을 전후로 이뤄진부모의 학대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C군은 4차례 조사에서 "(여동생이 사망한 당일) 원격수업이 끝난 후 집에 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데 동생이 넘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며 "엄마가 '얘 또 오줌쌌다'고 했고 10∼15차례 때리는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에서 샤워를 한 동생은 쭈그리고 앉아 떨었고 엄마가 물기를 닦아 주지 않았다"며 "평소에도 엄마는 찬물로 동생을 샤워시켰다"고 진술했다. 

C군은 "동생의 엉덩이와 발에서는 (상처로 인한) 딱지가 떨어져 피가 나고 있었다"며 사망하기 전 동생의 몸 상태도 또렷하게 기억했다.

재판부는 C군의 진술에 대해 "직접 겪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라며 "사건 당일뿐 아니라 피고인들의 과거 학대 등에 대해서도 범행 도구와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런 진술은 피고인들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상처 사진과도 일치한다"며 "(아들도) 피고인들로부터 일부 학대를 당하긴 했지만 부모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도록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만 8세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28)가 3월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만 8세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친모(28)가 3월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시설에서 데려온 뒤 때리고 굶기며 상습 학대 

A씨 부부는 지난 3월2일 인천시 중구 한 빌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 D(8)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C군과 D양을 낳은 뒤 이혼했고 2017년 B씨와 재혼했다. A씨는 이혼 후 영유아 보호시설에 있던 아이들을 2018년 1월 집으로 데려온 뒤 지속적인 학대를 일삼았다. 

사망 당시 D양은 얼굴과 팔·다리 등 몸 곳곳에 멍 자국이 있었고,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윈 상태였다.

D양은 110㎝의 키에 몸무게는 13㎏에 불과한 심각한 저체중 상태였고, 사망 전까지 기저귀를 사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부검 감정서에는 '온몸에 살이 없어 뼈대만 드러났고, 지방층도 손실돼 없으며 위와 창자에 내용물도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 부부는 2018년 1월 D양이 이불 속에서 족발을 몰래 먹고는 뼈를 그냥 버렸다는 이유로 1시간 동안 양손을 들고 벽을 보고 서 있게 하면서 처음 학대를 시작했다. 이후 거짓말을 한다거나 대소변 실수를 했다며 주먹이나 옷걸이로 온몸을 때렸고 올해 3월 초까지 35차례나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부터는 상습적으로 딸을 굶기기도 했다. D양이 사망하기 이틀 전에도 밥과 물을 전혀 주지 않은 A씨는 딸이 옷을 입은 채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속옷까지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시간 동안 딸의 몸에 있는 물기를 제대로 닦아주지 않고 화장실에 그대로 방치해뒀고, B씨는 쓰러진 D양을 보고도 거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는 등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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