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슬럼가 살린 공유도시를 주목하라 [굿시티 포럼 2021]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7 13:00
  • 호수 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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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5일 시사저널 주최 ‘굿시티 포럼 2021’ 개최…전문가들 “소유에서 공유의 시대로 전환 불가피”

4차 산업의 핵심 가치로 공유경제가 떠오르고 있다. 소유가 아닌 공유에 기반을 둔 플랫폼 서비스가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나 빈부격차 등 각종 사회문제 해결의 실마리로도 공유경제가 거론되고 있다. 일명 공유도시다. 그렇다면 공유경제가 도시의 기능을 어디까지, 얼마나 변화시킬까.

시사저널은 그 답을 찾기 위해 8월25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굿시티 포럼 2021’을 진행했다. 이날 주제는 ‘도시의 미래에 공유를 더하다’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공유경제 전문가와 플랫폼 기업 CEO들이 모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 등 공유도시를 정책 기조로 삼은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연사로 참여했다.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5길 19 페럼타워에서 열린 시사저널 굿시티포럼 2021 행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키노트 스피치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심화되는 도시 양극화, 해법은 공유경제”

이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양극화와 주거 문제 해법으로 공유경제를 꺼내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폭증하고 있는 1인 가구 시대에 공유경제라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며 “공유경제 기반의 도시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지역사회 유휴자원의 사회적 활용과 협력적 소비를 위해 공유경제는 최적의 대응 수단”이라며 “성장이 정체된 지역사회에 공유경제가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유경제는 어떻게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공유경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유경제란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은 공유경제에 ‘가치’라는 개념을 덧붙였다. 강 원장은 “공유경제는 물건·공간·재능·경험·정보 등 유·무형의 자원을 함께 나누는 행위다”며 “효율적으로 자원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가치를 높이는 활동이다”고 정의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본다면 도시란 공유를 위한 플랫폼 그 자체다. 대표적인 예가 대중교통·공원·병원·도로 등 각종 공공시설이다. 특히 사회적 인프라와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는 공유경제를 하기 가장 좋은 환경인 셈이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공유도시로 확장하기까지는 수많은 고민이 뒤따른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사회는 수많은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다. 그만큼 공유경제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기업, 사익 추구, 가치 추구 등의 차이다. 다시 말해 공유경제가 시장 논리로 작동할 것인지, 사회적 가치에 따라 움직일지 살펴야 한다.

아울러 공유를 의미하는 셰어링(Sharing)과 커먼스(Commons)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필요하다. 셰어링은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d) 같은 상업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커먼스는 공원·저수지·마을공동목장 등 자연자원을 비상업적으로 공유하는 걸 의미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유도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정확한 대상과 목표 설정 △공유의 정확한 의미 부여 △참여 증진을 위한 제도 정비 △정책 과정 전반에 대한 시민 참여 등이다.

이런 고민이 응축된 도시가 바로 네덜란드의 부익슬로터베그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외곽도시로 대표적인 공유도시 성공사례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까지 부익슬로터베그는 낙후된 공업 지역이었다. 오랜 시간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도심지와 분리돼 있었다.

네덜란드는 부익슬로터베그의 슬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경제를 꺼내 들었다. 일명 ‘스마트 포용 도시(Smart Inclusive Cities)’ 정책이다. 스마트 포용 도시는 거주민 모두에게 동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사회적 포용), 공공 서비스의 균등한 접근성을 보장하고(공간적 포용), 경제성장 혜택을 고르게 분배하는(경제적 포용) 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스마트 포용 도시는 정부가 주도하는 거창한 도시재생 사업이 아니다. 거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작은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됐다. 주민과 사업가, 건축가 예술가들은 협업을 통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특히 공공주택·에너지·교통·자원 순환 시스템을 하나씩 구축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사업 모델을 수립해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사업의 성과가 나타났다. 부익슬로터베그에 각종 스타트업과 지역 네트워크 조직 등이 생겨났다.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이에 따라 거주 인구도 증가했다. 황폐했던 도시의 풍경은 다시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이주현 유엔해비타트한국위원회 지속가능도시연구소 부소장은 “스마트 포용 도시는 기술 중심의 단편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도시 전역에 양질의 서비스를 구축하게 만들었다”며 “결국 효과적인 공공 서비스에 동등한 접근이 가능하고, 고용 확대로도 이어져 거주민 모두가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유도시, 정확한 대상과 목표 설정이 관건

이날 강연에서는 도시 내의 공유 교통 서비스 기술도 강조됐다. 음성원 도시건축 전문작가는 “최근 공유오피스와 공유주차장 등을 통해 개인 공간의 한계가 많이 극복되고 있다”면서 “도시 이용의 물리적 경계까지 허물 수 있는 좀 더 적극적인 방식의 공유경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 작가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 서비스 ‘따릉이’를 예시로 들었다.

현재 따릉이는 서울 시민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무인 대여 시스템으로 운영돼 편리성까지 더했다. 지난해 따릉이 신규 가입자는 120만7000명으로 누적 가입자(278만6000명)의 43.3%를 차지했다. 어린이, 노약자를 제외하면 서울 시민 절반이 따릉이를 이용하는 셈이다.

김곤 어스빌리지 대표이사와 김기웅 공유주방 위쿡(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 정대준 외국인관광도시민박협회 사무국장, 이슬기 세종대학교 관광산업데이터분석랩 연구소 교수 등은 공유경제가 지역사회에 적용되는 구체적 사례를 소개했다. 김곤 어스빌리지 대표는 1인 가구가 모여 사는 ‘도심 속 마을’을 제시했다.

그중 한 사례로 서울 신촌에 구축한 ‘어스빌리지 신촌 지점’을 소개했다. 어스빌리지 신촌은 신촌역 인근에 집뿐만 아니라 코워킹 스페이스, 헬스장, 스터디카페, 쉼터와 게임룸까지 갖추고 있다. 여성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안전시설’도 구축했다. 안심도우미와 도움요청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1인 가구가 접근하기 어려운 법률과 세무, 노무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마을 안에서 필요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김 대표는 “지역의 니즈(욕구)와 시대의 니즈, 현재 콘텐츠의 트렌드를 반영해 어스빌리지를 설계했다”며 “우리의 목표는 각 빌리지를 연결해 ‘시티’를 만드는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1인 가구에 쉼터가 될 수 있을지가 우리의 과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빛난 ‘공유경제’

코로나19 사태로 수많은 업종이 극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자영업자는 사실상 빈사 상태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공유경제 서비스의 수요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공유주방 서비스’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외식 횟수 감소와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하는 현상을 반영한 공유경제 모델이다.

공유주방 서비스는 배달만 주로 하는 요식업자들에게 주방을 빌려주는 시스템이다.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사업장이 아닌 임차한 주방에서 음식을 제조해 배달하는 방식이다.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게 성장 배경이다.

국내의 대표적 공유주방 서비스는 위쿡, 고스트키친, 헬로키친 등이 있다. 최근에는 CJ푸드필, 풀무원과 같은 대기업들도 공유주방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사 배달 전문점을 열거나 자사 제품을 공유주방에 제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쿡의 운영사 심플프로젝트컴퍼니 김기웅 대표는 “위쿡은 단순히 ‘주방의 임대’에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산업 생태계를 지탱할 수 있는 종합 F&B(Food and Beverage) 플랫폼으로 나아갈 계획”이라며 “공유주방은 지역, 도시와 결합할 경우 로컬 특성에 맞는 F&B 생태계의 허브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공유오피스 서비스’ 이용도 급증했다. 주요 부서를 본사와 공유오피스로 분산시키면 한쪽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업무 마비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재택근무자들에게 자신의 집이 아닌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공간도 생겼다.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등 공유오피스 업체들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기업들의 입주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유통가에서는 롯데쇼핑이 지난해 발 빠르게 공유오피스 제도를 도입했고 최근 여러 기업이 공유오피스 근무를 시작했다.

야놀자는 코로나19 이후 도입한 원격근무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합정, 홍대, 여의도, 영등포 등 임직원 거주지 분포도가 높은 지역에서 3개월간 공유오피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후 직원들 의견을 모아 거점 지역과 좌석 수, 서비스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11번가도 서울역 서울스퀘어 본사, 삼성도 위워크에 이어 분당 수내동에 세 번째 공유오피스를 열었다. 총 86석 규모의 넓은 공간과 모바일 예약 시스템, 무선 네트워크 환경, 다양한 좌석 형태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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