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사회복무요원이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30 10:00
  • 호수 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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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고충 해결해준 인연…“저는 그런 어른이 되겠습니다”

감사원장과 감사원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사회복무요원. 한 조직 내에서 가장 만나기 힘든 조합이 만났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감사원장이었던 2018년 한 청년은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한다. 이 청년은 최근 당시 최 후보에게 보냈던 편지와 함께 그때 상황을 정리한 글을 최재형 캠프에 보냈다. 시사저널은 최재형 캠프를 통해 이 사연이 담긴 편지와 글을 입수했다. 그 사연을 짧게 재구성했다. 이 청년은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사정을 감안해 자신의 이름 표기는 익명을 요청했다. 

ⓒ최재형 캠프 제공
ⓒ최재형 캠프 제공

사회복무요원은 감사원에서 제일 말단 직원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 고충에 제대로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은 없었다. 고충을 해결해 주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병무청, 인권위, 권익위에 요청해도 궁극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시민단체에 문의도 했지만 ‘언론사에 제보해도 되냐’는 요청에 거절했다. 겨우 사회복무요원의 고충 정도로 자칫 감사원의 명예에 누가 될까봐, 사정기관인 감사원이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감사할 자격이 있냐는 비판을 받을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냥 참을까 생각도 했지만, 소집해제까지는 1년이나 남아있었다. 무엇보다 동생들은 더 긴 시간을 버텨야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고심 끝에 감사원장에게 독대를 요청했다. 흔쾌히 요청을 받아주었지만, 독대는 매우 긴장됐다. 뉴스에서 알려진 미담들과 달리 권위적인 모습으로 우리가 겪는 문제에 공감하지 못할까 걱정이 됐다. 괜한 우려였다. 그는 오히려 ‘왜 진작 내게 오지 않았느냐’며 우리의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였다. 동네의 착한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게 대해 줬다. 

면담 후 곧바로 우리의 문제들은 모두 해결됐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업무를 할 수 있었다. ‘급한 불만 끄려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이지만, 그 이후에도 그는 우리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늘 먼저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물었다. 그런 일상이 이어지다 겨울철 야외에서 경비를 서는 우리 모습을 보고 공용 방한복과 개인용 귀마개, 장갑을 감사원 예산으로 할당해 줬다. 

그는 독대 자리에서 “공직사회엔 불필요한 게 많다”는 말을 지나가듯 했다. 그런데 실제 감사원 내에서 불필요한 것들이 하나둘 정리되어 갔다. 간부식당은 폐지됐고, 의전 대상이 아닌 간부의 의전차량은 없어졌다. 감사원장의 의전차량 3대 중 편법으로 운용되던 2대도 없어졌다. 그는 퇴근 후에 개인적 약속이 있으면 의전차량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당연한 모습이지만, 그 전까지는 당연하지 않았던 일이다. 

이 청년이 뒤늦게 이 사연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2019년 병역의무를 마치며 최 후보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처음 면담을 했던 작년 6월 이후로 원장님의 크고 작은 관심들 덕분에 정신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이전보다 활력을 갖고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중략) 원장님의 따뜻한 마음과 의지가 제게 전해졌습니다. 앞으로 제가 살아갈 대한민국에도 원장님께 받은 따뜻한 마음과 의지가 더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그런 어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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