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대기업 신고식’ 치르는 대방건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9 07:30
  • 호수 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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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 동원한 ‘벌떼 입찰’ 관행에 철퇴…성장 신화 일군 구찬우 사장 리더십도 ‘흔들’

대방건설의 모태는 1991년 구교운 회장이 설립한 광재건설이다. 1998년 현재의 대방건설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매출은 20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2009년 구 회장의 장남인 구찬우 사장이 대방건설 대표에 취임하면서 사세가 급속히 확장됐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대방건설의 연결 매출은 2조2851억원, 영업이익은 55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3.9%, 영업이익은 90.2% 증가했다. 최근 20년간 1450배 성장하며 재계 순위는 66위로 껑충 뛰었다. 지난 5월에는 자산이 5조원을 돌파하면서 공정위가 지정하는 대기업(공시 대상 기업집단)에도 포함됐다.

계열사들이 무더기로 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이른바 ‘벌떼 입찰’ 방식이 대방건설의 고속성장 비결 중 하나였다. 대방건설그룹은 현재 대방건설과 대방산업개발 등 두 개 회사를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방건설 산하에는 대방하우징과 대방주택, 디비건설 등 24개 종속회사가 있다. 대방산업개발 아래에는 12개 종속회사가 있다. 이들 회사가 LH가 분양하는 아파트 용지 입찰에 단체로 참여한 뒤, 한 곳이라도 수주하면 아파트 시공권을 대방건설에 넘기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운 것이다.

강서구에 위치한 대방건설 건물ⓒ시사저널 이종현

20년간 1450배, 대방건설 고속성장의 비밀

하지만 최근 경기도가 대방건설의 ‘벌떼 입찰’ 관행에 철퇴를 가했다. 아파트 용지 수주전에서 가짜 건설사인 일명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벌떼 입찰’을 하다 덜미를 잡혔기 때문이다. 경기도 조사 결과, 입찰에 참여한 기업 중 상당수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였다. 직원들 역시 대방건설 직원의 이름만 올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아파트 용지 입찰 가능성을 높이고자 가짜 건설사를 동원하는 ‘벌떼 입찰’은 택지 공급 불균형을 초래하고 경쟁 기업에 피해를 주는 불공정 행위다”면서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 되는 가짜 건설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방건설은 문제가 된 건설사 9곳을 최근 자진 폐업했다.

대방건설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크고 작은 사건에 최근 자주 회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문화재청과 공사 중지 처분을 놓고 치열한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다. 시흥시에 건립 중인 민간임대아파트 역시 임대료 인상 문제를 두고 임차인 및 지자체와 갈등을 빗고 있다. 그 어떤 기업보다 혹독한 ‘대기업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룹의 성장동력인 벌떼 입찰마저 제동이 걸리면서 대방건설 성공 신화를 일군 ‘구찬우 리더십’에도 생채기가 나게 됐다.

계열사와의 거래가 높았던 만큼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도 대방건설의 리스크로 지적된다. 금윰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전후만 해도 대방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은 5%에 못 미쳤다. 하지만 구 사장 취임 후 자회사를 통한 벨떼 입찰이 크게 늘어나면서 일감 몰아주기나 자금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대방건설의 단일 매출은 1조5575억원이다. 이 중 9712억원(62.4%)을 계열사 거래를 통해 올렸다. 전년 대비 내부거래 비율은 소폭 감소했지만, 내부거래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주요 건설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20% 전후인 점과 비교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내부거래가 논란이 됐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대기업에 포함되면서 대방건설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나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현행법상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중 오너 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사는 20%)는 내부거래액이 200억원 또는 연 매출액의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 된다.

구교운 회장의 장남인 구찬우 사장은 현재 대방건설 지분 71%를 보유하고 있다. 여동생 구수진씨 역시 대방산업개발의 지분 50.01%를 보유하고 있다. 사위인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나 친인척의 지분까지 포함할 경우 이들 회사의 100%가 오너가 지분이다. 이 때문에 구 사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는 최근 몇 년간 수백억원 규모의 배당금까지 챙기고 있어 대기업 지정 이후 공정위나 국세청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더군다나 올 연말이 되면 강화된 공정거래법이 시행된다. 강화된 공정거래법은 오너 일가가 20% 지분을 가진 계열사뿐 아니라 자회사(지분 50% 이상)까지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대방건설그룹의 경우 자회사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규제 대상은 현재의 4곳(대방건설, 대방산업개발, 대덕하우징씨스템, 지유인터내셔널)에서 40여 곳으로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구찬우 사장ⓒ뉴시스

대기업 지정 후 ‘일감 몰아주기 해소’ 숙제

때문에 대방건설이 어떤 식으로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할지에 그동안 재계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건설업계에서는 구찬우 사장이 지배하는 대방건설과 구수진씨가 지배하는 대방산업개발의 분리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계열 분리를 통해 자산 규모를 다시 5조원 아래로 끌어내릴 경우 규제망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수진씨의 남편인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가 보유한 대방건설 지분 29%만 옮겨오면 되기 때문에 분리 과정도 복잡하지 않다. 실제로 중흥건설은 자산 10조원 돌파를 앞둔 지난 2019년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장남이 이끄는 중흥건설과 차남이 이끄는 시티건설을 계열 분리시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계열 분리를 선택했다면 대기업에 지정되기 이전에 이미 카드를 썼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2세들의 계열 분리 가능성은 있지만 규제망을 위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대방건설 측에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문의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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