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장님이 달라졌어요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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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철학》ㅣ안상헌 지음ㅣ행성B 펴냄ㅣ324쪽ㅣ17,900원

철학(哲學)이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세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수 있다’고 정의된다. 그러나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기는 철학자 본인이나 독자나 마찬가지인 학문이 철학이다. 철학은 또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인데 이 철학이 일반인 상식과 너무 동떨어지면 ‘개똥철학’이라고 푸대접 받게 된다. 그러나 개똥철학이라도 철학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사람은 자고로 철학이 있어야 하니까.

《사장의 철학》에 철학은 전자, 즉 학문으로서 철학이다. 성공한 기업의 배경에 철학으로 무장한 사업가(CEO)가 있었다는 분석과 주장을 담은 책이다. 사업가가 철학적이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지혜’ 때문이다. 테세우스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기 위해 미로가 얽힌 동굴 속으로 들어갈 때 아리아드네가 건넨 실타래를 풀면서 들어간 덕분에 괴물을 죽인 후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듯이 사업가도 경영이라는 미궁(迷宮)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지혜의 실타래가 필요하다.

저자 안상헌은 철학자와 (성공한) 사업가에게는 5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너의 이성적 판단력을 존중하라”고 했던 것처럼 고독을 견디어 낸다. 둘째, 보통사람과 다른 안목(통찰력)으로 부분이 아닌 전체를 조망하고, 본질을 꿰뚫는다. 셋째,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탐험하는 용기가 있다. 넷째, 가치 있다고 믿는 것을 우직하게 추구하는 철학이 있다. 다섯째, 단순한 일상을 유지하며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한다.

공자의 《논어》는 어김없이 여기서도 등장한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며 공부하지 않는 사업가의 실패를 경계했다. 공부는 성공으로 향하는 원리를 알게 하고, 생각은 변하는 상황에 적응하는 통찰력을 키워준다. 또 공부는 ‘사장의 언어’를 바꿈으로써 그의 품격을 끌어올린다. ‘민주주의, 연대, 번영, 도전, 정의, 신념, 원칙’ 등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주 사용한 어휘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관심사와 관련된 어휘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학이 있는 사장 역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말에서 드러난다. ‘행복, 보람, 긍지, 즐거움, 유익함 같은 어휘가 그의 개성이 되고, 인품과 사상이 돼 주변 사람들에게 퍼짐으로써 ‘우리 사장님은 다르구나’ ‘이 회사 사장은 특별하구나’ 생각을 갖게 한다.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특별한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사장의 철학》이 사장에게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철학은 평소에 연마하는 것이지 벼락치기 공부로 얻어지지 않는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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